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力士)들과 석종(釋種) 장자(長者)들이 왕께 사뢰되,〔석종 장자는 석씨(釋氏)의 어른이다.〕
「태자가 부처님이 되시면 성왕(聖王)의 자손이 끊어지겠습니다.」
왕이 이르시되,
「어떤 사람의 딸이 태자의 비자(妃子)가 될 수 있느냐?」
태자가 금으로 여자의 모양을 만드시고 여자의 덕을 쓰시고,
「이와 같아야 비자를 삼으리라.」
하시니, 왕이 좌우의 범지(梵志)들을 부리시어〔좌우(좌우) 범지는 양 편에 따라 다니는 범지다.〕
「두루 가서 얻어 보라.」
하시니, 한 옥녀(玉女) 같으신 이를 보고 와서 사뢰되,
「집장석(執杖釋)의 따님이 계시옵니다.」」
왕이 이르시되,
「만일 태자의 뜻에 맞지 않아도 그이를 가리게 하리라.」
하시고, 나라 안의 고운 여자를 다 태자의 강당(講堂)에 모으시니,강(講)은 글을 읽어 뜻을 찿는 것이니, 강당은 글 강하시는 집이다.〕그 때에, 그 딸 구이(俱夷)도 강당에 오셔서 태자를 쏘아보시거늘, 태자가 웃으시고 보배 수정(水精)을 취(取)하여 주시니, 구이가
사뢰되,
「나는 보배를 칭찬하지 아니하고 다만 공덕으로 장엄(莊嚴)합니다.」
왕이 범지를 이 각시의 집에 부리시니, 집장석이 이르되,
「우리 가문에서는 재주를 가려야 사위를 맞습니다.」
왕이 태자에게 물으시되,
「재주를 겨루겠는가?」
대답하시되,
「겨루겠습니다.」
왕이 북을 쳐서,
「재주 겨룰 사람을 다 모아라.」
하시고 명령을 내리시되,
「재주 이긴 사람이어야 집장석의 사위가 되리라.」
조달(調達)이 이르되,
「태자가 총명하여 글을 잘 하거니와 힘이야 어찌 우리를 이기리오?」
하고, 코끼리가 문에 서 있어서 코끼리의 머리를 잡아 땅에 굴리고, 난타(難陀)는 코끼리를 길 가에 치차니까, 태자는 코끼리를 들어서 성 너머로 던지시고 코끼리가 미쳐 떨어지기 전에 달려가 받아 성 앞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다.
조달이와 난타가 서로 씨름을 하니, 둘의 힘이 같거늘, 태자가 두 사람을 잡아 함께 굴려 버리시고, 대신(大臣)염광(炎光)이라는 이가〔대신은 큰 신하이다.〕팔만 가지 재주를 부리되 태자에게는 이기지 못했다.
왕이 석종을 데리시고 또 활쏘기를 시키시더니, 그 동산에 금종 은종 돌종 쇠종이 각각 일곱 개씩 있어서 조달이와 난타가 먼저 쏘니, 각각 세 개씩 꿰어 덜어지니, 태자가 활을 당기시니, 활이 꺽어지기에 물으시되,
「내게 맞는 활이 있는가?」
왕이 이르시되,
「우리 조상이 쓰시던 활이 갖추어 있되,〔조(祖)는 할아비니, 조상은 할아비 위로 무수히 치(거슬러) 이르는 말이다.〕이기어 쏜 사람이 없으니, 그 활을 가져 오라.」
하시니, 석종들이 활을 다루어 활 시울에 손을 얹을 이가 없더니, 태자가 손으로 시울을 눌러 얹으시어 시울 튀기는 소리가 성 안에 다 들리더라. 살을 먹여 쏘시니, 그 살이 스물 여덟 개의 종을 다 꿰어 땅에 사무쳐 가서 철위산에 박히니, 삼천세계가 진동했다. 천제석(天帝釋)이 그 살을 빼어 도리천에 가서 탑을 만들어 공양하더라.〔이 탑은 천상(天上)
의 네 탑 중 하나이다.〕살 박혔던 구멍에서 샘물이 나서 우물같이 되니 그 맛이 단술과 같더니, 마시면 병이 다 나았더라. 그제야 집장석의 딸이 태자의 비자(妃子)가 되셨다.
〔재주 겨루실 제 부처님의 나이 열 살 이시더니, 소왕(昭王) 삼십 오년 계해(癸亥)이고, 비자 들이심은 부처님 나이 열 일곱 살이시더니, 소왕 사십 이년 경오(庚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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