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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뜰

누구의 착각인가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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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용화전 앞
봉발탑
미륵부처님 오시면
무럭무럭 김 날리는 밥 한 그릇
드릴려고
무려 56억 7천만년.

우리내 어머니께선
자식이 멀리갔다 오는 날이면
부엌에 들어가 밥부터
준비한 시절이 있었다.


새벽 5시가 되면
엄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밥상을 들고 들어와 나를
깨웠다.
나는 한 번도 군말 없이
밥 그릇을 쓱싹  
비웠다.



결혼한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아직도 아침 밥상은
엄마로부터 와이프로
이어져
쉬지 않고 차려져
오고 있다.


아침 밥 해 줄 수 있다는
말에 얼른
결혼 약속까지 하였던
그 아침 밥상



오늘 아침
내가 말했다.
아침 밥상을 말끔하게
수십년을 비우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겠지 라고.


와이프가 말했다.
쫓겨나고 싶어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침밥 타령입니까?
해주는 대로 그냥 조용히 먹으면
안될까요.



수십년을 아침밥을 쉬지 않고
지어준 자기 수고가 월등히
앞선단다.

그래 맞다
여태껏 나만 생각한 나는

순간적으로
좁쌀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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