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摩騰)이 대궐에 들어 진상(進上)하니, 명제(明帝)가 매우 기뻐하시어 성의 성문 밖에 백마사(白馬寺)라는 절을 이루시어 두 중을 살게 하시고,〔절 이루심이 영평 십이 년 정묘(丁卯)(67 AㆍD)이다. 불경을 흰 말에 실어 오므로 백마사라 하니, 寺는 절이다.〕그 절에 행행(行幸)하시니까,〔행은 간다는 말이고, 재물도 주시며, 벼슬도 시키시므로 임금이 다녀가심을 행행이라 하는 것이다. 행행하심이 영평 십일 년 무진(戊辰)(68 AㆍD)이다.〕두 중이 사뢰되,
「절 동녘에 어떤 절입니까?」
명제(明帝)가 이르시되,
「전에 한 둔덕이 절로 굳혀지더니, 밤에 기이(奇異)한 광명이 있으므로,〔기이는 상례롭지 아니하다는 말이다.〕백성들이 이름 붙이되, 성인의 무덤이라 하더라.」
마등이 사뢰되,
「옛날 아육왕(阿育王)이〔아육은 시름이 없다는 뜻이니, 처음 날 적에 어머님이 편안히 낳으시므로 이름을 아육이라 붙인 것이다.〕여래의 사리를 천하에 팔만 사천 곳에 간직하게 하니, 이 나라 안에도 열 아홉 곳이니, 이곳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명제(明帝)가 매우 놀라시어 곧장 그 둔덕에 가서 절하시니, 둥근 광명이 둔덕 위에 나타나시고, 그 광명 중에 세 몸이 보이셔서, 명제가 기뻐하시어 그 위에 탑을 세우신 것이다.
사리가 나오신 여섯 해만에〔영평 십사년 신미(辛未)(71 A.D)다.〕도사들이 설에 임금께 뵈오려 모두 왔다가 서로 이르되,
「천자(天子)께서 우리의 도리는 버리시고,〔천자는 하늘의 아들이니, 중국에서는 황제를 천자이시라고 하는 것이다.〕먼 곳의 호교(胡敎)를 구하시니,〔호는 오랑캐니, 중국에서 서역 사람을 호라고 하는 것이다. 〕오늘 조집(朝集)을 인하여 여쭙기로 하자.」하고,〔조는 아침에 임금을 뵙는다는 말이고, 집은 모인다는 말이니, 조집은 임금을 뵈려 모인다는 말이다.〕표(表)를 지어 여쭈니, 그 표에 가로되〔신하가 임금께 사뢰는 글월을 표라고 하는 것이다.〕
「오악(五岳) 십팔산(十八山) 관대산(館大山) 삼동(三洞) 제자 저선신(저善信)들이 죽을 죄로 말씀을 여쭙니다. 우리는 들은 것이, 처음에 형체가 없으며, 〔형체는 형상이다.〕이름이 없으며, 지극함이 없으며, 위가 없어 허무 자연한 큰 도리는 하늘에서 먼저 나니, 예부터 다 떠받들며, 임금마다 고치지 못하셨는데 이제 폐하께서 도리는 복희(伏羲)보다 더하시고, 덕은 요순(堯舜)보다 나으시되,〔복희와 요와 순은 옛날의 어진 황제 이시니라.〕근원을 버리고 끝을 따르시어 교화를 서역에 가 구하시어 섬기는 것이 호신(胡神)이고, 이르는 말이 중국에 의지한 것이 아니니, 원하는 바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저들과 겨루어 만나보게 하소서. 우리 제산(諸山)의 도사들이〔제산은 여러 산이다.〕꿰뚫어 보며, 멀리 들으며, 경을 많이 알아서〔이 경은 도사의 경이다.〕태상군록(太上群錄)과 태허부주(太虛符呪)를 투철하게 모르는 곳이 없으며,〔태상군록과 태허부주가 다 도사의 경 이름이다.〕혹 귀신도 부리며, 혹 불에 들어도 타지 않으며, 혹 물을 밟아도 꺼지지 않니하며, 혹 낮에 하늘에 오르며, 혹 찾지 못하게 숨으며, 술법(術法)과 약재(藥材)하기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일이 없으니, 원하는 바를 저들과 재주를 겨루면, 한 편으로는 폐하의 뜻이 편안하시고, 둘째는 진실과 거짓을 가리시고, 세째는 큰 도리가 일정하고, 네째는 중국의 풍속(楓俗)을 흐리게 하지 아니하리니,〔풍은 바람이고, 속은 버릇이다. 임금의 덕은 바람같고, 작은 백성은 풀 같으니, 바람이 풀 위에 불면 다함께 비스듬함이 임금 하시는 일을 백성이 다 본받음과 같으므로 백성이 모두 배워 하는 일을 풍속이라 하는 것이다.〕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큰 죄를 내리시고, 만일 이기면 거짓 일을 없애소서.」
하니까, 명제(明帝)가 이르시되,
「이 달 열 다셋 날 백마사에 모이라.」
하시니, 도사들이 세개의 단(壇)을 만들고,〔단은 땅을 닦아 돋운 것이다.〕스물 네개의 문을 내고, 도사 육백 아흔 사람이 각각 영보진문(靈寶眞文)과 태상옥결(太上玉訣)과 삼원부(三元符) 등 오백 아홉 권을 잡아〔영보진문과 태상옥결과 삼원부는 다 도사들의 경 이름이다.〕서 녘 단 위에 얹고, 모성자(茅成子)
와 허성자(許成子)노자(老子) 등 삼백 열 다섯권은 가운데 단 위에 얹고〔모성자와 허성자와 노자는 다 도사의 글이다.〕좋은 음식을 만들어 벌여 놓고 백신(百神)에게 공궤하는 것은 동 녘 단 위에 얹고,〔백신은 온 신령이다.〕위의(威儀)를 엄숙하게 꾸미고, 부처님 사리와 불경과 불상은 길 서녁에 놓고, 도사들이 침향(沈香) 횃불을 떠받치고 제 경 얹은 단을 돌며 울고 이르되,「우리들이 대극대도원시(大極大道元始) 천존(天尊)께와〔대극대도원시는 도가(道家)에서 이르는 가장 으뜸가는 천존(天尊)의 이름이다.〕중선(衆仙) 백령(百靈)께 여쭈니, 이제 오랑캐가 중국을 어지럽히거늘 천자가 사곡(邪曲)한 말을 옳게 들으시니, 바른 교화가 길을 잃어 귀한 풍속이 끊어질 것이므로 우리들이 불로 효험(效驗)을 내어 모든 마음을 열어 보여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게 하고자 하오니, 우리 도리의 일어남과 무너짐이 오늘날에 달려 있습니다.」하고
불을 붙이니, 도사의 경은 다 타서 재가 되고 부처님 경은 그저 계시고 사리가 허공에 올라서 오색(五色)을 방광(放光)하시어 햇빛을 가리시니, 그 광명이 둥글어 모든 사람을 다 덮으시고, 마등법사가 허공에 솟아 올라〔법사는 법을 받들어 올리는 스승이다.〕신기한 변화를 널리 보이시고, 하늘에서 보배의 꽃비가 오고, 하늘의 풍악이 들려 사람의 뜻을 감동시키므로 모든 사람이 다 기뻐하여 다 법란(法蘭)법사께 위요(圍繞)하여,「설법해 주소서」하니까, 법사가 크고 청정한 소리로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여 설법하고, 게(偈)를 지어 이르되,〔 게는 말을 글로 지어 이른다는 말이다.〕
「여우는 사자가 아니며, 등은 일월(日月)이 아니며,〔일은 해고, 월은 달이다.〕못은 바다가 아니며, 둔덕은 산이 아니다. 법운(法雲)이 세계에 퍼지면 좋은 씨를 내니, 쉽지 못한 법을 신통(神通)으로 나타나시어 곳곳마다 중생을 교화하시는 것이다.」
그 때에 신하와 백성들 일천 여명이 출가하고, 도사 육백 스물 여덟 사람도 출가하고, 대궐의 각시네 이백 서른 사람이 출가하니, 저선신은 애가 타서 죽고, 그 중에 출가 아니하는 도사는 쉰 남은 사람이었다.
명제(明帝)가 불법을 더욱 공경하셔서 성 밖에 일곱 절을 지어 중을 살게 하시고 성 안에는 세 절을 지어 여승을 살게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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