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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5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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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가 비자(妃子)를 맞아 들이시고도 친하게 하지 않으시더니, 구이(俱夷) 뜻은 가까이 하고자 하시므로, 태자가 이르시되,

좋은 꽃을 우리 사이에 놓고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구이가 꽃을 가져다가 사이에 놓고 또 가까이 하려 하시니,

태자가 이르시되,

꽃의 이슬이 옷을 적시리라.」

후에 또 백첩(白疊)을 사이에 두고 보시더니,〔백첩은 흰 목면(木綿)이니, 인도 말로 가바라(迦波羅)이다.〕구이가 또 가까이 오려 하시니, 태자가 이르시되,

「백첩이 때 묻으리라.」

하시므로 가까이 오지 못하셨다.

태자가 나가서 노시다가 염부수(閻浮樹)아래 가셔서 밭 가는 사람을 보시더니,

나무 가지가 절로 굽어 내려와서 햇빛을 가리더라. 정거천(淨居天) 조병(조병)이 죽은 벌레가 되어 있거늘〔정(淨)은 깨끗하다는 말이고, 거(居)는 산다는 말이니, 탐욕을 여이고 깨끗한 몸이 사는 하늘이니, 여기에는 무번천과 무열천과 선견천과 선현천과 색구경천이 있다. 조병은 이름이다.〕까마귀가 와서 찍어 먹더니, 태자가 보시고 자비심을 내시니, 왕이 뒤다라 가셔서 달래어 모셔 오시고, 출가 하실까 두려워 하시어 풍류를 하는 여자를 더하여 마음을 잦히시게 하시더라. 태자가 문 밖을 보고 싶다고 하시니,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하셔서 마을의 골목과 동산을 깨끗이 꾸며 더러운 것을 보이지 말라고 하셨다.

사문유관-태자 네 성문을 도시다.

태자가 동문 밖을 나가시니, 정거천이 이번에는 늙은 사람이 되어 지팡이를 짚고 가기에, 태자가 보시고 물으시니, 뫼신 신하가 대답하되,

「늙은 사람입니다.」

태자가 물으시되,

「어찌 늙다고 하느냐?」

「옛날에 젊던 사람도 오래되면 늙으니, 그것을 인생에서 면할 사람은 없습니다.」〔면(免)은 벗는다는 말이다.〕

태자가 이르시되,

「사람의 목숨이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 군데 머물지 못하는구나!」

하시고 돌아 드시어 세간(世間)을 싫어하는 마음이 짙으셨다.

다음으로 남문 밖을 나가시니, 정거천이 앓는 사람이 되어 길 가에 누웠거늘, 태자가 물으시니, 신하가 대답하되,

「이는 앓는 사람입니다. 입의 번뇌를 참지 못하여 음식을 너무 먹으면 병이 나니, 이 또한 인생에서 면할 사람은 없습니다.」

태자가 이르시되,

「몸이 있으면 수고로운 일이 있으니, 나도 저러하리로다.」

하시고 돌아 드시어 시름하시더라. 왕이 신하들더러 물으시되,

「길을 깨끗이 하라고 했더니, 어찌 앓는 사람을 또 보게 했느냐?」

대답하되,

「살핌이야 매우 엄하게 했습니다만 어느 곳에서 왓는지 모를 사람이 문득 앞에 내달으니 우리 죄가 아닙니다.」

왕이 하늘이 시킨 일인 줄 아시고 벌을 주지 아니했다.

한 바라문의 아들로 우타이라 하는 이가 총명하여 말을 잘하더니, 왕이 불러다가 태자의 벗을 삼으시고 늘 곁에 두어서 시름을 풀게 하셨다.

태자가 또 서문(西門)밖에 나가시니, 정거천이 이번에는 죽은 사람이 되어 네 사람이 메고 모두 울면서 따라가기에, 태자가 물으시니, 우타이가 대답하되,

「죽은 사람이니 이야말로 인생에서 면할 사람은 없습니다.」

태자가 이르시되,

「죽은 사람을 보니, 넋은 없지 아니하구나, 죽었다 살았다 생사를 되풀이하여 다섯길에 다녀〔다섯 길은 지옥(地獄)과 아귀(餓鬼)와 축생(畜生)과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이다. 천도는 하늘에 가서 나는 길이고, 인도는 사람이 되어 오는 길이다.〕수고하니, 나는 정신을 괴롭게 하지 아니하리라.」

하시고,〔정신(精神)은 마음이니, 넋이라고 하는 말이다.〕돌아 드시어 더욱 시름하시었다.

태자가 북문(北門)밖에 나가시어 말을 부려 큰 나무 밑에서 쉬시며, 모시는 사람들을 물리시고 혼자 깊은 도리를 생각하시더니, 정거천이 사문(沙門)이 되어〔사문은 부지런히 도(道)를 닦는다는 말이니, 중을 사문이라고 한다.〕석장(錫杖)잡고 바리를 받들고 앞으로 지나가거늘〔장은 지팡이니, 지팡이 머리에 고리가 있어서 짚고 다닐 적에 석석(錫錫)하는 소리가 나므로 석장이라고 한다. 〕태자가 물으시되,

너는 어떤 사람이냐?」

대답하되,

부처님의 제자 사문(沙門)입니다.」

태자가 물으시되,

「어찌 사문이라 하느냐?」

대답하되,

「삼계(삼계)가 어지럽고〔삼계 안에 목숨 타고 난 것이 사람이 되었다가 짐승이 되었다가 하여 한이 없이 육취(六趣)에 두루 다니므로 어지럽다고 한다. 육취는 여섯 길로 가는 것이니, 위에 이른 다섯길에 아수라(阿修羅)까지 하여 여섯이다.〕육취가 어지러우니,〔부처님은 삼계 밖에 벗어 나시어 항상 편안하시거늘 중생은 벗어날 일을 아니하여 육취에 다니되, 수고로운 줄을 모르므로 어지럽다고 한다.〕마음을 알고 근원을 꿰뚫어 보므로 이름을 사문이라고 합니다.」

하고 허공에 날아가거늘, 태자가 이르시되,

「좋구나! 이야말로 마음에 훤히 즐겁구나!」

하시고, 돌아 드시어 매우 기뻐 하셨다.【네 문 밖에 나심이 부처님 나이 열 아홉 살이시더니, 소왕(昭王)사십 사년 임신(壬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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