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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뜰121

그늘이 지다. 그늘이 진다. 구름을 건너지 못한 햇빛은 여름 한낮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 삼다수 솟아오르듯 힘이 될 테지 내 젊은 날의 그늘은 여름과 겨울처럼 번갈아 오곤 했다. 희망으로 와 따뜻함을 주고 절망으로 와 차가움을 주고 혹은 누군가에겐 고민으로 남을 테지만 그늘이 지면, 방향이 바뀌면 때로는 그 의미도 바뀌는 걸. 삶의 여정에 그늘이 진다. 행복과 고통의 교차는 단지 눈속임 그늘은 일순간을 스치어 가지만 느낌은 만 가지 유혹. 그늘이 지면 몸은 금세 알아차려 여름에는 숲을 반기고 겨울에는 담을 피하며 오늘도 그늘 속에 스며든다. 2021. 8. 30.
혼자 있을 때 시간마저 던져 버려 어느 사이 서글픈 정지가 되는 모두가 같이 있어도 홀로 있어야만 하는 첩첩한 아파트에서 나는 고독한 전초가 된다네. 야무진 초침은 째각 째각 새벽 네시를 향해 부지런을 떨고 신호등은 프린트를 하듯 빨간 무늬만을 동그랗게 아로 새김. 홀로 가슴에 간직하는 무거운 인생 살이지만 나만이 아는 시간의 그림은 풍속도 마냥 구겨져도 지금 이 시각 두 눈의 필름은 거룩한 침묵이 된다. 2021. 7. 11.
참회에서 시작하는 부처님 오신날 오십년이 지났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외딴섬 분교에 오신 총각 선생님이 모친께 매일 보라고 주신 천수경의 첫 구절 글을 읽지 못하던 모친께 스님 흉내 내듯 읽어 드린 천수경. 세월 흘러 온갖 모습의 편린이 모이고 쌓이여 한 편의 작품인 듯 저 만치 거울 속에 나타난 나를 보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알음 알이 무수한 시비 다툼 그것들의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무거운 짐을 내려 놓게 만드는 참회였다.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사르와 붓다 보디삿뜨야 스와하. 모든 불ㆍ보살의 가호가 깃드길! 그렇다. 참회는 나라는 허접한 존재를 내려 놓고 불ㆍ보살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 참회는 세속의 온갖 이해 다툼마저 사랑으로 정화 시키는 길 나의 편린을 제대로 정돈 시키는 되돌림 참회는 나를.. 2021. 5. 19.
느린 그림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1층에 대기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빨간 표식의 1을 보면서 안도하는 나는 세상의 속도에 끌려가는 나인가 세상을 이끌어 가는 나인가 혼탁함의 그림자가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나다웁게 내가 되고자 하지만 그 시간은 무한대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스치고 스쳐 지나가는 우주의 공간은 느리고 느려진 그림자를 담지 못하네. 엘리베이터 앞에서 33은 나에겐 악이 되고 1은 반가운 선이 되지만 이 세상 끝에서 선과 악은 진실이 되지 못한다.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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