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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권 전개
민영익에게 걸려 든 천봉삼은 풀려나지만
다시 원산포의 왜적들과의 다툼으로 다시 의금부에 감옥에 구금당하고, 여러 사람이 석방에 힘을 보태지만.
⛱️⛱️ 누가 더 고수일까?
"행수 어른, 저놈들이 길가를 척살시킨 것이나 아닐까요? 거동을 보자 하니 시방 시구문 쪽으로 내닫고 있는 게 아닙니까?"
"글쎄,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 죽은 사람이면 두 팔이 아래로 늘어져 있을 텐데, 그런데 번길아 업힐 때마다 두 손이 업은 놈의 목덜미를 감고 있지 않은가."
"이 어름이면 순라 잡는 것들도 없을 터이니 저놈들 때려뉘고 길가를 취탈하십시다."
"자넨 어느 갑자에 났는가?"
"사십연갑은 되지요. 그건 또 왜 새삼스럽게 되뇌라 하십니까?"
"사십 연갑쯤이면 분수 좀 차리게. 저 기골한들이 우리 같은 구닥다리들에게 당하고만 있을 성부른가. 꾀도 힘이니 장력만 부릴 요량 말게. 우리가 길가를 취탈한다 하여도 이 어름에선 업고 갈 곳이 시구문 밖 석쇠의 집일 터이니 뒤따르기만 하면 저놈들이 시구
문밖까지 우릴 대신해 업어다 주는 셈이 아닌가."
"행수 어른께선 길가가 식은 방귀를 뀌었는지 아닌지 궁금하지도 않으십니까?"
"궁금하지 않겠나. 그러나 지금 길가를 취탈한다고 죽어 가는 사람이 살아날 리도 없고 골병든 사람이 당장 일어설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필경 시구문 해자 구멍에다 곤두박고는 돌아설 모양인데 저 두 놈을 그냥 온전하게 돌려보낼 것입니까?"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소란 피워 화근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제발 고정하시게."
💥💥길가는 매월이를 만나서 살길을 열어 달라면서 은근히 조 소사를 죽인일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린 줄도 모른다.
⛱️⛱️천봉삼과 월이 드디어 결실을 맺다.
"이렇몸이게 뜨거울 수가, 어디 화덕에라도 쬐고 왔소?"
"이 오밥중에 어디 화덕이 있겠습니까. 잠시 냇가를 다녀왔습지요."
"냇가라니? 거기서 고기를 건져 올렀었소?"
"더럽혀진 육신으로 행수님 곁에 눕자 하니 수치스러웠습니다. 마침 절간을 돌아서 흐르는 개울이 있기에 나갔습지요."
봉삼의 손이 월이의 젓무덤을 더듬다가 목덜미로 올라와서 살갖을 가만히 쓰다듬었다.그 손등 위에다 궐녀도 손을 얹었다.
"이 엄동에 얼음 구멍을 파고 몸을 담그시다니. 이제까지 겪은 고초로서도 탁발승 못지않은 고행에 버금가겠다 하겠거늘, 왜 그런 짓을 하시었소. 이녁이 그러시면 나 또한 얼마나 부끄러운 육신이겠소"
"이제 그만 하십시오. 구태여 되뇌실 것 없습니다."
천봉삼은 혹공단같이 치렁치렁 풀어 내린 월이의 머리채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머릿결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봉삼의 손끝이 속살을
혜집어 갈 적마다 월이의 아랫배는 팽팽하게 당기고 가슴이 뛰었다.
"우리의 아이는 못난 아비를 가졌으나 좋은 어미의 슬하에서 자랄 것이니 올곧은 사내가 될 것이오."
💥💥심정으로는 사랑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없었다. 많은 고통의 시간이 두 사람의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 석쇠네 눈 흘김
때마침 한뎃바람 속을 달려온 송파 식구들이 뜨거운 물을 청하였다. 그래도 코대답도 않고 있더니 석쇠가 몇 번인가 소리를 질러서야 물 한 그릇을 떠왔는데, 물그릇을 내동댕이치듯 하며 난데없이
천봉삼을 흘겨보는 것이었다.
"신방은 다른 곳에서 차리시면서 뜨거운 물은 왜 여기 와서 찾는답디까."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횡허케 안봉노로 들어가서 지게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모두들 불각시에 당한 핀잔이라 얼굴들만 쳐다보고 있는데, 석쇠가 낭패한 낮짝으로,
"본데없는 계집이 행짜 놓는 것을 가지고 쾌님치 마시오. 저것이 시방 제 분수를 모르고 실성기를 보이는 것이랍니다. "
"아니, 실성기라니? 자네 여편네 심덕 좋기로는 가근방에서 호가난 사람인데 불각시에 입을 열댓 발이나 빼물고 강짜를 놓으니 우리가 싱숭생숭하지 않은가."
그런데 안봉노로 들어갔던 득추의 안해가 바람벽 하나를 격한 공방에서 받고채는 말들을 죄다 귀여겨들은 모양이었다. 문밖에서 치마 바람 소리가 나는가 하였더니 문이 획 열리면서 석쇠 안해의 얼굴이 불쑥 내밀렸다. 궐녀는 마침 갖신에다 골을 먹이느라고 용을 쓰고 있는 석쇠를 베어 물 듯이 노려보면서,
나보고 실성했다고? 내가 어디에 환장해서 실성기를 보일까?.
석쇠가 눈자위를 부라리며,
저런 본데없는 여편네하구선, 저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에 투정을
하니까 자궁에 소생을 보지 못하는 거여
💥💥자기 보는데서 신방을 차리지 않아서 성질이 난 석쇠의 안사람에게 천봉삼은 회갑잔치는 꼭 여기서 하겠다고 한다.
⛱️⛱️ 누이를 구하러 가자.
천봉삼의 흉중을 손금 들여다보듯 하고 있던 매월이가 입ㅂ을열었다.
"그것을 당장 받아 넣으시기에는 무안하고 꺼림치하기도 하겠지요"
천봉삼의 입에서는 당장 이렇다 할 대꾸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황첩보다 누이를 만나는 일이 우선 아닌가. 한순간 그
의 뇌리를 떠났던 누이에 대한 간절함이 갑자기 천봉삼의 마음속에서 불같이 일어났다.
"황첩이 지금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소? 어서 내 누이와 사연할 수 있도록 주선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수가 없소."
"들어오실 적에는 천 행수 임의대로였습니다만 나가실 때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지금 행수님 앞에 않아 있는 사람이 뉘입니까."
"누이는 어디 있소?"
"지금쯤은 별씨 송파에 당도하여서 그 조 행수인가 뭔가 하는 구닥다리와 만나서 지난 풍상 이야기하고 앉아 있을 것입니다."
"내 누이가 이 시각에 송파에 당도했다니?" 이조금에까지 와서도 또한 나를 기만하려는 것이오?"
"이것을 횡보지 말고 자세히 읽어 보시지요."
매월이가 문갑 위에 던져 놓았던 서찰
한통을 집어 봉삼에게 내밀었다. 일찍이 누이의 필적을 눈여겨 익힌 적은 없었으나 분명 누
이가 바쁘게 흘려 쓴 언문 서찰을 봉삼에게 남긴 것이었다. 오늘 북묘를 떠나서 송파로 건너가니 송파에서 다시 만나자는 글발이었다.
"어찌해서 누이를 나와 상면시키지 않고 먼저 내보낸 것이오?"
"오늘 밤 천 행수가 동소문으로 오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누이를 잡아 둔 연유가 오직 한 가지 천 행수 때문인 것을 구태여 이곳에서 상면시켜 행수의 심기를 흩뜨려 놓을 까닭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오."
💥💥황첩을 불태우고 나가는 천봉삼을 내버려 두면서 민영익을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 일전을 불사하다.
계곡은 삽시간으로 난장판으로 변하였다. 아우성과 기합을 넣는 소리로 남자하였다. 벌써 장약을한 상
대들이 계곡 아래로 무작정 뛰고 있는 화적 떼들 뒤통수를 겨냥하여 방포하기 시작했다. 눈바람이 드센 속에서 쌍방 간에 어느 편이 봉변을 당하는것인지, 처참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럽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들도 원체 날렵한 장정들이고 벌써 동패 서넛이 피를 쏟고 쓰러진 뒤라 악이 받칠 대로 받치어서 물미장을 기운껏 휘두르니 허술하게 보았던 화적들이 당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그런 가당찮은 기습을 받으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승패를 가리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무 명 남짓하던 화적 떼 중에 내처 저승까지 뛴 놈이 열 명이 넘고 나머지들은 피칠갑이 되거나 굴신을 못하게 얻어맞은 놈들뿐이었다. 그러나 상대들도 대여섯이 기를 잃고 쓰러진 채였다. 화적 떼 거개가 상대에 잡힌 바 되었다
상대들이 예기치 않게 살진을 치고 덮치는 바람에 함정에 빠진 철령고개 화적 때 놈이 속절없이 살변을 당하고 아예 척살할 작정으로 내려친 물미장에 박이 터지고 살갗이 흩어지니, 눈밭 속에는 머리를 처박고 쓰러진 자가 허다하였다. 그러나 잽싼 놈들은
사세 위급함을 진작부터 알아채고 눈덩이와 함께 계곡 아래로 굴러서 명줄을 부지한 자도 없지 않았다.
💥💥 화승총으로 무장한 화적과 일전을 치룬다. 적들을 느긋하게 만든 뒤 급습을 한다.
⛱️⛱️심안을 여는 매월
아이를 안고 볼을 비비던 월이가 눈물 자국이 밴 얼굴을 방바닥에 깊숙이 조아렸다.
"마님, 이 은덕을 평생 뼈에 아로새겨 간직하겠습니다."
"어찌 그것이 은덕인가. 패리한 심지를 품어 남볼썽 없던 여자가 심지를 고처 잡은 결과일 뿐 자네가 은덕을 기릴 곳은 없네.
시누이를 구명하려 했던 자네의 가특한 마음도 항간에 있는 여자로선 하기 어려운 일이려니와 자네 시누이의 기특한 마음도 내가 이승을 지나면서 얻게 된 보화이겠으니 내 육신이 진토 되기 전에는 결코 자네들을 잊지 못할 것이네. 내 소싯적부터 독하고 패리한 여자로 행세해 왔건만 오늘은 웬일인지 서럽게 한번 목놓아 울었으면 좋겠네. 그동안 내 홀대로 인하여 자네들이 겪은 신산이야 말할 수 없겠지. 그러나 내가 후회한들 자네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나. 그것이 또한 막막할 뿐일세."
천소례가 이슬 맺힌 눈시울을 치맛자락으로 홈치고 나서,
"마님께선 이제 더 이상 저희들에게 베풀 것을 생각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들이 소원하던 것을 모두 받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게 아닐세."
아닙니다. 저희가 마님을 얻은 은혜를 입었을 뿐 아이는 전사에서부터 있어 온 것이 아닙니까 ."
"마음가짐 나름이겠지.내가 자네를 부러워할 것이 없게 되었네만 단 한 가지 그 마음가짐 하나에 욕심이 나는구먼. 그동안 자네가 겪은 풍자와 고락이 많았고 또한 괄시와 신산이 있었고 얻은 것보다는 빼앗긴 것이 더 많았을 것인데, 어씨 자색에 흐트러침이 없고
아이 적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가 있었더란 말인가.
아닙니다. 선네도 사악한 계집이었습지요. 다만 일신이 부귀하게 될 것을 떨쳐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있게 된 것뿐입니다. 다만 그 번뇌를 벗어나는 길이 어럽고 아프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욕념은 끝없음을 깨달은 것이리라.
욕심없이 헌신하는 천소례와 월이를 바라다본다.
⛱️⛱️ 왜구선의 쌀을 털어라
갑판에서는 선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배에 오른 10여 명의 사람들은 일부는 선기를 내리고 일부는 선루로 기어올랐다. 뒤미처 오른 장정들은 선방으로 들이닥쳐서 선부들을 엮어 냈다. 느닷없이 몰려든 장정들을 보고 놀란 왜선 선부들 중에는 병장기를 들고 나오려다 조총에 맞아 그대로 물귀신이 되는 축들도 없지 않았다. 장정들이 조총 든 것을 보고 선부들은 수적만난 것으로 알아서 거개가 순순히 오라를 받았다. 오라 지운 왜선의 격군이며 선부들을 선방에 몰아넣자 뒤미처 육로로 따라온 장정들이 배에 올랐다. 그들은 선교 하나를 잔교에다 덧붙여 경고 배에 실린 곡물섬을 무작정 하륙하기 시작했다. 때 아닌 밤중에 포구에는 사람과 곡식섬들이 즐
비하게 되었다. 육로로 포구에 당았던 일부 장정들이 인근의 백성들을 들깨워서 수십 개의 횃불을 켠 포구까지 작반하니, 그들은 하륙된 곡식섬들을 받아서 지게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제각기 흩어지니는 것이었다. 때 아닌 밤에 포구에는 야시가 서는 것 같았다. 그러기를 수식경이 흘러 계명성이 밝아 오는 인시 초가 되자 장정들은 흩어지고 포구에 하얗게 깔렸던 인근의 백성들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선루로 올라갔던 천봉삼이 무역패를 보고 곡물객주들과 거래한 다짐장을 보자 하니 1천 섬이 넘지 못하였다. 그러나 장재된 곡식은 3천 섬이 넘었다. 그중 2천 섬을 못다 풀어먹이고 배를 내린 것이었다. 날이 밝아 왔기 때문이다. 화륜선에 장재된 곡식들은 마 객주와 심 객주와 화륜선의 화주 간에 잠매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왜구의 화물선을 턴 것이 큰 문제로 비화되고 길소개가 잡혀, 그를 방면하려다 천봉삼은 자기가 사건의 수괴임을 밝혀 의금부로 압송된다.
⛱️⛱️ 천봉삼을 살리려고.
허기에 주린 상자에 술이 들어갔으니 남간
죄수들 모두가 술에 감기어 쓰러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벌써 시각은 인시에 가까웠다. 오작인이 사체 한 구를 업고 간옥으로 나타났다. 사체를 천봉삼을 옮겨 앉힌 외진 간옥으로 밀어넣는데, 천봉삼
은 잠들지 않고 좌불처럼 앉아 있었다.
옥사장이 옥졸들이 입는 더그레 한 벌을 칸살 사이로 디밀있다.
그리고 우정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오래 지체할 겨를이 없소. 어서 보자기를 끌러 더그레로 갈아입으시오. 오래 지체하면 여러 목숨이 요정 난다오."
"여러 복숨이 요정 난다니, 그것이 무슨 말이며 이 더그레는 무슨 일 때문이오?"
"시방 천 행수를 밖으로 끝어내고자 가담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외다. 보부상들 중에는 단 한 사람도 가담하지 않았다 하나 위로는 대내를 비롯해서 아래로는 남간의 시체 지키는 오작인까지 가담이 되었다는 말이오. 사리를 따지고 경위를 따질 경황
이 없소이다. 그 더그레를 입고, 입고 있던 옷은 사체에 입히시오.
그리고 내가 군호를 보내거든 밖으로 나오시오."
천봉삼은 옥사장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지금 당장 경위를 따질 수는 없으나, 대전의 밀유나 상신들의 분부가 없고서는 옥사장이 저토록 당당하게 굴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봉삼은 옥사장이 칸살 사이로 떨어뜨린 옷 보퉁이를 집어 들었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가슴을 찔렀다. 생각을 고쳐 할 겨를도 경위를 따지고 들 겨를도 없이 채비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옥사장이
다가와 손짓하는 것이었다. 옥문은 닫혀만 있을 뿐 채위져 있지는 않았다.
💥💥가닥 가닥 정성이 모였다. 천소례와 월이의 정성이 매월이에게 매월이와 이용익의 정성이 중전에게로 상감에게로.
그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마지막 10권에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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