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대칭왕이 밖에서 들어와 사뢰시되,
「세존께서 제자 아난과 라훌라와 더불어서 허공으로 이미 오십니다.」
왕이 들으시고 공경하셔서 자연히 일어나 앉으시니, 이윽고 부처님 들어오시거늘, 왕이 바라보시고 손을 드시어 부처님 발을 향하여 이르시되,
「여래께서 손을 내 몸에 대시어 나를 편안하게 하소서. 내 이제 세존을 마지막으로 보니 한스러운 마음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이르시되,
「부왕은 도덕이 구비되셨으니 시름하지 마소서.」
하시고, 금빛 팔을 내시니, 손바닥이 연꽃과 같으시니, 왕의 이마에 얹으시고 사뢰시되,
「왕은 깨끗이 계행(戒行)하시는 사람이셔서 마음의 때가 이미 없으시니, 시름 말고 기뻐 하시며, 무릇 경(經)의 큰 뜻을 자세히 생각하셔서 굳지 아니한 마음을 버리시고 마음을 굳건하게 하시어 좋은 근원을 만드소서.」
정반왕이 기뻐하시고, 부처님 손을 손수 잡으시어 당신 가슴에 대시고, 누운 자리에서 합장하시고 속 마음으로 세존의 발에 예배하시더니, 그대로 돌아 가시거늘 제석(諸釋)들이 슬퍼하여 땅을 두드리며 이르되,
「왕 중에 높으신 왕이 돌아가시니, 나라가 위신(威神)을 잃었다.」
하고〔위신은 위엄(威嚴)과 신기(神奇)다.〕칠보(七寶) 사자좌(獅子座)에 진주 그물을 두르고, 관(棺)을 위에 얹고, 부처님과 난타는 머리 맡에 서시고, 아난과 라훌라는 발치에 서 있었는데, 난타가 부처님께 사뢰되,
「제가 아벼님 관을 메고자 합니다.」
아난이 앞으로 나와 사뢰되,
「제가 큰아버님 관을 메고자 합니다.」
라훌라 사뢰되,
「제가 할아버님 관을 메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여기시되,
「내세(來世)의 부모 은덕을 모르고 불효하는 중생을 위하여 법을 보이리라.」
하시고, 당신 손수 메려고 하시니까, 곧 그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육종(六種)진동을 하고, 욕계(欲界) 제천(諸天)이 무수한 백천(百千) 권속(眷屬)을 데려오며,북방천왕 비사문왕은 야차 귀신 억백천중을 데려오며, 동방천왕 제두뢰타는 건달바 귀신 억백천중을 데려오며, 남방천왕 비루륵차는 구반다 귀신 억백천중을 데려오며, 서방천왕 비루박차는 용신 억백천중을 데려와서 목 놓아 울더라.
사천왕이 서로 의논하되,
「부처님이 내세를 당해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들을 위하시어 대자비로 부왕의 관을 직접 메시려 하시는 것이다.」
하고,
사천왕이 함께 소리를 내어 부처님께 사뢰되,
「우리들이 부처님 제자가 되어 부처님께 법을 들어 수타원을 이루었으니, 우리들이 부왕의 관을 메어야 하겠습니다.」
부처님이,
「그리하여라.」
하시니까, 사천왕이 몸을 고쳐 사람의 모습이 되어 관을 메니, 나라 안의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더라.
그 때에 부처님이 위광(威光)이 더욱 현(顯)하시어【현은 뚜렷이 나타난다는 말이다.】일만의 해가 함께 돋은 듯 하시더니, 부처님이 손수 향로를 받드시고 앞 서 길을 잡아 묘소(墓所)로 가셨다.〔묘소는 묻을 땅이다.〕영축산에 있는 일천(一千)아라한이 허공에 날아와서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사뢰되,
「부처님이시여! 우리를 아무 일이나 시키소서.」
부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빨리 바닷가에 가서 우두전단(牛頭전檀)의 갖가지 향목(香木)을 잘라 오너라.」
〔향목은 향나무다.〕
나한들이 잠깐 동안에 바다에 가서 향나무를 잘라 곧 돌아오니, 부처님이 대중과 더불어 그 향나무를 쌓으시고, 관을 들어 얹어 불을 붙이시니, 그 때에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 향하여 더욱 굴며 울더니, 득도한 사람들은 길경(吉慶)되게 여기더라.
부처님이 사중(四衆)더러 이르시되,
「세간이 무상하여 항상한 것이 없으니, 꼭두각시 노릇 같아서 목숨이 오래지 못함이 물에 비친 달과 같으니, 너희는 이 불을 보고 더러운 것이라고 여기건마는 무릇 탐욕의 불은 이 불 보다 더한 것이다. 너희들이 생사를 벗어날 일을 힘써 구하여야 하리라.」
그 때에 다 사르고 나니 제왕들이 각각 오백개의 병에 든 젖으로 불을 끄고, 뼈를 금함에 담아 탑을 세워 공양하더라.
그 때에 모두부처님께서 묻자오되,
「왕이 어디로 가신 것입니까?」
세존께서 이르시되,
「부왕은 청정한 분이시므로 정거천(淨居天)으로 가신 것이니라.」
우율사(祐律師)가 이르되,
「무상한 일이 심하구나! 형체(形體)가 있으면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천존으로 계시면서도 시병하셔서〔시병은 앓고 계시는 것을 모시고 있다는 말이다.〕손을 가슴에 대고 계셨으나 목숨을 머무르게 하지는 못하시니, 이러므로 성인은 장수한 과보를 닦으시고 물거품 같은 몸을 봉양하지 않으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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