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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三-9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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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척(건척)이 길마를 지어 오라』

하시니, 그 때에 말도 울고 차닉이도 우니, 태자가,

『울지 마라』

하시고, 방광(放光)하시어 시방(十方)을 다 비치시고 사자 목소리로 이르시되,

『전에 부처님 출가하심도 이러하셨다.』

하고, 태자가 말을 타고 나시니, 제석(帝釋)은 오른 쪽 녘 곁에 서고, 사천왕이 시위(侍衛)하여 허공으로 성을 넘어 나가셨다.

태자가 이르시되,

『보리(菩提)를 이루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제천이 이르되,

『좋으시구나!』

고 하더라.

태자가 아침 사이에 팔백리를 가셔 설산(雪山) 고행림(苦行林)에 가셨다.〔임(林)은 수풀이다.〕이튿날에 구이(俱夷)가 자다가 일어나셔서 땅에 쓰러져 우시며, 왕과 대애도도 슬퍼하여 나랏 사람들이 다 슬퍼하여 두루 찿아 다니더라.

태자가 보관(寶冠)과 영락(瓔珞)을 차닉에게 주시고 이르시되,

『네가 가서 왕께 사뢰어라.「정각(正覺)을 이루면 돌아가리라.」』

하니 차닉이도 울고 말도 꿇어서 발을 핥으며 울더라. 태자가 왼손으로 머리를 잡으시고 발원(發願)하시되,

「이제 머리를 끊어 중생의 번뇌를 쓸어 버리리라.」

하시고, 손수 머리를 끊어 허공에 던지시니, 제석(帝釋)이 그 머리털을 받아서 도리천에 가서 탑을 만들어 공양했다.

〔이 탑은 천상(天上)에 있는 네 탑 가운데 하나이다.〕

태자가 자기의 옷을 보시니, 출가한 사람의 옷이 아니어서, 때 마침 정거천이 산행(山行)하는 사람이 되어, 태자의 앞을 지나가니, 가사(袈娑)를 입었거늘〔가사는 풀 이름이니, 그 풀로 가사의 물을 들이므로 가사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자가 가사 입은 사람을 보면 물지 아니하므로 산행하는 사람이 가사를 입는다.〕태자가 곤복(袞服)과 가사를 바꾸어 입으시고〔곤복은 용을 그린 관대(冠帶) 옷이다.〕이르시되,

「이제야 출가한 사람이 되었도다!」

고 했다.

태자가 돌아올 뜻이 없으므로 차닉이는 말과 함께 울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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