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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종말을 위한 파국은 다가오고 있는가! 낙빈은 문득 생각을 한다. 흑단인형과의 마지막 만남을 위한 마무리 여정을 떠난다. 나는 나일까? 나는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
🍎🍎 세상을 멸적하려는 흑단인형,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 놓인 이어도는 강력한 결계임에도 불구하고 헤르메스의 한쪽을 찾아 이어도의 결계를 헤체하면서 들어 오려고 한다.
쑤우욱.
붉은 기모노를 입은 흑단인형은 별 어려움 없이 이어도의 안쪽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그녀의 발을 감싼 가죽신이 먼저 이어도의 결계를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발은 회색으로 높다랗게 게 뻗은 산등성이 비자니무의 두툼한 회갈색 니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가, 가슴이, 목이, 얼굴이 모두 이어도 안으로 들어오는 데..
철크렁!
무언가 거친 쇳소리가 났다.
"웃!".
젊은 신음 소리는 흑단인형의 것이었다. 이어도 안으로 들어오려던 그녀의 몸이 털경하고 멈취버렸다. 왜인지 그녀의 오른쪽
손목 부분이 결계에 매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뱀을 품은 왼손은 결계의 안으로 들어섰지만 오른손만은 결계 바깥쪽에 붙잡혀있었다.
카르릉!철크렁!
흑단인형의 오른손이 이어도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마다 귀를 스치는 카랑카랑한 마찰음이 퍼졌다. 왜인지 이어도는 흑단인형의 모든 것을 허락했음에도 오른손만은 섬에 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p.123 안식의 시간
🍎🍎 이미 결계의 안에서는 헤르메스의 한쪽 초록색 뱀의 구원을 위해 낙빈이 애를 쓰고 있다.
그 결계의 양쪽에서 흑단인형은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녀와 낙빈 일행 사이에는 불과 수 미터의 공간밖에 없었다.
서로가 손을 뺀으면 금방이라도 당을 듯한 거리률 두고 그들은
마주 보게 되었다. 낙빈은 눈앞에 선 흑단인형의 모습에 몸이 굳
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긴장이 온몸을 소름 돌
게 했다. 낙빈에게 그녀는 두려움 이상의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숨겨왔던 모든 기억을 바라본 이후로 그녀에 대해 가없은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린 감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복잡해서 함부로 이름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런 존
재가 드디어 소년의 코앞에 있었다. 수십 번, 수백 번 이 순간을 생각해 보고 가상해 보았지만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곳에 숨어 있었구나. 네가 있을 줄 알았다."
흑단인형이 까만 눈동자를 들어 낙빈을 찾았다. 그눈이 슬며시 웃음을 짓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물처럼 스르르 흐르더니 낙빈의 곁에서 초록 눈을 동그랑게 뜬 뱀에게로 향했다.
"라미아의 뱀이여, 너의 자매가 기다리고 있다. 내게로 오라."
뱀을 향해 느리지만 강렬한 의지를 담은 그녀의 말이 또박또박 새겨졌다.
p.124 안식의 시간
🍎🍎흑단인형은 자매 뱀에게 인간의 종말을 선언하자고 자기에게 오라고 한다. 그에 반해 낙빈은 자매 뱀에게 구원할 자는 자기들 스스로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뱀이 몸을 세우는 순간. 흑단인형의 손아귀에서 까맣게 타들어간 또 다른 뱀 역시 고개를 치였다. 두 마리의 뱀이 입을 벌리자 새까만 혀가 허공을 가르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야 만난 것을 기뻐하는 것도 같고 상처받은 서로에 대해 슬퍼하는 것도 같았다.
"라미아의 뱀이여. 오라, 내게로, 너희에게 끔찍한 저주를 내린 간악한 인간들에게 종말을 선언하자."
흑단인형의 음성에 이어도 안쪽에서 기다리던 초록 뱀이 온몸음 비비 꼬았다.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는 듯 양
가의 감정이 뱀의 몸을 비들었다. 초록 뱀은 흑단인형에게 가까이 가지도,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못했다.
-뱀이 선택한 것은 인간의 주말이 아니에요.
곁에 서 있던 낙빈이 반걸음쯤 앞으로 나섰다. 소년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소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부끄럽대는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낙빈은 모든 걸 흑단인형에게 집중했다. 그녀가 뱀에게서 눈을 굴려 다시 낙빈을 바라보는 순간 소년의 가슴은 한
없이 두 방망이질해됐다.
'법이 선택한 것은 인간의 종말이 아니라.스스로에 대한 구원이에요."
p.125 안식의 시간
🍎🍎 멸절, 종말이라는 파국의 언어가 쏟아진다.
초록뱀은 망설여진다.
매서운 눈빛이 다시 낙빈을 노려보았다. 정현의 손아귀도 더욱 더 단단해졌다. 금방이라도 낙빈을 향해 흑단인형의 분노가 퍼부어질 것만 같았다
'뱀들은 복수를 원한다. 인간 종족의
멸절을 원해. 잠시 동안 그녀를 만났다고 그 마음을 다 안다고 하지 말아라.
그 마을이 변했다면요? 진짜 원하는 게 복수가 아니라 해방이라면요? 복수의 마음을 이용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렇다면 당신 역시 이들을 이용하려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거잖아요.
"갈喝!"
쉰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음성에 노한 감정이 그득했다. 감히 그녀가 누군가를 이용하려 한다는 말에 몹시도 성을 내고 있었다. 흑단인형의 목소리에 가득한 분노의 기운이 낙빈을
향해 소용돌이쳤다. 그 앞에서 소년은 언 듯 꼼짝하지 못했다.
휘잉, 휭!
대신 그 앞을 막아선 것은 은빛의 날선 검이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정현이 낙빈과 흑단인형의 사이를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빙그르르 돌아서는 날선 검기가 흑단인형이 내쏜 강력한 기운을 휘돌리며 사방으로 퍼뜨렸다. 낙빈을 공격하던 분노의 기운이 순식간에 무효화되었다. 정현의 짙은 눈이 흑단인형을 노려보았다. p.127 안식의 시간
🍎🍎 노란눈의 뱀과 초록 뱀이 만났다.
구원인가, 공멸인가, 서로의 의중을 표출시킨다.
질문과 대답안에 그들이 살아왔던 시간의 굴레와 경험의 깊이가 숨어 있었다. 눈을 굴리는 자매를 빤히 바라보던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아이가 천천히 물었다
"쉬이익. 그것들을 다 죽이면 무얼 할 거지?"
"으응?"
"쉬이익. 너는 네가 기대고 있는 인간의 딸아이에게 의지하여 그 아이의 소원을 들어줄 셈이나? 우리를 빼앗고 우리를 이용하려던 그 무리들에게 했던 것처럼?"
"으응?"
쉬이익. 너와 함께하고 있는 붉은 옷의 딸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쉬익. 인간의 멸망. 나의 복수."
"쉬이익. 산 것을 저승으로 보내고 저승의 것들을 세상으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인간 세상을 엉망으로 만든다. 쉬익. 인간 세상은
멸망한다. 그리고 ... 저 붉은 아이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면 어찌할 셈이지?'
"으응?"
에메랄드빛 눈이 곤란한 물음을 던질 때마다 노란 뱀눈이 가우뚱가우뚱 이리저리 움직였다. 말문이 막힐 때마다 노란 눈동자가 흑단인형 쪽을 바라보았지만 흑단인형은 마주 바라봐주지 않았
다.
하얀 가면 저편에 숨은 흑단인형의 검은 눈은 반대편 에메랄드빛 눈동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p.131 안식의 시간
🍎🍎 자매의 뱀은 자신의 몸을 상대에게 던지면서 구원의 길로 사라져간다.
자매는 구원을 택하겠다."
노란 눈의 뱀은 흑단인형을 항해 마지막 말을 마쳤다. 두 마리의 뱀은 서로의 몸을 재빨리 타고 오르막 위로, 위로 솟구처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꼬리가 땅에서 떨어져 허공에 머무는 순간 새하얀 두 개의 이빨에 날을 세웠다.
흥
"카앗!"
"카악!"
쩍 벌어진 두 개의 이빨이 반짝거렸다. 두 마리의 뱀은 자신의 이빨을 상대의 몸통에 박아 넣었다. 여리고 나약한 살점에 새하얀 독니가 박히는 순간, 살점이 주욱 찢어지고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카아앗!"
"캬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욱신욱신한 통증이 그들의 벗은 살을 꿰뚫는 순간 자매는 지금껏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진정한 휴식과 안락이 서로에게 찾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더 깊이, 더 깊이 서로의 몸통에 독니를 박아대고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처대는 그 순간. 그것은 처절하도록 끔찍하고 안타까운 동시에 황홀한 해방과 구원의 순간이기도 했다. p.135 안식의 시간
🍎🍎 신비소설 무巫는 무속의 세계에서 전해오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작중인물의 무의식세계와 그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흥미로움을 더한 대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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