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레 민 퀘 Leminh khue
1948년 베트남 타인 화 출생.
1965년 청년 돌격대로 전쟁에 참가16세, 이후 <선봉> (띠엔 퐁)지 종군기자,1975년 베트남 중부 다낭시에서 통일을 맞이함. 베트남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두루 목격함.
1968 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1970년 첫 단편집을 출판함.
1973년 부터 1975년까지 해방라디오 기자.
1979년부터 2005년까지 베트남 문인협회 출판사 편집원.
10 권의 단편소설집을 출판함.
다수의 작품이 미국,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등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됨.
2008년 제1회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상 수상.
옮긴이
최하나 Chaitiana(Minhia)
1975 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이과 졸업.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교 베트남학과 과학벌전원 석사.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교 베트남 역사전공 박사과정.
프리랜서 베트남어 코디네이터.
베트남 정치인들에게 한국의 정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다가 최근에는 문학을 통해 베트남 사회상을 재조명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함.
작가의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레민퀘/5
간행사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7
차례
머나먼 별들 15
정말늦은어느오후/45
계절 끝에 내린비/67
양끝/99
하늘 중턱 /117
시멘트 마을 /123
놀이/ 139
증기기관차 /211
홀로 길을 건너다 /22
강줄기 /245
역자 후기: 최하나 /264
⛱️⛱️ 전쟁의 참상을 글로 표현한다. 현실을 실상에 못미칠 수도 있고, 훨씬 더 실감있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레 민 쾌의 작품은 그가 전쟁의 한 가운데서 언제나 서 있었기에 현실의 감각과 소설의 이미지가 복합적 상승효과로 나타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
머나먼 별들
1.우리는 세 명이다. 아가씨 셋. 우리는 고지 아래 동굴에 산다. 동굴 앞을 지나는 도로는, 언덕까지 이어지고, 저기 어디까지 이어지는데, 멀다! 도로는 작살이 났고, 붉고, 흰 흙이 섞여 있다.
도로 양편에 서 있는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가 없다. 잎은 다 떨어지고 말라 타버린 나무 몸통들만 있다. 뿌리가 무성한 나무들은 굴러다니고 있다. 큰 돌무더기들, 석유통 몇 개 혹은 찌그러진 자동차 차체가 녹슬어 흙 속에 놓여 있다. 우리들의 일은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다. 터지는 포탄이 있을 때
뛰어가서 포탄 구덩이를 메울 흙의 양을 측정하고, 터지지 않은 포탄 수를 세고, 필요하면 포탄을 터뜨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노면 정찰조'라고 부른다.
💥💥17세 소녀들이 고지의 동굴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난 뒤 불발탄을 터뜨리는 임무를 수행한다.
2."언제면 끝날까?" 뇨가 물었다.
"뭐가 끝나?" 타오 언니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놀란 모양이다.
뇨는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조용하다. 나는 그 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안다. 그 애는 말할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큰 수력발전소에 취직할 거야."그 애는 용접공 일을 하고, 발전소의 배구 선수가
될 것이다. 그 애는 공을 잘 친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부 배구 대표팀으로 선발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타오 언니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언니의 남편은 자주 멀리 가고, 구레나룻이 있
는 대위 계급장을 단 군인일 것이다. 언니는 매일 남편 옆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하면, 사랑이 빨리 무미건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에게 폭력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죽여도 죽여도 죄를 사하여 준다는 이상스런 단체인 국가가 승인한 폭력.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서 억제하지 못한 감정들이 분출되 듯 쏟아져 나오는 것.
3.수많은 끼니에 국이 없었고, 아가씨들은 물을 밥에 말았다.
대놓고 물에 말아 먹었고 남자들도 불쌍하다고 불평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 포탄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 자다 죽는 줄 알고, 땅에다 코를 박고 엎어져 있던 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전쟁이 일어났다. 우리에겐 생활은 없다. 오로지 생존만이 있을 뿐이다.
4.매일 벌어지는 것은 비행기가 휙, 포탄은 폭발. 이 동굴에서 대략
300미터 떨어진 고지에서 폭발한다. 우리 발아래 땅이 흔들린다. 줄에 걸어 놓은 물기를 짠 수건 몇 개도 흔들린다. 모든 것이, 그냥 열이 나는 것 같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굴 입구가 가려진다. 어디가
구름이고 하늘인지 더는 보이지 않는다.
타오 언니는 내 손 위 줄자를 집어 들고, 비스킷 조각을 맛있게
마저 삼켜 넘긴다.
"딘은 집에 있어. 이번에 조금만 뿌렸으니,돌 만 가도 충분해."
뇨의 옷소매를 잡고서, 어깨에 삽을 메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불발탄에 구덩이를 파고 다이너마이트를 연결시켜 폭발시킨다. 그래야만 아군이 진행하는데 수월하다.
5.혹시 포탄 안에서부터 뜨거워졌나. 흑시 햇빛에 데워졌나.
타오 언니는 호루라기를 붙었다. 그렇게 20분이 흘렸다. 나는 조
심스럽게 파 논 구멍에 다이너마이트를 넣고 불을 붙였다. 다이너마이트 끈은 길고, 부드럽게 구부러진다. 나는 흙을 덮고서 나의 은신처로 뛰어갔다.
타오 언니가 두 번째 호루라기를 불었다. 나는 벽에 몸을 숨기고,
시계를 보았다. 바람이 없었다. 내 심장도 숨을 죽였다. 여전히 침착하게, 주변의 모든 변동을 무시하는 유일한 물건은 시곗바늘인 것같다. 시젯바늘은 생기 있고 살살, 영원한 숫자들 위를 지났다. 한편, 저쪽은 불이 다이너마이트 심지 속으로 타들어 가고, 포탄 속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6.내가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건데, 우리 엄마, 창문 혹은 하노이 하늘 커다란 별들인 것 같다. 맞다, 그런 것들일 수 있다... 아니면 나무, 아니면 극장의 돔형 지붕, 아니면 아이스크림 통을 가득 실고 수레를 미는 아이스크림 장사 아주머니, 주변에 붙어 기대에 찬 아이들. 밤의 아스팔트 길은, 여름 이슬비가
내린 후에 넓어지고, 길어지고, 불빛에 반짝반짝, 검은 강물처럼 보인다. 신선의 땅에 관한 옛날이야기 속의 별처럼 영롱한 광장의전등. 공원의 꽃. 길에서 아이들이 제멋대로 차는 공.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아침에 찰밥을 파는 아주머니의 손님을 끄는 소리....
어머나, 그것들 모두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멀리에 있는 것들... 그리고 갑자기, 우박이 내린 후에, 그것들이 내 머릿속에 파도처럼 강하게 회오리쳤다.
💥💥참호속에서 고향을, 엄마를, 오빠를 그리워한다.
7."아마 오늘 밤 하노이의 오빠들이 올 거야!"
뇨는 여전히 속삭였다. 그 애의 상태도 나와 같다. 모든 걸 사랑한다. 연기 속 사람들의 사랑. 관대하고, 강렬하고, 순수한 사랑으
로, 그것을 가슴에 독점해서 가진 사람들은 전사들이다. 나는 뇨의 어깨에 손을 돌렸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나는 내 팔 아래 뇨의 자그마한 부드러운 어깨를 꼭 쥐었다. 그 애다. 용감하고,상냥하고, 나와 같은 도시에 살고, 오늘 밤 나와 함께 전선 가까이 포탄이 가득한 고지에 서 있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행복을 만끽한다.
💥💥고지의 참호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하노이의 오빠들이 지나가는 차량행렬이다.
혹여나 고향 소식을 안겨줄까 봐. 먼 하늘이 고향하늘이 점점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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