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리사 리드센Lisa Ridzén
스웨덴 최북단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지금은 외스테르순드외곽에 살며,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롱흘멘 작가 아카데미 Langholmen Writer's Academy에 다니면서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데뷔작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할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가족에게 남긴 메모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출간 직후 소설은 스웨덴을 비봇, 덴 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여러 국가에서 언론과 독자 모두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
에게 수여하는 엠틀란드 헤르예탈렌 / mi(lamd Hiricdluken의 '문학부문' 문화장학금을 받았으며, 2024년 가을에는 에테보리 도서전에서 얼린 공식 시상식에서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
으로 선정되었다. 전 세계 32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옮긴이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문학을 번역하며 한국에 소개해왔으며, 2012년에는 노르웨이 해외문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번역가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샤이닝" "진짜 노동" "멜랑콜리아" "톨락의 아내"
"그 여지는 화가 난다." "우리의 사이와 차이" "나의 투쟁 " "사자를 닮은 소녀," "밤의 유서" 등이 있다. 스테인세르 코뮤네 예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백야와 극야를 벗삼아 글을 읽고 번역하고 있다.

⛱️⛱️ 전해오는 느낌은 무엇인가?
내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안드르센 보는 임종을 바라보며 반려견 식스텐과 함께 요양보호사들의 간호로 날을 보내고 있다. 같이 살던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보내고 자주 들리는 아들 한스와 같이 투병하는 친구만이 유일한 소통자원이다.
보는 자신의 내면의 마음을 꾸밈없이 내보인다.
내면의 마음과 과거의 회상(아내와 아들 한스와의 추억, 옛 직장 제재소)이 복합적으로 현실의 모습에 아련하게 투영된다. 무엇보다 강한 심리적 우군은 반려견인 식스텐이다.
⛱️⛱️ 할아버지 보의 걱정 아닌 걱정
요양보호사들 중 일부는 난로에 불을 피우는 법을 모른다. 그들은 장작을 쌓아 올려 위에서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밑에 나란히 놓이둔다. 처음에 나는 그들에게 벽난로에 불 피우는 법을 가르쳐주곤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이 피곤
해져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특히 젊은 요양보 호사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노인에 대해 이런저런 할 말이 많지만. 어쨌든 그는 내게 난로에 장작불을 피우는 방법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코앞에 가져다주는 것에 익숙할 뿐.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다 큰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전이 된다거나 지역의 수도 공급이 멈취버린다면 그들은 종잇조각처럼 힘없이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 간병인 잉리드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물었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이미 여러 번 나를 도와주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번 그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아내의 체취를 기억하기 위해 치매에 걸린 아내의 스카프를 항아리에 담아놓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 말고 또 있을까.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잉리드에게만 이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나는 당신 앞이라 하더라도 나 자신을 부끄럽고 한심하게 여겼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 반려견 식스텐
장작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고, 식스텐의 숨소리는 무거워졌다. 나는 개의 귀 뒤편과 목을 긁어주었다. 강아지였을 때와 마가지로 여전히 보들보들하고 폭신했다. 포케르에 사는 프레드릭손 가족이 우리에게 강아지를 입양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식스텐은 우리가 그들에게서 입양했던 일곱 번째 개였다. 엘크 사냥을 위해 그들이 번식시켰던 개는 어림잡아 백 마리는 될 것이다. 당신은 우리가 갓 태어난 강아지
를 돌보기엔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다. 한스도 당신 말에 동의했다. 나는 당신과 한스가 어리석은 비관주의자라고 생각했다.
⛱️⛱️ 마지막 자존심
사타구니에 퍼지는 뜨뜻한 열기 때문에 잠을 깼다. 화장실에 가는 꿈을 꾸었다 마치 한스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비록 많이 지리진 않았지만 충분히 불편하고 찝찝했다.
벽시계로 시선을 던졌다. 곧 요양보호사들이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올 것이다. 하지만 내겐 욕실에 가서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을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들은 내게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그들이 대문을 나서자마자 기저귀를 벗어
버리곤 했다. 그들은 내가 기저귀 차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 하겠지만. 나는 기저귀를 차고 다니느니 차라리 옷에 오줌을 지리고 갈아입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 부끄러움도 비우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칼레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번에는 양이 훨씬 많았다. 바지의 젖은 부분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였다.
"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는시작 단추를 누르지도 않은 채 전자레인지를 닫았다. "얼른 기저귀를 갈고 깨끗한 바지를 입혀드릴게요."
칼레와 시선이 마주쳤다.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몸을 일으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 아들의 생각, 부모의 생각
나는 우리 아들이 정말 현명한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정말 바닥에 열선을 깐 새 욕실이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면 관절에도 좋을 것 같아요. 의사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좋다고 했잖아요."
우리 아들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앉아 있었다.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나는 온수기의 물을 다 쓰지도 못한 채 죽을지도 모른다.
별안간 피곤함이 몰려들어 눈을 감았다. 나는 홀로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보는 한스의 모습을 상상했다. 냉동실에 채워놓았던
음식들을 모두 꺼내고, 그것들을 상자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는 모습.
아니. 어쩌면 그는 그 음식들을 모두 버릴지도 모른다.
⛱️⛱️ 손녀야 너 마저
엘리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린 채 가만히 않아 있기만 했다. 무슨 일일까? 평소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식스텐을 돌보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을 아버지에게서 들었어요." 엘리노르가
한참 후에 말했다.
보아하니 그 빌어먹을 자식이 이미 그 애의 머리에 말도안되는 생각을 심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주먹을 쥐어보려 했지만 손가락을 구부릴 수가 없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내 삶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의 손녀는 스웨터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엘리노르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엘리노르의 눈빛이 한스의 눈빛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이제 우리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민과 동정 그리고 우월함.
⛱️⛱️ 너 한텐 그길이 나을거야
식스텐이 고개를 들고 나를 홀깃 처다보았다. 나는 내가 부스테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처럼 식스텐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다.
식스텐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나를 믿어도 된다고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식스텐을 배신하고 실망감에 빠뜨렸다.
개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이 일이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개가 이해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만약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 식스텐이 어디에도 가지 않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 곁에 누워 있을 수 있도록 허락했을 것이다.
한스가 다시 목줄을 흔들자 식스텐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슴이 젖어질 듯 아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식스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개는 모른 척 계속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개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힘을 주는 듯내게 더 바짝 몸을 붙여왔다
⛱️⛱️ 마지막이구나.
침대 옆에 있던 한스가 자세를 고쳐 않았다. 앞머리가 이마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머리는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그의 머리를 쓰디듬어주고 싶었지만 내겐 팔을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문득, 나는 노인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의 관계는 한스와 나의 관계와는 달랐다. 나와 한스는 가끔 다투기도 하고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노인과 나와는 달리 그 무언가에 함께 속해 있었다.
나는 한스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그가 나와의 관계 때문에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불행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는 비록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입 밖에 내려니 쉽지 않았다. 벌써 몇 주째 그 말을 하려고 애를 써 보았다. 단지 몇 마디 말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숨을 고르며 나직이 말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었다.•••••••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남쪽으로 날아가기 위해 두루미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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