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가 왕궁에 드시니 광명이 두루 비치시더니, 왕께 사뢰되,
「출가하고자 합니다.」
왕이 손목을 잡고 울며 이르시되,
「그런 마음은 먹지 말라. 나라에 왕위를 이을 사람이 없다.」
태자가 이르시되,
「네 가지 원(願)을 이루고자 하니, 그것은 늙음을 모르며, 병이 없으며, 죽음을 모르며, 여윔을 모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왕이 더욱 슬퍼하여 이르시되,
「이 네가지 원은 예로부터 이룬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하시고, 이튿날에는 석종(釋種)중에서 용맹(勇猛)한 사람 오백 명을 모아서 문을 굳게 지키라고 하셨다.【용(勇)은 힘이 세며 날래다는 말이고, 맹(猛)은 사납다는 말이다.】
태자가 비자(妃子)의 배를 가리키시며 이르시되,
「이 후 여섯 해를 지나 아들을 낳으리라.」
구이(俱夷)가 여기시되, 태자가 궁을 나갈실까 의심하셔서 항상 곁에서 떨어지지 아니하셨다.
태자가 문 밖에 나가 보신 뒤로 세간 싫은 마음이 나날이 더하시거늘, 왕이 오히려 풍악 하는 사람을 더하여 태자를 달래시더니, 늘 밤중이면 정거천이 허공에 와서 일깨우고,
「악기와 오욕이 다 즐겁지 아니하고【오욕(五欲)은 눈에 좋은 빛 보고자, 귀에 좋은 소리 듣고자, 코에 좋은 내 맡고자, 입에 좋은 맛 먹고자, 몸에 좋은 옷 입고자 하는 것이다.】
세간이 무상(無常)하니, 어서 나오소서.」
하는 소리를 하게 하며, 풍악 하는 여자들이 익히 잠들어 옷이 벌어지고, 콧물과 침과 더러운 것이 흐르게 하니, 태자가 보시고 더욱 시틋하게 여기셨다.
태자가 자주 왕께,
「출가하고 싶습니다.」
고 사뢰니, 왕이 이르시되,
「정각(正覺)을 이루어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다 주관하여 사생(四生)을 제도하여【사생은 네 가지 태어나는 것이니, 진 곳에서 태어나는 것과, 번생(飜生)하여 나는 것과 알을 까고 나는 것과 배어서 나는 것이니,일체 중생을 다 이르는 것이다. 번생은 고쳐 되어 난다는 말이다.】긴 밤을 여의여 나게 하려 하니,【한긴 밤은 중생이 미혹하여 항상 밤에 있는 듯하므로 긴 밤이라고 다.】칠보 사천하(四天下)를 즐기지 아니합니다.」
왕이 풍악하는 사람을 더하여 밤낮 달래시더니, 관상 보는 이가 왕께 사뢰되,
「이제 출가 아니하시고 이레가 지나면 전륜왕위가 자연히 오실 것입니다.」
왕이 기뻐 하셔서 사병(四兵)을 둘러 안팎으로 길을 막아 끊으셨다. 채녀(女采女)들이
태자께 들어 온갖 춤과 노래로 웃기며 갖가지 고운 모양을 하여 보이거늘 태자가 한낱 욕심도 내지 아니하시더니,【욕심은 탐욕의 마음이다.】한 채녀가 말리화만(末利花만)을 가지고 들어가【말리는 누른 빛이라고 하는 뜻이다. 태자 목에 매니, 태자가 깜작도 않고 보시니, 그 각시가 도로 끌러서 밖에 내던졌다.】
'석보상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8 (0) | 2006.03.02 |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7 (0) | 2006.02.20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5 (0) | 2006.01.28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4 (0) | 2006.01.11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3 (1) | 2005.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