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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백금남 장편소설 2 수레비퀴 앞에서(2025년 143권)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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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권 전개
수인은 금파반지의 비밀을 추적한다. 반지의 비밀이 드러나자 수인과 리영 희망을 잃는다. 하지만 절망스런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맞잡는다.

⛱️⛱️ 정순인가, 소연인가.

-암, 암. 아직도 세상의 인연 정리가 안 됐다면 가서 하고 와야지.
중질도 사람이 하는 것, 인륜을 거역할 수는 없는 것이거늘.
무슨 소린가 하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땐 큰스님은 벌써 물러가라고 손을 내젓고 있었다. 그녀는 물러나오면서도 큰스님이 한 말을 몇 번이고 되씹어 보았다.
인연 정리가 안 됐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문득 아버지(안도은) 생각이 났다. 아니, 그 사람 정어 생각이 났다.

💥💥진속세에서 그대 생각이 나네.
나는 산 속에 있지만, 산 속에 남은 건 육신 뿐이구나.


⛱️⛱️ 망각뿐인 나의 기억

그가 신음처럼 말을 토헤내었다.
-하루도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다, 단 하루도...
-무엇이 너를 그렇게 생각나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너와 나를
이토록 묶어 놓고 있는 것인지....

외로움에 지친 영혼이 그리음처럼 입술을 덮쳐 왔다. 그녀는 몸부림을 쳤다. 몸부림을 치고 또 쳤다.
안 돼요!
안 돼요!

그러다 눈을 떴다. 그것은 꿈이었다.

다음날 밤, 꿈결처럼 정어는 등막 앞에 서 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에서는 언제나처럼 불기둥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생시였다. 그는 그날 밤 그녀를 이끌고 강으로 나갔다. 나룻배 위에서 정어가 정순을 사나운 바람처럼 안았을 때 그녀의
의지는 이미 한낮 물거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소연은 그 길로 절에 돌아가지 않았고 정어 역시 자신의 방황을 접었다. 그 소식을 들은 소연의 스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에선지 소연이라는 법명만을 거두었을 뿐이었다.
💥💥
선악의 시비에서 벗어나면, 그곳이 극락일세.

⛱️⛱️ 아귀다툼

그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문을 열어제치고 고함을 지르며 삿대질
을 해대던 이 참봉은 분을 못이겨 그만 제풀에 뒤로 넘어져 절명해버
렸다.
백수를 눈앞에 두고 이 참봉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자 마을
엔한동안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 참봉의 피붙이 형만이 그소식
을듣고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언젠가는 부하들을 이끌고 들이닥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했다.

부하들은 삽시간에 밀려온 국군과 맞서 열심히 싸웠지만 퇴로가 막혀 후퇴할 기회를 놓치고 저들에게 사살되고 말았다.
정어는 산으로 도망쳤지만 이미 산목숨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마을을 수복한 부대의 지휘관이 하필이면 이 참봉의 핏줄인 형만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나약하고 사람 좋기만 하던 지난날의 이형만이 아
니었다.
정어는 퇴로가 막혀버린 매봉산 속으로 숨어들었는데, 그를 뒤따
르던 정환은 굶주림에 못 이겨 야밤에 집으로 숨어들어 아궁이를과
고 들어앉았다. 그걸 눈치챈 형만의 부하들이 정환을 아궁이에서 끌어내어 정어가 숨은 곳을 대라고 족쳤다.
다음날 정어는 매봉산 중턱 너굴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끌려 내려
있다. 그날 따라 아침부터 때늦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어가
산에서 끌려 내려왔을 때 그의 형 정환은 마을 회관 구석자리에 처박혀 있었다.
그들은 정어를 회관 마당 한가운데에 개구리처럼 처박았다. 막상 아들이 그렇게 되자 어미 안성댁이 회관 앞으로 달려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절규했다.
-보시게, 잘못은 내게 있다네, 날 죽이게, 날 죽이란 말일세!
💥💥
아귀다툼 속에서 지옥을 불러들이니 어느 세월에 봄 향기 맡을까나.


⛱️⛱️
마지막 패는 형만과 정순이는 쌍둥이였어

이정재가 홍분해서 소리쳤다.
_그래. 실성했소, 그렇다면 어찌 내가 이걸 가지고 있겠소?
무엇을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이정재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것 말이오, 이것! 기억나시오? 내가 알기에 이 금파반지는 본시 형만이 어미의 것이었소. 아니 도은이 말로는 당신 어미되는 사람거였다고 합디다. 나중 도은이와 인화가 하나씩 나누어 가졌던 모양인데 왜 이게 내 손에 있겠소?

-그날 동굴 속에서 인화는 쌍둥이를 낳았소.
ㅡ뭐라구?

-그렇소, 쌍둥이를 낳고 산고로 죽은 것이오. 삼신할미의 뜻인지
그 다음날 당신은 동굴로 찾아갔고.... 도은이는 어린것 하나를 마저 씻기려고 물가로 나갔을 때 마침 당신이 들이닥친 거요. 도은인 엉접겁
결에 계집아이 하나만을 안고 도망쳤고...
-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
형만이가 정순이를 죽이려하자 여임(안도은의 모)은 이정재를 찾아간다. 이정재는 마을 회관 지하로 내려가 총을 들고 있는 형만이를 지팡이로 내려치지만 오히려 권총으로 아버지를 쏘고 만다. 이정재는 쓰러지면서 정순이는 네 동생이라고 애기한다. 이정재가 죽고난 뒤 형만이 먼저 미국으로 떠나고 이사현도 곧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
악연을 날려 보내려고

결국 정순(지수인 모)도 정어가 산으로 오른 지 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아이를 시어머니(안성댁)에게 맡긴 채 재출가 길에 올랐다.
산으로 오르던 날 그녀는 어린것의 볼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그래,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아가야, 언젠가는 들아을 거야.이 억겁의 인연이 끝나는 날...

그녀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어린것의 볼 위로 흘러내렸다
정순은 그 길로 새벽바랍을 타고 집을 나섰다. 두 번째 출가였다
그녀가 정어의 소식을 들은 것은 그 뒤 다섯 해가 지나서였다. 그는 지나친 수도로 인해 죽었다고 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집으로 오
지 않았다고 했다. 어린것이 보고 싶기도 하련만 죽는 순간까지 아이에 관해서나 정순에 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이미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버린 그들을 위해 안성댁도 수인에게 아비나 어미가 살아 있다고 하지 않았다. 안성댁도그 세계를 알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안성댁이 정어의 소식을 전해 주고 간 그 다음 해에 정순도 선방에서 생을 마쳤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다. 극락조 한 마리가 와서 울다가 그녀의 영혼을 데려가려는 듯 어디론가 날아가버렸고 그녀의 몸은 한줌 재가 되어 산기슭에 뿌려졌다.
💥💥
좋아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운 것이 인생살이라 하니.


⛱️⛱️눈 먼 스님은

앞서 들어가던 리영이 멈칫했다. 그때 누워 있던 스님(안도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승이 얼른 달려들어 일어나 않는 걸 도왔다.
그가 고개를 들자 이번엔 수인이 멈칫했다.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 따뜻한 시선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늙은 스님은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협소한 방안에는 등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들은 스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동승이 그들을 흘끔거렸다.
한동안 늙은 스님과 그들의 눈이 뒤엉겼다.
침묵이 흘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한참이 지나서야 늙은 스님이 스르르 눈길을 내려깔았다. 그리고
꼭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입을 열었다.
-그 반지!

수인이 놀란 눈으로 늙은 스님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늙은 스님의 눈이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금파반지에 불박여 있다는 걸 알았다.

_한동안 그 금파반지를 생각했소이다.

수인이 나오려는 신음을 두 손으로 막았다.

늙은 스님이 그런 수인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순간 수인은 그의 얼굴에서 슬픔인 듯 기쁨인 듯
한 자락 미소를 보았다.
💥💥
번뇌즉 보리라 한다. 팔만 번뇌 눈 한번 깜박할 새 지혜로 변한다네. 온갖 트집이 잡히더라도 마음길 한번 잘 잡으면 그것이 참된 보살의 길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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