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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독서후기 (2026-20) 만해 한용운 시선 님의 침묵 간행 100주년 님의 침묵 다시 읽기

by 돛을 달고 간 배 2026.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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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만해 한용운의 대표작 님의 침묵이 간행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시 한번 님의 침묵의 시상을 떠올리려고 한다.

🍎🍎🍎님의 침묵은 표제부터 수 많은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여러가지 해석은 다 맞기도 하고 한 편으론 어긋나기도 한 것 같다. 님의 침묵은 우선 굳건하게 닫혀있는 마음의 침묵이고 닫혀있는 문은 언젠가는 열리기를 강렬하게 희망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어 님의 침묵에서의 님은 지금 부재중입니다.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
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
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
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
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源泉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개인적으론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란 귀절을 참 좋아합니다. 나를 사랑한 님인지 나를 미워한 님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와 더불어 고난을 헤친 그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나에게 영원한 침묵과 그리움으로 남을 거예요.

🍎🍎 알 수 없어요. 단지 모를 뿐, 모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알 수 없다는 당위적 명제는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어요. 알 수 없어서 무지몽매한 것이 아닙니다.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기에 나는 여기에 존재합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
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
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처서, 옛 탑 위
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
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
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나룻배와 행인은 기다리고 떠나는 이의 집착을 버린 모습을 관조하고 있습니다. 단지 행할 뿐! 수처작주 입처개진......나는 어디서나 당당한 모습으로서 나일뿐.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
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
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논개論介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
논개는 옛 시절의 논개가 아니 듯 남강의 흐르는 강물은 말해줍니다. 논개의 사당이란 이름표에 이끌리는 순간 나는 이미 논개와는 천지현격으로 멀어집니다. 사당앞에 선 나는 논개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합니다.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날과 밤으로 흐르고 흐르는 남강南江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라서 달음질칩니다


論介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랑하는
論介여 .

그대는 조선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이
다. 그래서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데 있느뇨. 죽지 않은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고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혀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
운 그대의 금속을 회상한다.
술 향기에 목마친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바람은 귀신나라의 꽃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를 얼렸다.
가날픈 그대의 마음은 비록 침착하였지만, 떨리는 것
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아름답고 무독無毒한 그대의 눈은 비록 웃었지만, 우는 것보다도 더욱 슬펐다.

붉은 듯하다가 푸르고 푸른 듯하다가 희어지며, 가늘
게 떨리는 그대의 입술은 웃음의 조운朝雲이나, 울음의 모우暮雨이냐, 새벽달의 비밀이냐, 이슬꽃의 상징이냐.

빠비 같은 그대의 손에 꺾기우지 못한
낙화대落花臺의 남은
꽃은 부끄럼에 취하여 얼굴이 붉었다.


옥 같은 그대의 발꿈치에 밟히운, 강언덕의 묵은 이끼
는 교긍驕矜에 넘쳐서 푸른 사롱紗籠
으로 자기의 제명題名을 가리었다.

아아 나는 그대도 없는 빈 무덤 같은 집을 그대의 집
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름뿐만이나마 그대의 집도 없으면, 그대의 이
름을 불러볼 기회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피어 있는 꽃
을 걲을 수는 없습니다.


그대의 집에 피어 있는 꽃을 꺾으려면, 나의 창자가
먼저 꺾어지는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꽃을 심을 수
는 없습니다.


그대의 집에 꽃을 심으려면, 나의 가슴에 가시가 먼저
심어지는 까닭입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금석金石 같은 굳은 언약을 저버린 것은 그대가 아니요, 나입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쓸쓸하고 호젓한 잠자리에 외로
이 누워서, 끼친 한恨에 울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요, 그대입니다.

나의 가슴에 사랑의 글자를 황금으로 새겨서, 그대
의 사당祠堂에 기념비를 세운들 그대에게 무슨 위로가 되오리까.


나의 노래에 눈물의 곡조를 낙인으로 찍어서 그대의
사당에 제종祭鐘을 울린대도 나에게 무슨 속죄가 되오리까.
나는 다만 그대의 유언대로, 그대에게 다하지 못한 사
랑을 영원히 다른 여자에게 주지 아니할 뿐입니다. 그것은 그대의 얼굴과 같이 잊을 수가 없는 맹서입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그대가 용서하면, 나의 죄는 신
에게 참회를 아니한대도 사라지겄습니다.

천추千秋에 죽지 않는 논개여.
하루도 살 수 없는 논개여.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얼마나 즐거우며, 얼마
나 슬프겄는가.

나는 웃음이 겨워서 눈물이 되고, 눈물이 겨워서 웃음
이 됩니다.


용서하여요, 사랑하는 오오 논개여.

💥💥💥💥
빠비 같은 그대의 손에 꺾기우지 못한
낙화대落花臺의 남은 꽃은
부끄럼에 취하여 얼굴이 붉었다.

👉
폐월수화 (閉月羞花)라는 고사가 생각나는 귀절이다.
"달은 구름 뒤로 숨고, 꽃은 부끄러워 시든다"는 뜻으로 폐월(閉月) - 초선(貂蟬)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이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구름이 달을 가렸습니다. 이를 본 양아버지 왕윤이 "달조차 내 딸의 미모에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구나"라고 말하며 유명해졌습니다.
수화(羞花) - 양귀비(楊貴妃)당나라의 양귀비가 화원을 거닐다 함수초(건드리면 잎을 오므리는 풀)를 만졌더니, 꽃잎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기가 죽어 잎을 말아 올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낙화대에서 떨어지는 논개의 인형같이 가느다랗고 여읜 손에도 당연히 꺾여서 같이 강물속으로 들어가야 했건만, 남은 꽃조차(논개의 고귀한 충절을 높이 기림) 오히려 남겨져서 부끄러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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