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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뜰121

옛 생각 해는 떠오르고 일 나간 배에서 어부는 그물을 당긴다. 아마 오십년도 전에 그 때는 떠 오르지도 않는 해를 기다리며 뱃전에서 졸고 있으면, 야 놈아 그러다가 물귀신 된다고 소리치던 아버지. 달이 떠 올라야 집으로 돌아오던 돛단배는 우리집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지. 그 시절의 해 떠오름의 기다림은 추위와 졸음의 지독한 연장이라 매일 보는 일출도 감흥이 일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고 다시금 보게 되는 황홀한 일출에의 감성. 나란 녀석도 망각이란 약에 쉽게 취했음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2024. 1. 6.
아직 끝나지 않은 첫날에 시간의 나눔을 만든 바보를 난 믿었다. 무던하게도 새해 첫날이 있을 거라고 . 새로운 시간표를 짜 맞추듯 5퍼센트 희망에다 온 정성을 기울인 염원을 쏟아 붓는다. 건강에는 천원 쯤 재산에는 만원만큼. 지난한 세월동안 나의 간절한 소망으로 차곡차곡 쌓은 선과 악의 무게를 가늠해본다. 이제사 생과사의 공간이 다르지 않음에 한 호흡을 담았으니 누가 시간을 감히 나눌 수 있다 하였는가? 2024. 1. 1.
태풍 카눈 태풍이 지나 간다. 카눈이라는 열대 과일을 이름 붙인 태풍 이리갈까, 저리 갈까 부대끼다가 길 찾아 오는 게 하필이면 우리나라 하필이면 우리 고향을 스치고 지나간다. 너무 많은 비에 국토는 아우성치고 국민은 아파한다. 티벳에서 내려오고 태평양 에서 올라온 뜨거운 고기압 사이로 길을 내다보니 한반도엔 고속도로가 너무 잘 되어 있어나 보다. 사람 사람의 욕망의 세월에서 예외된 이 누구인가? 억겁의 황홀한 노을 찰나에 흐트러지는 아쉬움이여! 2023. 8. 10.
참으로 뜨거운 날에 내 가슴을 적시면서 살포시 다가오는 바람을 기다리네. 세상의 열기가 머리속을 헤짚고 다니지만 오로지 삶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것은 두 다리의 근육 뿐 다시금 태양이 내림 굿 처럼 펄쩍 펄쩍 내려 뿌리지만 내가 피할 수 있는 건 아무 곳에도 없어 열기 속에서 열기 속에서 가빠지는 호홉이여 또는 피부를 뚫고 나오는 땀이여! 어째 이를 두고 욕망의 인간이 신을 가까이 하겠는가?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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