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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권 전개
강실은 몽구네에게 이끌려 와 그의 앞일은 예측할 수가 없어지고 매안의 분위기도 이제는 변화를 일으키려 꿈틀댄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는 공배네
옹구네는 공배네 옆으로 조금 당겨 않는 시능을 하며 목소리를 차악 낮추었다. 그러면서 힐끗 춘복이를 쏘아본다.
"작은아씨가 시방 태중이요."
그 말에 너무 놀란 공배네는 용구네 기세이나 눈구역 살필 생각은 엄두도 못 낸 채
"뭐라고?"라는 말조차 가습뼈에 덜컥, 걸려 토해 내지 못하며, 아악, 벌린 입을 못 다문다. 그러는 공배네 얼굴이 까맣게 질린다.
"그렇게만 알고 지시요. 나는 그 속을 소상히 알고 있지만 그 말이야말로 시방 내가 입 밖에 내먼 너 죽고 나 죽고, 그 말 들은 사람도 죽소. 그렁게 더 알라 말고, 필유곡절에 무신 사정이 있능갑다만
질작혀고 계시요잉. 그러고, 작은아씨 기맥힌 사정을 내가 돕고 있단것만 아시고 "
아까 두 아낙이 서로 춘복이 곁에 않아서 티각태각 말씨름을 시작할 때부터, 어렴풋이 정신이 들어 혼곤한 춘복이의 귀에도, 가물가물 그말은 들리였다.
그는 부어터져서 철갑같이 잠긴 눈도 떠지지 않고, 매맞은 몸뚱이가 천 근이라, 바웠덩이를 마주 문 입술도 벌어지지 않았으나. 오직
두 가지 사실만을 뚜렸하게 짚어 넬 수가 있었다.
작은아씨 강실이가 지금 거명굴의 웅구네 쥐에 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네가 지금 아이를 배었디는 것.
아, 세상은 무너져도 좋았다.
💥💥아무 쓸모없이 무너져 내리는 강실이.
결정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누가 지고 있는지.
⛱️⛱️ 옹구네는 공배네 머리 꼭대기에
그것은 공배네의 진심이었다.
왜 그런지 마음이 등불을 밝힌 것처럼 화안해지는 것이 좋아서 그네는 웃는다. 그리고 옹구네가 끝내 오같이 안 풀려 더 길게 따라 나올 생각도 못하고 우물우물 물러서던 모습이 우스워진다.
공배네와 용구네가 강호를 배웅하고자 나가고 혼자 누운 춘복이는
(사리반 서방님이겠구나.)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이였다.
그리고 처음 그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기척에서부터 다시 방문 을 열고 나갈 때까지의 일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떠올렸다.
(인력거를 끌고 빈 병을 팔어서 마련한 고학 학 비......)
제 손을 쥐고 있던 강호의 손 감촉이 아직 그대로 남은 것 같은 봉투를 가만히 쥐어 본다. 그러나 마음뿐이지 정작 쥐어지지는 않는다. '아앗따아, 방안에서 향내가 진동을 허네 기양."
덜크덕, 지게문을 열고 들어오는 옹구네가 비아냥인지 진정인지 새된 소리를 냈다.
"원, 나 대그빡 털 나고 오늘맹인 날은 첨 보겠네. 하이고 그렁게 시상이 달러지기는 달러졌능갑서어. 이게 어디 옛날 같으먼 언감생 심 생각이나 헐 수 있는 일이여? 끄집어가 뚜드러 펜 죄인네 집이까지 와서 돈이랑 파악 놓고 가고, 나 이거 어디 가서 말해도 허능 거 잉가 아닝가아.."
건성으로 주섬주섬 웅배기와 걸레들을 치우는 척하던 옹구네 손이 춘복이 손에 들린 봉투를 핵, 나꾸어챈다.
💥💥강호의 양심을 빼앗아 가버리는 옹구네. 옹구네는 생각한다 이집 둘레는 모두 나를 벗어날 수 없다.
⛱️⛱️ 전주 이야기1
광대함을 사모 숭앙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렇다면 전주 이전에 원산, 원산 이전에는 다른 이름이 없었던가.
찾아보면 마한이 멸망한 뒤에 백제에 병합당하지 않으려고 최후
까지 버티던 고을 명칭 가운데 원산'과 '금현''이 있는
데. 이 원산이 바로 지금의 전주 일대로서 '원산'과 같은 이름인 것이다. 우리 글자가 아직 없었던 때라 그 훈만 빌려다가 이두 혹은 한자으로 적은 것이니,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리라.
또, 하나 예를 들면., 부족국가 시대, 마한을 이루었던 오십오 개소국 중에서 전주 지방을 중심으로 세운 전라도 지역 나라의 이름은 원지국(爰池國)이었다.
이 '원' 역시 완산의 '완'과 소리가 비슷하니 같은 말이다. 이처럼 전주의 옛이름은 '온 들'을 나타내는 한자말이, 때마다 표기는 바뀌었으되 그 뜻은 변함없이 이어져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유구한 이름이 아니냐.
비록 아직은 국가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동맹 마한이었지만, 일찍이 삼한을 제압하던 나라 마한의 마지막 도읍을 낀 중심지로서, 그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몸소 보았으며, 끝까지 백제에 항거하여 복종하지 않았으나 결국은 분한 눈물을 삼켰던 땅, 원산. 원지국.청동기 내지는 초기 철기문화를 배경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은 이마한 소국 원지국은 토착적인 지배 세력과 지배 기구를 토대로 독
립적인 성장을 지속하였으나, 끝내는 백제에 복속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벌어진 생살 아물 듯이 백제의 몸되었다.
그리고는, 찬연하게 융성했던 백제의 빛니는 고도였음에도.
💥💥전주는 이씨의 본향이니, 당연 매안이씨도 포함된다 할 것이다.
⛱️⛱️전주 이야기2 (음식)
임금이 나실 땅은 지령(地靈)이 역시 다른가, 물맛조차 예사롭지가 않아서 녹두묵도 이 오목대 이목대 아래 자만동의 묵샘골 물로
빚으면, 그 빛갈이 하도 곱게 물들어 차마 먹기 아까운 만큼 선명한 노랑색으로 맑고 깊어지는데. 어찌 이런 조화가 일어나는지 알길
이 없었다.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애련하다 할까, 난들 난실 묵채를 실어서 가지런히 놓고 파.마늘 .찮기름에 고추가루 .깨소금 갖은
양념 다하여 섞은 간장을 얌전하게 얹거나, 다른 음식 웃저지로 살짝 몇 닢 고명 올릴 때, 자칫 스러질까, 먹기도 전에 바라만 보아도
입안에서 녹아 버리는 전주 교동 녹두묵. 청포(淸泡 ).
이는 천하의 진미라 해서 강호에 이미 알려진 바.
음식 사치 유명한 전주부성의 '전주 팔미' 혹은 '전주 십미' 맛깔진 음식들 중에서도 뽄이 나게 이름 높은 묵샘골 녹두묵은, 이동네 샘물이 아니면 도저히 이 빛깔과 찰기와 연함, 맛을 낼 수 없다 하였다.
물이 이처럼 영특하여 이곳 물로 기른 콩나물 역시 사정골 노내기샘 콩나물과 더불어, 부성 인근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미식
(美食)이란 이름을 얻을 만하였으니.
구성없이 막대기처럼 자라 뻗치지 않고, 잔뿌리 터럭 하나 달지 않으면서, 작달막하고 통통하며 고소한 전주 콩나물.
여기다가 매콤하고 빨갛게 갖은 양념 고춧가루.간장에 파.마늘-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끓이든지, 그냥 소금에다 파만 살짝 송송 썰어 넣어서 말갛게 끓이든지 간에, 한 손가락 후루룩, 목을 넘어가면 막혔던 오장이 다 시원하게 풀리며 머리 속이 명쾌해지는 이 콩나물국은, 외지인한테는 별미였지만 전주 사람들에게는 필수 음식이었다. 콩나물은 전주만의 독특한 바람과 토질 탓으로 자칫 생기기 쉬운 풍토병을 달래어 순화시켜 주는 음식이기 때문에. 전주 사는 사람들은 이를 상식 (常食)하였던 것이다.
💥💥음식은 고향에 갈 필요를 느끼는 것 중에 제일 앞서는 이유가 아닐까. 거기다가 어머니의 정성이 포함된다면 가히 손댈 수 없는 요새처럼 튼튼한 감정의 결로 언제라도 흔드닐 수 없는 것이니.
⛱️⛱️훈요십조 제8항을 보라
태조 왕건의 신앙과 사상. 그리고 정책과 규범이 단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역사적으로는 대단히 귀중한 문헌이지만, 통탄하여 마지않을 항목이 바로 훈요십조 제8항이다."
일 점일 획도 감히 더하거나 수 없는 고려 태조 왕건의 이 훈요십조 제8항을 그대로 옮기면 이러하다. 제군들은 모두 귀를 기울
이고,잘 들어 보기 바란다.
"차현(車峴) 땅., 즉 공주 차령산맥 이남의 땅 및 공주강(公州江,금강) 이남의 산형과 지세를 놓고 볼 때. (금강 유역이 남에서 북으로 역류하여) 풍수학상으로 이것들은 모두 본주를 향해서 배역(背逆)의 추세를 띠고 있다. 이러한 시방풍상(十方風相) 동 .서 .남.북, 상.하 .좌.우. 하늘과 땅의 지형 경치 생김새는 곧 그곳 사람들 마음이 반역의 뜻을 품었다는 징조니라. 그럴진대, 이 아랫녘 지방의 무리들인 관사노비, 진역잡
척, 즉 천한 백성의 후손들이 발탁되어 조정에 참여하고, 왕후 국척과 혼인하여 사돈을 맺어 국정을 잡는 날이 오게 된다면, 반드시 나라에 변란을 일으키거나. 후백제가 고려에 병탄당한 원한을 깊이 품고 백제 유민을 꼬드겨서, 군왕이 출입하는 길을 침범하여 그어떤 참해를 끼칠는지 감히 아무도 모를 일이다. 또는 그들이 임금과 재상들에게 아첨하여. 간교한 말솜씨로 이익을 챙기고 권력을 독차지하면, 정사를 어지럼힘 일들이 생길 것이다.
이들이 만일에 중용되어 농권난정 제 분수에 맞지 않게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 남용하거나, 정도에서 벗어난 어지러운 정치를 한다면, 반드시 나라에 재변이 닥칠 터이니, 비록 양민이라 할지라도 이곳 사람들은 결코 등용길을 열어 벼슬자리를 주지 말고 각별히 조심하라.
💥💥참 통탄할 규정이로다. 이런 문구 하나가 수 백년에 걸쳐 수 많은 사람을 절망케 하였으니.
⛱️⛱️ 강실의 혼백이 점점 드러나고 있음이니
매안이 구슬 같은 자손으로 나서 어쩌다 이처럼 치욕적인 정황에 이르고 말았던가.
찢어라. 나를 찢어 갈갈이 흩어라. 내 이 자리에서 더 살고 싶은 마음 실오라기 만큼도 없으니, 더 못 당할 수모도 또한 없으리라.
몸을 내맡긴 강실이를 붙들어 잡은 두 아낙은 서로 지지 않으려고 거품을 물다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강실이를 동댕이치고, 저희끼리 맞붙어 머리끄뎅이를 쥐어틀었다. 그 서슬에 강실이는 비
틀 저만큼 떠밀려나 벽모서리 귀퉁이에 쿵, 구겨 박질러졌다.
강실이는 바람벽에 등을 기댄 채, 써늘하게 끼처드는 냉기 때문만은 아닌 소름에 소스라친다. 등골을 휘어 내리는 손바닥의 불길한 차가움.
와드득, 저고리 옷고름이 떨어져 나가고 머리털은 산발이 되어 미친것처럼 흩어진 옹구네가 공배네를 메다붙이며 내뱉는다.
아무리 미워도 춘복이와 내쳐 살 양이면 공배네한테 아주 끝까지막 보기로 덤벼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쯤을 모를 옹구네가 아니었다.
다그치기는 하되 여지는 남겨 두어야 했다.
그래서 힘으로 하려 들면야 다 늙어 쉬어빠진 공배네 정도를 못 이길 리 없었지만 적당히 몇 차례 쥐어뜯겨 주고, 그 대신 이쪽에서도 야물게 굵어 할퀸 다음, 더 넘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두 아낙이 야차들 같이 뒤엉키어 붙어서 쥐어 뜯는 것을 보는강실이는 머리 속이 백지처럼 얇아지면서 평그르르 돈다.
💥💥몸이나 성했으면 어디든 가버릴 것이다. 나는 어디 시장 바닥의 흥정거리가 되었단 말가? 생을 끊을 자유마저 앗아간 강실의 몸신은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런지
⛱️⛱️ 윷점에 안 좋은 점괘가
"조무우한(鳥無羽翰)
으로 낙심천만
"채의 날개가 없다."는뜻이니 어더에다 터럭조차 부버 불 곳 없는 운수 아니라. 그런데 결국 이렇게 개.도.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활에 활줄이 없다."
"활이 화살을 잃는다."
지금 강실이의 처지가 이에서 더 나을 리 꿈에도 있지만, 막상 웃 가락을 던지는 대로 이러한 쾌가 나오자 오류골댁은 아연 막막해져 서, 흑내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되짚어 본다. 가슴이 서늘하다.
"아니. 정월도 다 지나갔는데 꽃 피는 춘삼월에 혼자 앉어서 무슨 윷놀인고?"
방문 밖에 인기척이 난 것도 모르고 있던 오류골댁은, 안으로 들 어서는 수천댁 소리를 들고서야 낯붉히어 감출 일 들킨 사람처럼 얼른 윷짝을 견으며 영거주춤 한쪽 무릎을 세운다.
"나,오다가 흰 나비를 봤네이."
아무래도 그 징조가 불길하여 근심스럽다는 듯, 수천댁은 저어한 마음 끼인 음성으로 낮게 말했다. 겨울 가고 날 풀리어 봄이 오면., 그해 들어 맨 처음 보는 나비에 따라,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였고, 흰 나비를 보면 불행하게도 '부모 복(服))을 입는다."
하여 몹시 언짢게 여기었던 것이다.
💥💥윷 점마저 가슴을 멍울지게하나니, 나에게 남은 것이 또 무엇이드냐?
⛱️⛱️ 절차는 좋다마는 눈을 부릅뜨고도 날 지키지 못했느냐
강신(降神)과 진찬(進饌)이며 초헌 .아헌.종헌을 올리는 것, 그리고 집사자가 술잔에 첨주하면 희게 봉우리 솟은 메에 공손히 숟가락을 꽂아 삽시(揷匙)하고, 시접에 젓가락을 나란히 맞추어 놓는 소
리 토독톡, 두어 번 들리게 하는 유식(侑食).
그리고 신명이 제수를 흠향하시는 동안 상주를 비롯하여 상복입은 유복자(有服者) 들은제상 앞에서 몰러나와 문을 닫고 한식경이나
밖에서 읍하여 기다리는 합문(閤門), 또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계문
(啓門)들은 우제 때와 꼭 같은 절차였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절차가 같다고 제의(祭儀)도 같으랴
이기채는 북받치는 설움에 허리를 꺾고 울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럯이 상한 사람처럼 뜬정신으로 헛손을 들어, 삽시했던 숟가락을
뽑으면서 흰 밥티 몇 알을 숙수( 孰水) 숭능 대접에 담그었다. 삼초반(三抄飯)
그는 세 번을 그렇게 했다.
마른밥에 목이 메이실 것이니 숭늉을 잡수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씹지 않고 흠향만 하는 신명이라 하신들 투장의 능욕, 그 절통한 지경을 당하고서야 이 제찬이 어찌 목에 넘어 갈 것이며, 물 몇 모금 마신다고 얹힌 밥이 내려갈 것이냐.
💥💥 이 기채는 모든 것에 앞서서 투장 당한 것이 마음을 아리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허물어지고 있구나.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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