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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독서후기(2026-2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황가한 옮김)

by 돛을 달고 간 배 202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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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1977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상류 가정
출신 소녀의 정신적 독립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 2003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나이지리아 현대사를 조명하면서 그곳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두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로 오렌지 소설상(써 여성 작가 소설상)과
10년간의 오렌지 소설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최고 중의 최고 상'을
받았고, '천재 상'으로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선정
'올해의 100대 도서' 목록에 올랐다. 모든 것이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그린 소설집 "숨통"2009은 <파이낸셜타임스>선정 올해의 책' 목록에 올랐다. 2011년에는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되었다.
동시대 나이지리아 출신 청년들의 아메리칸드림과 그 명암을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재치 있게 그려 낸 작품 "아메리카나"2013는 전미 서평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더 타임스> 선정
21세기 필독 소설 100권'에 뽑 쪘다. 이후 에세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2014와 <뉴욕 타임스>선정 '올해의 100대 도서'에 뽑힌
"엄마는 페미니스트"2017로 전 세계 여성들에 게 페미니즘적 메세지를 전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해버퍼드 대학교, 에든버러 대학교, 애머스트 대학교,
"아메리칸 대학교,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8년에는 PEN 핀터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
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엄마는 페미니스트"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 "숨통 " "제로 K" "사랑항목을 참조하라"  "순수한 인생", "울지마, 아이야" 등이 있다.

차례

🌐🌐🌐🌐 나에게는 좀 멀리 느껴지고 생소한 작가와 나라의 소설이지만, 소설의 내용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 무거움이 줄곧 생각을 지배한다.

🍎🍎 종교든 관습이든 그것이 합리적인 성격을 뛸적에 오랫동안 그 가치가 소멸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는 왕이 되려고 한다.
종교, 즉 신의 가르침은 얼마나 황홀한가?
한 가정에서 신의 가르침을 주도하는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다른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울타리를 치는 순간이 되면 그 좋은 신앙의 의미도 퇴색이 되고만다. 신의 말씀을 가장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주님의 몸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받지 않을 순 없다. 그건 곧 죽음이야, 너도 알잖니."
"그럼 죽을게요."오빠는 두려움 때문에 눈동자가 콜타르색으로 변했으면서도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죽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높은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졌다는 증거, 절대로 떨어지리라 생각지 않았던 뭔가가 떨어졌다는 증거를 찾듯 식당안
을 획 둘러봤다. 그러고는 미사 경본을 집어 그것이 식당을 가로지르게끔 오빠를 항해 던졌다. 그것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어머니가 자주 닦는 유리 장식장에 맞았다. 첫 번째 선반을 깨고 손가락만 한 베이지 도자기 인형들, 다양하게 뒤튼 자세를 취한 발레 무용수들을 휩쓸어 단단한 바닥에 떨어뜨리고 나서 안착했다. 아니. 인형 파편 위에 안착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
르겠다. 삼 년 주기의 교회력에 따라 미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글이 담긴, 커다란 가죽 장정 미사 경본은 거기 그렇게 놓여 있었다.


🍎🍎나이지리아 반체제 언론 스탠더드, 아니 정론 언론을 펴는  언론사의 대표를 체포한 정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결코 있었서는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오빠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났다. 오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 마시러 부억에 가는 척 하면서 한동안 거실 문 근처에 서서 엿들을 것이었다. 오빠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오더니 아데 코커가 (스탠더드)편집부 사무실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길에 군인들에게 체포되었다고 말해 줬다. 차는 앞문이 활짝 열린 채 길가에 버려져 있었다. 나는 아데 코커가 차에서 끌어내져 다른 차, 아마도
검은색 스테이션왜건 ㅡ-가득 탄 군인들이 차창에 총구를 걸치고 있는 ㅡ- 거기에 욱여 넣어지는 상상을 했다. 그의 손이 공포로 부들부들 떨리고 바지가 한가운데부터 서서히 젖어 나가는 상상을 했다.
나는 그의 체포가 지난 호<스탠더드>의 머리기사, 즉 국가 원수 부부가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헤로인 밀반출을 지시했다는 이야기, 최근 있었던 삼 인의 처형에 의문을 표하고 진짜 마약왕은 누구냐고 묻는 이야기 때문임을 알았다.

🍎🍎자신의 딸이 일등을 놓쳤다. 그 놈의 일등이 뭐길래, 내 삶의 많은 궤적에서 나 또한 일등이라는 이상한 병을 여러 번 겪었던 것 같다.

친웨 지데제는 어디 있냐?" 교실 앞에 도착하자 아버지가 물었다. 아이들 무리가 문 앞에 서서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관자놀이 주위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가 뭘 하려고 그러지? 친웨의 하얀 얼굴은 늘 그렇듯 무리의 중심에 있었다.
"가운데 있는 애예요."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친웨한테 말을 걸 작정인가? 1등 했다고 그 애의 귀를 잡아당길까? 나는 땅이 갈라져서 학교를 통째로 삼켜 버리길 바랐다.
'재를 봐." 아버지가 말했다. "머리가 몇 개냐?"
"하나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친웨를 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봤다.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파우더 콤팩트 크기의 작은 거울을 꺼냈다."거울을 봐."
나는 아버지를 빤히 쳐다봤다.
"거울을 보라니까."
거울을 받아서 들여다봤다.
"네 머리가 몇 개냐, 그보?" 아버지가 처음으로 이보어를 섞어서 물었다.
"하나요."
"저 애도 머리가 하나지 두 개가 아니잖니. 그런데 왜 재가 1등을 하도록 놔뒀지?"

🍎🍎파파은누쿠는 전통과 토착신앙을 지키며 살아 온 순박한 사람이다. 캄빌리의 아버지는 카톨릭의 전통을 고수하는 자칭 골수 가톨릭 신앙인이다. 그는 기도를 할 때에도 이교도는 지옥에 갈 거라고. 그래서 파파은누쿠의 전통신앙은 아무데도 쓸 곳 없는 이적이라 그의 개종을 위해 기도한다.

아버지는 시편에서 몇 구절을 읽은 다음 주기도문, 성모송, 영광송, 사도 신경을 외웠다. 아버지가 먼저 몇 마디름를 말하면 우리도 소리 내어 같이 외긴 했지만 바깥의 정적이 우리 모두를 감싸고 뒤덮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제 우리 각자의 언어로 성령님께 기도하겠나이다. 성령님께서는 그분의 뜻대로 간구하시나니."라고 말했을 때 정적이 깨졌다. 우리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불협화음처럼 들렸다. 어머니는 평화와 우리 나라의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했다. 오빠는 사제들과 교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는 교황님을 위해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이십 분 동안 우리를 사악한 자들과 세력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나이지리아와 나이지리아를 다스리는 불신자들을 구원해 달라고, 우리가 계속 공정함 속에서 자라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우리 파파은누쿠가 지옥에 가지 않도록 파파은누쿠의 개종을 위해 기도했다. 아버지는 꽤 시간을 들여 지옥을 묘사했다. 지옥 불이 영원하고 맹렬하고 사납다는 걸 하느님이 모르는 양. 끝으로 우리는 소리 높여 말했다. "아멘!"

🍎🍎 미사전에 공복을 유지해야 되는 율법인데 캄빌리가 콘플레이크를 먹다가 아버지에게 걸렸다.
죽지 않을 만큼 두드려 맞았다.

아버지의 하얀 셔츠는 완벽하게 재단되었음에도 거대한 살덩어리, 불룩한 배를 축소하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내 손에 들린 유리그릇을 빤히 쳐다보는 동안 나는 분유 덩어리 사이를 떠다니는 눅눅한 콘플레이크 몇 조각을 내려다보면서 아버지가 어떻게 소리 없이 계단을 올라왔을까 생각했다.
"뭐 하는 거나. 캄빌리?"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저.....저
"미사 십 분 전에 음식을 먹고 있는 거나? 미사 십 분 전에?'
"애 생리가 시작됐는데 생리통이 있어서:..." 어머니가 말했다.
오빠가 말허리를 잘랐다. "제가 캄빌리한테 파나돌 먹기 전에 콘플레이크 먹으라고 했어요, 아버지. 제가 부어 줬어요."
"악마가 셋 다한테 심부름해 달라고 한 거야?" 아버지의 입에서 이보어가 튀어나왔다. "악마가 내 집에 텐트를 쳤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아봤다. "당신은 가만 앉아서 애가 공복재 어기는 걸 보고만 있었어,
마카 은니디?"
아버지가 천천히 벨트 버클을 풀었다. 몇 겹의 갈색 가죽으로 만든 무거운 벨트에 차분한 색 가죽을 씌운 버클이 달린 것이었다. 그것은 먼저 오빠에게, 어깨를 가로질러 내려앉았다. 그다음에는 두손을 들어 막는 어머니의 위팔, 성당 갈때 입는 블라우스의 스팽글 달린 부푼 소매로 싸인 위팔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내가 그릇을 내려놓는 순간 내 등에 내려않았다. 나는 때때로 바람에 젤라바를 다리에 철썩이는 풀라니족 유목민이 회초리로 내는 찰싹 찰싹 소리로 소 떼를 몰며 에누구에서 길 거너는 모습을 쳐다보곤 했다.

🍎🍎나이지리아의 화장실 장면의 묘사는 우리들도 거쳐 온 시기가 있었다. 어떤 곳은 흔히 뚫려 칸막이도 없는 그런 화장실의 모습은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화장실은 너무 좁아서 두 팔을 뻗으면 양쪽 벽을 동시에 만질 수 있었다. 우리 집처럼 바닥에 깔린 폭신한 깔개나 변좌와 변기 뚜껑에 씌운 털 덮개는 없었다. 그리고 변기 옆에는 빈 플라스틱 양동이가 있었다. 소변 본 후에 물을 내리려 했지만 물탱크가 비어 있었다. 레버가 힘없이 내려갔다 올라왔다. 나는 몇 분 동안 그 좁은 공간에 서 있다가 이페오마 고모를 찾으러 갔다. 고모는 부엌에서 비누를 적신 스펀지로 등유 화로 옆면을 닦고 있었다
"재로 받은 가스는 아주아주 아껴 쓸 거야." 이페오마 고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특별 요리를 할 때만 써서 오래오래 써야지. 그러니까 이 등유 화로를 당장 집어넣지는 않을 거란다."
내가 하려는 말이 가스레인지랑 등유 화로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베란다에서 오비오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모, 변기 물탱크에 물이 없어요."
"소변봤니?"
"네"
"우리 집은 아침에만 물이 나와, 오 디 에구. 그래서 소변봤을 때는 물을 안 내리고 정말 물을 내려야 할 게 있을 때만 내린단다.
가끔 며칠 동안 물이 안 나올 때는 온 식구가 다 볼일을 볼 때까지 뚜껑을 닫아 났다가 한동이 부어서 한꺼번에 내려보내지. 그래야
물이 절약되거든." 이페오마 고모가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파파은누쿠가 죽었다. 여전히 캄빌리 아버지는 이교도라서 구원받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착하디 착한 사람이 구원 받지 못한다면 신은 왜 필요한건지.

어머니는 웃고 있었다. "우무음, 어서 와라.어서 와."
어머니는 우리 들을 동시에 끌어안고 얼굴을 오빠 목덜미에 묻었다가 내 목덜미에 묻었다."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열흘보다 훨씬 더 된 것 같구나."
"이페오마는 이교도를 돌보느라 바빠더군." 아버지가 시시가 탁자에 가져다 둔 병에서 물을 따르며 말했다."애들 데리고 아옥페 참배를 가지도 않았더라고."
"파파은누쿠가 돌아가셨어요." 오빠가 말했다.
어머니가 한 손을 가슴에 얹었다."치 음! 언제?"
"오늘 아침에요." 오빠가 말했다. -주무시다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가 양팔로 자신을 감쌌다. "에우우, 그래, 저세상으로 가셨구나. 에우우."
"심판받으러 간 거지." 아버지가 물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페오마가 생각이 짧아서 죽기 전에 신부를 부르질 않았어. 죽기전에 개종했을지도 모르는데."
"개종을 원치 않으셨을 수도 있죠." 오빠가 말했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어머니가 재빨리 말했다.
아버지가 오빠를 쳐다봤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이교도랑 한집에 살면서 배운 거야?"
"아뇨." 오빠가 말했다.
아버지는 오빠를 보다가 나를 보고는 우리의 낯빛이 변하기라도 한 양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서 씻고 내려와서 저녁 먹어라."아버지가 말했다.

🍎🍎 캄빌리의 아버지는 가정이란 울타리를 치고 왕이 된다. 신앙이라는 방어벽을 치고서 자신의 기준 이하라면 폭력도 정답으로 바뀐다.

이제는 그 상징마저 사라지고 아버지의 발치에 더운색 줄무늬가 그려진 종잇조각만 놓여 있었다. 아주 꼼꼼히 찢어서 조각이 아주 작았다. 나는 갑
자기 미친 사람처럼 파파은누쿠의 몸이 그렇게 작은 조각으로 잘려서 냉장고에 보관되는 것을 상상했다.
안 돼! " 내가 날카롭게 외치며 바닥의 종잇조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구하려는 듯이, 그것을 구하면 파파은누쿠를 구할 수 있다는 듯이. 나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종잇조각 위에 엎드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바닥에 엎드려 [중학 통합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자궁 속 태아 그림처럼 몸을 단단히 웅크렸다.
"일어나! 그림 위에서 비켜!"
나는 거기 엎드린 채 꼼짝하지 않았다
"일어나!" 아버지가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슬리퍼에 달린 금속 버클에 맞자 대왕 모기에 물린 것처럼 따끔했다. 아버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쉼 없이 떠들었다. 부드러운 고기와 뽀족한 뼈처럼 이보어와 영어를 섞어 말했다. 불신자. 이교 숭배. 지옥불. 발길질의 박자가 빨라지자 아마카의 음악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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