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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서맨사 하비
소설 (황야) (모든 것은 노래다) (도둑에게) (서풍)을 썼다.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 여성 문학상. 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와 월터 스콧상 후보에 올랐고 (황야)는 베티 트라스크상을 수상했다. 그외 저서로는 논픽션 (형태 없는 불안: 잠못
이루는 한 해)가 있다. 배스스파대학교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친다.
(궤도)는 2024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호손덴상을 받았으며, 오웰상 정치 소설 부문. . 어슐러K. 르 귄소설상 후보에 올랐다.
옮긴이 송예슬
대학에서 영문학과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니악)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 (언캐니 밸리) 등이 있다.
⛱️⛱️궤도의 궤도 이탈
나와 나라와 지구는 얼마만큼 작은 존재이면서 크게 다가오는가! 우리들은 얼마나 적은 이익을 위하여 다투고 서로를 헐뜯는가. 우주 공간에서 생각하는 나와 지구, 나와 우주에 대한 확대된 질문과 대답을 글에다 옮겨서 전해준다.
💥💥 우주선에서의 일상
9개월 동안 임무를 하면서 아침 운동으로 쓰는 시간은 통틀어 대략 540시간. 아침과 오후에 지상의 미국인, 유럽인, 러시아인 근무원들과 진행하는 회의는 500번 4320번의 일출과 4320번의 일몰. 이동 거리는 1억 800만 마일에 이른다. 화요일은 36번인데 오늘이 그중 하나다. 540번 치약을 삼켜야 한다. 36번 티셔츠를 갈아입고, 135번 속옷을 같아입는다. (속옷을 매일 같아입는다는 것은 분에 넘치는 사치다.) 양말은 54번 갈아 신는다. 오로라, 허리케인, 폭풍의 횟수는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달은 당연하게도 아홉 번 주기를 채운다. 날들이 엇나가는 동안에도 이들의 은빛 동반자는 잔잔하게 위상을 달리하며 움직이고, 그러면서도 하루에 몇 번씩, 가끔은 기묘하게 뒤틀린 모습으로 목격된다.
💥💥광대한 공간에서 스치는 생각들
가끔은 좀 새로운 생각을 하자고 스스로 되뇐다. 궤도에서는 너무 거창하고 오래된 생각만 붙들게 된다.
새로운 생각,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한 생각을 하자.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란 없다. 그저 새로운 순간에 태어난 오래된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저 지구가 없으면 우리 모두 끝장이라는 거다.
지구의 은총 없이 우리는 단 1초도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는 헤엄쳐 건널 수 없는 깊고 어두운 바다위 배에 탄 선원들이다.
치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궤도에 있는 동안 가족을 잃어 충격에 빠진 사람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나. 분명히 집으로 돌아가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는 말해 봤자 부질없다. 그저 창밖으로 빛이 갑절로 또 갑절로 퍼지는 것을 바라봐야 할 뿐이다.
💥💥백년의 고독 천년의 침묵같이
애초에 이들은 힘을 얻으려고 우주에 온 게 아니다. 모든 걸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알고 더 겸허해지려고 있다. 속도와 정지 거리와 친밀, 덜해지고 더해지는 것. 이들은 자신들이 작은 존재임을. 아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닫는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체외 세포들을 왕창 키우는 이들은, 이 순간 자신들이 살아있는 것이 빈약하게 뛰는 심장 속 이런 세포들에 달려있음을 안다.
💥💥 비범함의 함정
어찌 보면 인간 문명도 하나의 인생 같다. 우리는 어린 시절 특별하게 키워져 더없이 평범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고 순진한 마음에 벌컥 기뻐한다. 특별하지 않다면, 적어도 혼자는 아닐 테니까.
우리 세상과 같은 태양계가 아주 많이 존재하고 아주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면 적어도 한 곳에는 틀림없이 생명체가 살 것이다. 함께라는 느낌이 하찮은 우리 존재를 위로한다.
💥💥우리 어디에서 만날까?
언젠가 우리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썩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직립 유인원이 거울 속에서 우리를 다시 바라보는 모습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생각할 것이다. 그래, 우린 혼자야, 그러라고 해. 그날은 아마도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모든 존재의 본질이란 위태로이 핀 끝에서 동요하는 것,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 아닐까,
💥💥 지구 궤도를 도는 파편이 된다 한들
왜 이러고 있지? 절대 번영할 수 없는 세상에서 바득바득 살아 보려고 하는 이유는 대체? 완벽한 지구가 저기 있는데 굳이 우주가 원치 않는 곳에 가려고 하는 이유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갈망은 호기심일까 아니면 배은망덕함일까. 숀은 절대 알 길이 없다. 이 기묘하고 뜨거운 열망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까 아니면 바보로 만들까. 딱히 어느쪽에도 못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생각들이 벽에 부딪쳐 멈춘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근심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 벌써 100번째다. 달로 떠나간 네 사람, 그의 동료들이자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기운 차려, 아내는 이렇게 말했었다. 저 위에서 소멸하더라도 당신은 수백만 개 파편이 되어서 지구 궤도를 돌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 않아? 그리고 비밀을 모의하듯 웃는다. 습관처럼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 한 호홉속으로 우주를 받아들여
얼굴 주름이 펴진다. 몸은 원자-자아가 담긴 샘, 걱정을 잊은 부분들의 합이다. 끝없이 새
로운 게 만들어지며 팽창하는 지구 밖에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스스로 이는 듯하다. 이곳에서 우리 삶은 더없이 사소하지만 동시에 중대하다고, 되풀이되지만 동시에 유례가 없다고 당장이라도 일어나 말할 것만 같다. 우리 존재의 의미는 크지만 동시에 무의미하다. 인류 위업의 정점에 도달하고 보니 그것이 얼마나 미미한가를 깨닫게 되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가 이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위업임을 비로소 이해한다. 우리를 공허와 갈라놓는 금속 물체 안에서 죽음은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 모든 곳에 생명이 있다. 모든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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