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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3

by 돛을 달고 간 배 200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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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태자를 세우려 하시고,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셔서 이월 팔일에 사해(四海)의 바닷물을 길어 오게 하시니,〔사해는 사방의 바다이다.〕선인 (仙人)들이 물을 머리에 이어 가지고 왕께 바치니, 왕이 태자의 머리에 부으시고 보인(寶印)을 바치고 북을 쳐서 영을 내시니,

「실달을 태자로 세우라.」

하시니, 허공에서 팔부(八部)가 모두,

「좋습니다.」

고 하더라.

그 때에 칠보(七寶)가 허공에서 다 오니〔칠보는 금륜보와 여의주보와 옥녀보와 주장신보와 주병신보와 마보와 상보이다.〕 그 금륜보가 네 천하에 날아가니, 그 나라들이 다 항복햇다.

그 때에 왕이 숫양을 모아 궁내(宮內)에 두시고〔궁내는 궁안이다.〕태자를 즐겁게 하시더니, 태자가 양이 끄는 수레를 타시고 동산에도 가시며 작은 아버님께도 가셔서 노시더니, 왕이 백관(百官)을 모아 놓으시고〔백관은 일백 관청이니 많은신하를 이르는 말이다.〕이르시되,

「천하 안에서 누가 지혜 있으며 재주를 갖추어 태자의 스승이 되려는가?」

모두 사뢰되,

「비사바밀다라야말로 가장 어진 사람입니다.」

왕이 비사바밀다라를 불러 이르시되,

「존자(尊者)가 나를 위하여 태자의 스승이 되구려.」〔존자는 존(尊)하신 분이라는 말이니, 어진 사람을 공경하여 존자라고 하는 것이다.〕

밀다라가 사뢰되,

「그리하겠습니다.」

태자가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리시고〔동남은 남자 아이고, 동녀는 여자 아이다.〕

오백 석동(釋童)이 앞뒤에 둘러서서〔석동은 석성의 아이들이다.〕학당(學堂)에 오를 실 적에〔학당은 글 배우는 집이다.〕밀다라가 바라보고 가만히 앉아 잇지 못하고 누가 그리 하라는 명령도 없이 일어나 태자에게 절하고 두루 돌아보며 부끄러워하더라.

태자가 글 배우기 시작하셔서 명주서안, 우주전단향, 칠보서판을 놓으시고,〔명주는 맑은 구슬이니, 명주서안은 명주로 꾸민 책상이다. 서판은 글 쓰시는 널이니, 칠보서판은 향서판에 칠보로 꾸민 것이다.〕

금 붓을 잡아 글을 쓰시며 물으시되,

「무슨 글을 가르치려 하시는가?」

밀다라가 대답하되,

「범서(梵書) 거류서(去留書)로 가르치겠습니다.」

태자가 물으시되,

「글이 예순 네 가지니,〔예순 네가지 글은 범서와 거류서와 불가라서와 안거서와 만거서와 안구서와 대진서와 호중서와취서와 반서와 구여서와 질경서와 타비라서와 이적색서와 타여서와 강거서와 최상성와 타라서와 거사서와 진서와 흉노서와 중간자서와 유기다서와 부사부서와 천서와 용서와 귀서와 건답화서와 진타라서와 마유륵서와 아수륜서와 가류라서와 녹륜서와 언선서와 천복서와 풍서와 항복서와 북방천하서와 구나니천하서와 동방천하서와 거서와 하서와 요서와 견고서와 타아서와 득주서와 염거서와 무여서와 전수서와 전안서와 폐구서와 상서와 차근서와 내지서와 도친서와 중어서와 실멸음서와 전세계서와 치우서와 선적서와 관공서와 일체약서와 선수서와 섭취서와 배향서이다.〕어찌 다만 두 가지요?」

하시고, 다 헤아려 이르시니까, 밀다라가 항복하여 게를 지어 찬탄하고 왕께 사뢰되,

「태자는 하늘의 스승이시니, 제가 어떻게 가르치겠습니까?」

라고 했다.

태자가 아이들과 더불어 계시면서 글월의 근원을 자세히 이르시고 무상 정진 도리를 권하시더라.〔상은 위니, 무상 정진 도리는 위 없는 올바른 참 도리이다.〕

그 때에 책에 있는 두 글자가 해져서 아무도 모르더니, 밀다라도 몰라서 태자가 가르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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