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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7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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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초이렛 날 밤에〔문(사문)밖에 나 다니시던 해 이월이다.〕태자가 출가하실 시절이 다다르고, 스스로가 여기시되,

「나라 이을 아들을 이미 배게 하여 아버님 원을 이루었도다.」

하시고,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방광(放光)하시어 사천왕과 정거천에 이르기가지 비치시니,

제천(諸天)이 내려와 예배하고 사뢰되,

「무량(無量) 겁(劫)으로부터 하신 수행(修行)이 이제 와서 익었습니다.」

태자가 이르시되,

「너희 말이야 옳거니와 안팍으로 길을 막아 끊었으므로 나가지 못한다.」

제천의 힘으로 사람들을 다 졸게 하니, 곱게 모시고 있던 각시들이 다리를 다 들어내고 손발을 펴 벌리고 죽은 것 같이 굴러 들어서 콧구멍이 벌렁하게 벌어지고, 볼기에 이르기까지 감추지도 못하고 자며, 콧물과 침을 흘리고, 오줌 똥까지 사며, 코를 골고, 이를 갈고, 헛소리를 하고, 방귀까지 뀌며, 악기를 보듬고 갈아 쓰러져거늘, 그 때에 촛불이 찢어지듯 밝았더니,

태자가 보시고 여기시되,

「여자의 모양이 이런 것이었구나! 분과 연지와 영락(瓔珞)과 옷과 화만(花만)과 꽃과

팔고리로 꾸몄거든 약한 사람이 모르고 속아 탐한 마음을 내니, 지혜로운 사람이 바로 살

펴 보면 여자의 몸이 꿈 같고 꼭두각시 같도다!」

그 때에 정거천이 허공에서 와서 태자께 사뢰되,

『가십시다. 출가할 시절입니다. 오래 세간에서 즐기고 계시지 못 할 것이니, 오늘날 일체

제천이 원하되,「진리(도리)를 배우고자 원하옵니다.」』

그 때에 태자가 일어나실 적에 앉아 계시던 보상(寶牀)을 돌아 보시고, 이르시되,〔보상은보배로 꾸민 평상이다.〕

「이것이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오욕을 타고 난 땅이다. 오늘날 후로 다시는 태어나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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