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그제서야 난타를 위하여 설법하시니, 이레 안에 난타가 아라한을 이루니까, 비구들이 찬탄하여 이르시되,
『오늘뿐이 아니라 옛날에도 이러하였더라. 지나간 겁에 비제희국(比提希國)에 한 음녀가(淫女)가 있었는데, 〔음녀는 음란한 여자다.〕가시국왕(迦尸國王)이 그녀가 곱다는 말을 듣고, 혹심(惑心)을 내어〔혹심은 미혹한 마음이다.〕사자(使者)를 부려서 구하니까, 그 나라에서는 주지 않기에, 다시 사자를 부려 이르되,
「잠간 서로 보고 닷새 후에 도로 보내리라.」
하니, 비제희국왕이 음녀를 가르치되,
「네 고운 모양과 가진 재주를 다 갖추어 보여서 가시왕이 너에게 혹하게 하여라.」하고 보냇다. 닷새가 지나니까 비제희국에서 사자가 도로 가 음녀를 부르되,「큰 제(祭)를 지내려 하니, 모름지기 이 각시라야 할 것이므로 잠깐 도로 보내면 제를 지내고 다시 보내리라.」
해서, 가시왕이 보내니까, 제를 마쳤을만한 때에 사자를 보내어 음녀를 돌려 보내라고 하니, 대답하되,
「내일은 보내리라」
이튿날에 가시왕이 또 사자를 보내어 음녀를 보내 달라고 하니까, 또 대답하되,
「내일은 보내리라.」하면서 그 모양으로 여러 날이 되도록 보내지 않으므로, 가시왕이 애태워하여 혹심(惑心)을 일으켜서 두어 사람을 데리고 그 나라에 가려니까, 신하들이 말리다가 못하였더니, 그 때에 선인(仙人)이 사는 산 중에 미후왕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세간의 일을 많이 알더니, 제 처가 죽어서 다른 암놈을 교합하려 하니까, 미후들이 노하여 이르되,
「이 암놈들은 모두 정하여 둔 것이거늘 어지 혼자서 그와 더불어 있느냐?」
미후왕이 그 암놈을 데리고 가시왕께 달려오니, 많은 미후들이 따라가 미후왕을 잡으려고 집과 담을 두루 헐어버리니, 가시왕이 미후왕더러 이르되,
「너의 미후들이 내 나라를 다 헐어 버리니, 너는 어찌 그 암놈을 내 주지 않느냐?」
미후왕이 이르되,
「왕궁 안에 팔만 사천 부인이 있는데, 그들은 사랑하지 않고 남의 나라에 음녀를 뒤밟아 가시니, 나는 지금 아내가 없어 다만 한 암놈을 얻었는데, 어찌내어 주라고 하십니까? 모든 백성이 왕을 우러르고 사는데 어찌 한 음녀를 위하여 다 버리고 가십니까? 대왕이시여! 아소서! 음욕의 일은〔음욕은 음란한 욕심이다.〕즐거움은 적고 수고(受苦)는 많으니, 바람을 거슬려 횃불을 잡는 것과 같아서 고이 여기면 마땅히 제 몸이 더러워지고 마치 불 곁에서 몸을 긁으며, 갈증이 날 때에는 짠물 먹듯하여, 싫어할 줄 모르며〔갈은 목마르다는 말이다.〕개가 뼈를 깨물면 입술 해지는 줄 모르고, 고기가 미끼를 탐하면 제 몸 죽을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고 했으니, 미후왕은 지금의 내 몸이고, 가시국왕은 지금의 난타이고, 음녀는 지금의 손타리다.〔손타리는 난타의 아내이다.〕내가 그 때에도 진흙 중에서 난타를 빼어 내고,〔진흙은 사욕(私欲)을 비교한 것이다.〕지금에 와서 또 생사와 수고에서 빼어 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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