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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 7권 2025년-127권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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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권 전개
강실이를 피신 시킬려는 와중에 투장사건으로 이씨 문중은 혼란에 휩싸인다. 때마침 만주에서 들려 온 소식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 이생의 수명이 아직 남았으니

하늘 아래 세상 천지. 사랩이 지 아무리 많다 허나, 우리 오류골 작은 아씨만헌 사람 어디 다시 있을 거잉고

문벌이 모지랭가 용모가 모지랭가. 앙 그러먼 성품 행실이 모지랭가. 비단실 풀쳐 내서 오색 수를 놓드래도 이만큼은 못 갖추고, 이만큼은 못 곱건만.

삼생(三生)에 누구랑 웬수진 일 있으기요오, 왜 이런 설움에 꾸정물 잡숫고, 나 이러요. 말 한 마디 엇다 대고 헐 디도 없이, 이대도록 복장이 다 썩어서 쓴물에 녹아 부러 껍데기만 남은 헛덕개비가 되
시드락, 넘 안 사는 세상을 골라감서 사신단 말이요오, 대관절 이게 대체나 무신 곡절이란 말씀이요예?

비록 한 울안에 모시고 시는 상전은 아니었으나, 매안 마을 이씨 문중 종가에서 스몰 안짝 귀밑머리 풀어내리고, 몇 십 년을 하루같이 청암부인 신임받으며 늙어온 하인 안서방의 아낙으로 안서방네는 부인의 생전에 자애 귀염이 남달랐던 강실이를, 언제 한번 티끌만치라도 남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던 것이다.

큰댁 작은댁이 한 핏줄인 연고로 자기한테는 강실이가, 한 울타리 상전인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 마음에는,
눈 먼 딸내미 하나 언챙이 머슴애 한 놈 낳아 보지 못한 처지로, 어여쁘신 애기씨 작은아씨가

"별나게도 애지중지."
한다는 말 듣고도 남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서 늘 싸안고 돌았었다.
💥💥효원으로부터 언질을 받은 안서방네는 강실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그가 방죽위로 걸어가자 재빨리 가서 강실이를 보듬는다.


⛱️⛱️ 내가 돌 봐 온 아기씨덴

그런데 안서방네는 그 강모를 업을 때와 강실이 업을 때의 정감이 사뭇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라,

아장아장 걸으면서 분홍 매화 수놓인 꽃당혜 앙징스럽던 그 발이,
이제는 이송에 신던 신발 나란허 벗어 놓고, 저 시푸른 저숭의 시린
물 속으로 들으려 한다.

작은아씨 이런 소견이 메일 알까마는, 사람이 세상에 나서 짓는 죄 중에 지 손으로 지 생 목십 끓는 거이 기중 큰 죄라고 허등만요.
왜 그런가는 모르겄어요. 즈그맹이로 앙것도 아닌 인생도, 살다가 살다가. 이노무 인생은 대관절 언제나 끝이 난다냐, 막마악헌 때가
한두 번이 아닌디요잉, 그런 생각 허는 것도 못쓴당만요."
전생에 죄를 져서 이생에 괴로운 일 많이 겪으면, 우선은 못 전딜데지마는 그래도 살어서 갚는 거이 낮답니다. 그래야 탕감을 해서 개버진다대요.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 그 빚 끄터리가 똑 올가미맹이로 따러댕깅게, 끊어내불든 못허능게비여요, 그저 갚어야제. 괴로움도 갚는 거이라대요. 독허게 괴로우먼 빚도 그만큼 많이 탕감되는 거이라든디. 작은아씨. 무신 좋을 날 없다손 치드래도 목심 붙여 논것으로 내 업장 소멸시키는 빚 값는다 생각허시고, 두고 두고
절끔질끔 갚으실 거 한곳에 비싸게 갚는다 허시고, 죽든 말으시겨어, 살으시겨.

아아, 앙그러먼 이 죽을 괴롬으로 누구 구제험 일 있으싱교오.
안서방네는 강실이 등뒤로 부료 걸음을 옮겨, 품어헤친 저숭을 머금어서 무섭게 검은 머릿단 너울에 손가락을 세레처럼 벌리어 집어 넣고, 수욱수욱 빗어 내렸다.
" 날새기 전에 어서 댁으로 가십시다잉? 그래야 일이 작지요."
💥💥전생의 업이로다.  가만히 글을 읽으며 서른 넘어서 아직도 가끔씩 돈 뜯어가는 딸내미 생각을 한다. 전생에 내가 못갚은 돈이 아직도 많은 모양이다.라고.

⛱️⛱️ 청암 부인 묘에 투장을 했으니 덕석말이도 대금산이다.

"형님, 이 투장은 저놈의 소행이 아니올시다." "아니라니?"
.다른 놈 짓이 분명합니다."
"어째서? 산지기 박달이가 대보름날 밤에 제 눈으로 저놈을 산소에서, 산소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지 않어? 저놈 주둥이로도 거기 다녀오는 길이라 이실직고했다 하고."
"그래도 아닙니다. 무룻 투장이란, 제 발복(發福)하고자 제 부모와 조부모 유골을 남의 명당 산소에다 몰래 쑤셔넣는 것인데, 춘북 이란놈을 둘러보면 형님도 아시다시피 천애 고아로 에미 애비는 물론이고 일가 친척 하나 없는 황막 지경 아닙니까."
"애비 없는 자식이 어디 있어? 죽은 애비도 애비지."
'저놈 애비 죽은 것은 몇 십 년 전 일이을시다. 투장도 뼈다귀 형체 있을 때 말이지, 세월이 너무 오래어 버실버실 삭어서 흙 다되어 버린 뼈다귀를 삽으로 떠다가 투장하겠습니까."
보십시요.
기표는 차마 손 염(念)이 나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보자기에 싸인 뭉치를 풀어 누런 흙물 스민 백지를 헤치고 뚫어지게 뼈를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고쟁이가 썩어 떨어지는 나무 토막들 같았다. 아니면 검붉은 녹이 슨 쇠붙이라고나 할까.
흉악하여 더 보기도 역겹다는 듯 이기채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나 기표는 그것을 꼼꼼히 날카롭게 살피면서
" 나뭇가지를 가져오라"
시켜, 이리저리 뒤적이며 혜집어 보기까지 하였다.
"이것은 몇 십 년 묵어 곰삭은 뼈가 아닙니다. 💥💥박달이와 마주친 춘복이는 덕석말이로 곤경에 처한다. 하지만 뼈다귀를 살펴 본 이기표는 춘복이가 투장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 하는 일 마다 되는 일이 없구나

참으로 그럴 만한 피병 비접이라면 당사자의 부모가 엄연히 곁에 계신즉, 자기를 불러도 그분들이 불러야 옳은 순서인데, 어찌 오류골댁에서는 한 마디 전갈도 기척도 없고, 큰집 오랍의댁이 사촌시누이 종시매 일에 이토록 은밀 엄숙하게 주장(主掌 )을 하는지, 소견 조금만 풀린 사람이면 짚어지는 바 있을 것이있다.

피신(避身).. 이로고나.
황아장수가 묵묵히 고개를 고덕일 때. 효원의 깎은 듯한 이마에는 진땀이 돋고 있었다. 대쪽 같은 허리를 곱추세운 그네가 말한 마디 한 마디를 황아장수한데 박아 넣으며, 호겁스럽게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니면서도 상대방이 결코 이 일용 함부로 합 수 없게 하는 위엄으로 당부하는 모습은, 젊은 새아씨였지만 닳고 닳아진 자신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저쪽인데도,
그런데 그만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일이 어긋나 이렇게 옹구네
집으로 오고 말았으니, 요행히 매안 문중 사람들한테만은 안 들길 수 있다치더라도 엎어지면 코 닿는 거명굴의 웅구네 눈에 걸려 버린 점이 항아장수는 내내 편편치가 않았다.
비록 이렇게 발은 뻗고 있지만.
항아장수는 강실이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옹구네와., 요대기 위에 눕히어진 채 아직 정신이 들지 않아 숨소리조차 바스라지고 있는 강실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난감한 한숨을 삼켰다.
알수없는 일이여.
양반의 댁 구술 같은 작은아씨가 이런 사람을 따라서 아반도주 웬말이며, 구름솜 꽃이불을 누구 덮으라 내버리고 천하 상것 거멍굴의 아낙 이부자리에다 몸을 의탁헌단 말이까아.
💥💥강실이는 피신을 하려고 야밤에 길을 떠난다. 같이 배웅을 하던 안서방네는 이제 돌아가고 강실이는 항아장수와 같이 대실로 가기로 했지만 옹구네에게 덜미를 잡혀 농막으로 갔다.

⛱️⛱️ 오류골댁의 단오 이야기

설: 추석이 연중에 기장큰 명점설: 추석이 연중에 기장큰 명점이지만 양기가 천지에 가득 찬 날
이라 그 못지않은 가절(佳節)이 단오날이었다. 수리∙천중절(天中節)ㆍ수릿날이라 하는 이날이면, 동네 남자들은 모래밭에 씨름대회를 하고, 여자들은 하늘 높이 그네뛰기를 하여 온통 흥겹고 즐거운
중에 무엇보다,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흥건히 적시어 감아내던 어머니의 검은 머릿단에서 풍겨 오던 향기. 무어라고 하기 어려운.

"자. 강실아, 이리 오니라."
오류골댁은 창포 뿌리 깎은 비녀끝에 새빨간 주사(朱砂 )를 꼭 찍어 강실이 귀밑에다 곱게 꽂아 주고는, 기응의 상투에도 아담하게 꽂아 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 흰뿌리 창포비녀를 자신의 낭자머리
동그란 쪽에도 꽃았는데.
주사는 벽사라,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육방정계(六方晶系)광물이니, 이 창포잠 꼭지에 찍힌 붉은 점 선명한 빛깔이, 일년횡액과 온갖 못된 작해를 막아 주기 바라는 습속이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검은빛이 많이 바래어 윤기가 가시었지만, 어머니 오류골댁 머릿결에 김돌던 오월은 신비로웠다. 강실이가 아직 나이 어린 계집아이였을 적, 단오날의 물머리에서 풍기던 창포 향기와 주
사의 신괴(神怪)한 방향(芳香)이 문득 강실이의 명치를 친다. 주사의 냄새가 이상하게도 은밀히 남모르는 어둠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까.
불길한 것을 모두 없애 버린다는 뜻으로 주사 글씨 벽사문을 지어 문위에 붙이던 '천중적부(天中籍符)' 부적은 일신의 몸에 침노하는 병도 모두 물리쳐 준다고 하였건만.
💥💥단오여! 창포와 주사와 천중부적으로 감싸있어도 액난을 피하지 못하는구나.

⛱️⛱️ 구식양반과 신식양반의 다툼

"불경(不敬)스럽구나."
드디어 이헌의가 낮은 소리로 강호를 막았다.
그렇지요. 불경. 바로 그 불경 때문에 인력거꾼은 쫓겨나고, 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되고, 혹은 죽기도 합니다. 이미 가진 자의몫을 가지지 못한 자가 넘보는 것은 제도 속에서 반란이고, 혁명이고, 용서할 수 없는 불경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罪)'라고 몰아붙입니다.
누리는 지는 대를 풀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위당하는 지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라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터인데.
"너도 강태란놈하고 같은 속이냐?"
기표가 강호의 말을 듣다 말고 톡, 지르듯 묻는다.
강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이 애가 만주로 해서 왔다는구만."
이헌의가 강호 대신에 무거운 입을 뗀다. 방안에 아연 긴장이 돌 면서 순간 침 삼키는 소리가 꾸루루룩, 목을 깎는다. 그것이 이기채의 소리인지 기표의 소리인지 얼른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기체는 책상다리 발바닥 쓰던 손음 뚝 추고 미간을 꺾으며 눈을 침통하게 감아 버리고, 기표는 눈썹을 치킨다.
만주로 해서?"
이기채는 말이 없고, 기표가 이헌의의 말끝을 붙든다. '그래서. 네가 그 애를 만나 보았단 말이냐?" 결국, 얼마 동안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진정하기 어려운 회오리를 지그시 눌러 겨우 잡재운 이기채가 입을 열었던 것이다.
"예"
💥💥불경스럽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해습니다.
"상놈의 짓거리다."
양반의 전용 전유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 강모 소식의 극과 극

"그곳의 물가는 어떠하더나."
아무래도 이기채는 그것이 마음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숙이 아닌 경우에는 여인숙이나 숙소를 빌려 쓰는데, 밥 먹고 잠자고 이불주고, 하루일원 이십 전이니 달에 삼십 원 꼴이 들겠고요, 일본 사람이 경영하는 여관은 하루에 육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소 한 마리는 팔십원.
굴 한 상자. 백 개들이에 일 원.
국수 한 그릇에는 십 전이며. 만두 한 개는 이 전인데, 한 사람이 다섯 개까지 먹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호떡은 오 전. 과자는 대개 이십전 이하로 센베이 한 근에 이십 전이었고요.

그리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술집에 가면 정종, 삐루 , 삐루는 나마삐루, 생맥주, 병맥주, 빼갈 같은 것들이 있는데, 십원 내면 대여 섯 명이 요리를 포함해서 취하도록 먹고 마실 수 있습니다.

학용품으로는 공책 십 전, 연필 한 자루에 일 전, 빠이롯드 만년필 한 자루에 이 원 오십 전이고 잉크는 한 병에 이십 전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학생 오바 한 벌에 팔 원, 사지 학생 모자는 일 원인데.
새것 쓰면 하급생이라고 흉본대서 일부러 와세린을 잔득 발라 가지고 먼지를 묻혀 씁니다. 그리고 구두는 대개 양화점에 가서 맞춰 신어요. 보통은 십 원, 고급은 이십 원, 장가간 매 신는 것은 이심오 원
였어요. 또 신사복 사지 양복 한 벌, 일본에서 들여온 옷감으로 맞추면 칠십 원이었습니다.

또 전차 요금은 이 전, 학교에서부터 인력거 타고 시오 리 가면 오십전이었어요. 학교 파하고 나오면 교문 앞에 인력거꾼들 즐비하게 인력거를 대 놓고 기다리고 있지요.
💥💥강호는 세세히도 알아 왔구나.
오유끼 소식을 듣는 순간 효원은 쓰러질 듯 휘청거린다.

⛱️⛱️ 공배네의 마지막 되치기일까?

결국 공배네는더못 참고 안 떨어지는 걸음을 쩌억쩌억 떼어 놓으며 농막으로 무겁게 걸어간다.
성님 외겨?"
아니나 다를까.
어젯밤보다 훨씬더 당당해진 옹구네가 미영걸레를 옹배기에 담아들고 막 방문을 나서려다가 마침 문짝을 열어젖히는 공배네를 맞이한다.
"자 나허고 이얘기 좀 허세.

"들으가기여.못 올 디 외겼소? 머새삼시럽게 내외허니라고오?"
공배네는 어기가 찬다.
이건 납작없이 덜미를 뒤잡힌 꼴이다.
"아이 옹구네, 이리 좀 들와 바. 그거 거그다 놓고
공배네와 엇비켜 토방으로 내려서는 옹구네 뒤꼭지에 대고 공배네가 기세를 세우려고 목청을 도우며 잡아채듯 말한다.
"아 진물이 자꼬자꼬 나서 딱어도 소용이 없네요잉. 저러다 덧나먼 어쩌까아. 가만 있어 바. 이거 얼릉 후딱 빨어 갖꼬요. 시방 걸레를 하도 여러 개 베레 놔서 이거 안 빨먼 하나도 없어어. 그렁게로."
"이리 들와 보랑게 그러네? 사람 말이 말 같장헝가? 헐 말이 있단 말이여."

"누구 숨넘어가요? 왜 그리여? 성님이나 나는 손구락 한나 안 다쳐서 뽈랑거리고 돌아댕기지만, 저 사람은 시방 내가 안 받어 주먼 지 똥오짐도 맘대로 못히여. 조께 지달르시요. 내 이거 시암에 가서
빨어 와양게. 집에 머 바쁜 일 있으먼 갔다가 니얄 오시등가."
옹구네는 탁, 소리가 나게 발을 구르며 동네 새암으로 나가고, 공배네는 뒤쫓아가 그네의 머리끄뎅이를 잡아채고 싶은 두 손의 손톱들을 손바닥이 패이게 그러쥔다.
💥💥강실을 자기 방에 데리다 놓은 옹구네, 그것을 발견한 공배네, 서로는 마지막 패를 내보일까? 또다는 협력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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