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네사 스프링고라 Vanessa Springora
프랑스의 편집자, 작가, 영화감독.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표류(Derive)>(2004)로
2005년 다큐멘터리 영화제 트라스드비에서 죄네스상을 수상했다. 2006년부터 컬리아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2019년 12월에 쥘리아르 출판사 대표로 임명됐다.
2020년 1월에 출간한 데뷔작 <동의)는 작가가 미성년이었던 14세 때 당시 50세였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와의 성적 학대 관계를 폭로한 소설로, 프랑스 문단의 위선을 고발하며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문제작이다. 이 작품으로 2020년 엘르 여성 독자 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정혜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출판기획네트워크'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 논쟁>이 있고, 역서로 마리즈 콩데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기 드 모파상<삐에르와 장> <비곗덩어리>, 레몽
크노 <지하철 소녀 쟈지> <연푸른 꽃>, 아니 에르노 <한 여자>, 발레리 라르보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페르미나마르케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식탁의 길> <살아 있는자를 수선하기>, 에두아르 루이 <에디의 끝> 등이 있다.


🌐🌐동의......뜻을 같이하다.란 말이다. 동의를 구하다. 숱한 동의들...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의 하였단다. 묵시적이고 암묵적 동의. 가만히 침묵하였음에도 동의라 한다. 동의는 쉽고 거절은 어렵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과 힘을 동반하며 일어나는 섹스에서의 부동의와 동의는 무수한 문제거리를 양산하였다.14세 미만의 청소년과의 섹스는 동의와 상관없이 부동의로 처벌되지만 이 마저도 그런 행위에 다수가 참여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은 유명인인 지식인이 범한 충격적인 섹스 행위의 정당화에 대한 사회 고발 작품이며 자서전적인 내용이다.
🌐🌐원인은 가까운데 있다.
어느 날 교장이 부모를 소환한다. 아버지는 가지 않는다. 낮 동안 나의 생활이 어떤지에 마음 졸이며 귀 기울이는 건 어머니다.
"아이가 꾸벅꾸벽 좁니다.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처럼요. 교실 구석에 간이침대를 펼쳐주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슨 일이죠? 학생 말로는 밤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격렬한 다툼이 있다던데. 그리고 돌보미 선생님 말씀이. 쉬는 시간에 V가 남자아이들 화장실에 있는 모습을 종종 봤다는군요. 뭘 하고 있었냐고 물으니 애가 아주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답하던데요. '다비드가 똑바로 오줌을
싸게 돕는 거예요. 제가 개 꼬추를 잡아줘요.' 다비드는 막 할례를 받았으니, 말하자면, 좀 어려울 거예요, 그게..
제대로 겨누기가. 다섯 살에 그런 놀이를 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저 알고는 계셨으면 해서요."
🌐🌐여과되지 않고 노출 된 행위들
한숨 소리와 몸과 시트의 마찰음, 속삭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속삭임 사이에서 어머니의 억양과 그다음에는 그 콧수염 기른 남자의 억양을 가려냈고, 남자의 말투가 훨씬 더 권위적이라서 겁에 질린다. 갑자기 고도로 향상된 내 청력이 알아들은 건
"돌아"라는 토막난 말뿐이다.
귀를 막고 몇 번 잔기침을 하여, 내가 생생하게 깨어 있다는 티를 낼수도 있으리라. 가빠오는 호흡을 늦추려고 애쓰며, 불안감을 빚어내는 어스름에 잠긴 저편 공간에서 내 심장의 두근거림이 들리지 않기를 빌며, 그육체 행위가 지속되는 내내 꼼짝도 않는다.
🌐🌐 자연스런 닮음의 길
쥘리앵과 나는 막 열두 번째 생일을 지냈다.
가끔 저녁에 좀 더 대담한 장난으로 옮겨 가기 전에 우리가 나른하게 오랫동안 키스를 나눈다
해도, 이런 공모의 행위가 사랑의 형태를 띠지는 않는다.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다정함
도 없고, 낮 동안 서로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절대로 손을 잡지 않는데, 이 행위가 우리가 밤에 거위털로 만든 은밀한 내실에서 주고받는 그 어떤 동작들보다도 훨씬 두렵다.
🌐🌐먹이감이 되다.
G가 뒷좌석에 올라타 내 옆에 앉는다. 우리 둘 사이에서 뭔가 자력을 띤 것이 오간다.
내 팔에 맞닿은 그의 팔, 내 눈을 응시하는 그의 눈길, 그리고 거대한 금빛 맹수의 잡아먹을 듯한 미소. 그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
그날 저녁에 들고가서 작은 거실에서 읽은 책은 발자크의(외제니그랑데)였다. 이는 오랫동안 내 무의식에 남아 있던 말장난을 거쳐 내가 참여할 준비가 된 인간극을 여는 제목이 된다. 외제니 그랑데, 랭제뉘 그랑디, 순진한 여자아이는 자란다'
💥엄마의 파티장에서 "G"를 만난다. 그는 작가이며 청소년성애자이다.
🌐🌐 서서히 스며들다.
그의 집에서 처음으로 보낸 오후에 그는 자신이 세련되게 배려하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는 한참 동안 입맞춤을 한 뒤 내어깨를 쓰다듬고, 그저 스웨터 안에 손을 슬며시 집어넣을 뿐 스웨터를 벗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데, 결국 내가 스스로 벗고 만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풋사랑에 빠져있는 수줍은 두 청소년. 온몸이 나른한데도 나는 아주 자그마한 동작이나 약간의 대담함도 시도할수 없을 만큼 굳어버려서, 내게로 숙인 그의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잡고서 그의 입술과 입에 집중할 뿐이다.
🌐🌐 누구나 다 그래
G가 주린 사람 모양내 육체를 탐하는 사랑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매번 우리 둘은 현기중이 일 만큼 쌓인 수 백권의 책에 둘러싸인 채 원룸의 고요 속에 잠긴다. 그럴 때면그는 헝클어진 내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품에 안은 나를 갓난아기처럼 흔들어주고, 나를 '나의랑스러운 아이' 나의 어여쁜 초등학생'이라 부르며, 아주 어린 여자아이와 장년 남자 사이에서 생겨난 길고긴 비윤리적인 사랑 이야기를 달콤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 나의 틀 속에 영원히 있어.
G가 압수수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 그의 원룸에는 그의 삶 속에 들어 있는 나의
흔적이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민 우리는
방금 아슬아슬하게 현행범이 되는 걸 피해갔다.
대체 왜 수사관 두 명 중 어느 누구도 청소년인 내게 주의를 하지 않는 걸까?
💥💥"V"를 자기 세상으로 끌어들인 G는 그녀가 평생 그의 감정의 노예로 살게 만든 것 처럼 생각한다.
🌐🌐자각하다.
무엇이 틀렸을까.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서서히 알아가는 자신의 삶. 나 스스로 지은 업장의 사슬을 지금 순간에 끊어내야 한다. 압력과 항위를 멀리 떨쳐내고 똑바로 나아간다. 열 세살의 미혹함을 던져버린다. 이제 나는 세상에 알려야 한다. 가면을 쓰고 모든 일을 정당하다고 외치는 이들의 진면목을.
'독서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랭키/ 요헨 구치, 막심레오 156권째 독서후기 (11) | 2025.10.13 |
|---|---|
| 155권째 독서 비폭력으로 살기/에디 자카파 (4) | 2025.10.11 |
| 153번째 독서 후기 남은 생의 첫날-비르지니 그리말디 (10) | 2025.10.09 |
| 152번째 책읽기 김유태의 나쁜 책 (19) | 2025.09.27 |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잠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4) | 202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