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글을 쓴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동화 [눈물상자] 등을 출간했다

차례
빛과 실 7
가장 어두운 밤에도 31
출간 후에 37
작은 찻잔 59
코트와 나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소리(들)
아 주 작은 눈송이
북향 정원 85
정원 일기 99
더 살아낸 뒤 165
🌐🌐🌐 군더더기 같은 말을 하자면
"빛과 실"은 한강 작가의 작품들의 소회를 독백하듯이 내 뱉고 있다.
이미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부분도 있고, 당연하게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도 들려 주기도 한다.
책은 세 부분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는 노벨문학상을 받고 난 후의 소감문과 그 작품이 드러내는 이미지의 형상에 가미한 작가의 언어를 다시 재생하여 주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그의 신작인 듯 한 시 작품을 모았고
💥세번째 파트는 그가 사는 집의 조그마한 정원에서 일어나는 꽃들에 얽힌 사연을 일기로 기록하고 있다.
🌐🌐🌐나의 독서 후기는 다음 차례에 의거해 적어 보려 한다.
1.노벨문학상 수상 소감과 작품 소회
2.시를 읽다.
3.정원 이야기
🛶🛶1.노벨문학상 수상 소감과 작품 소회

사랑이란 어디 있을끼?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여덟살의 아이는 한강일까? 아닐까?
한강 작가는 말한다. 한강이기는 하지만 또한 한강이 아니다. 라고 한다. 현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현재와 과거는 서로 도울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 이 있었다. 이따금 그 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나는 느꼈다.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과 공기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다고
🙏🙏🙏망자와 또 그 유족들과 생존자들...무수히 많은 과거와 ...한 없이 다가 올 미래와 더불어 가는 길에 촛불을 밝혀 보자.
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검정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 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 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나는 "소년이 온다"라는 표현을 볼 때 마다 "소년은 그렇게 갔다"라고 바꿔서 말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미래를 향한 나의 결심은 과거의 순간으로 언제나 되새김 할 수 있을 테니까.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죽어가듯이 산다는 시간 마다 죽어가듯이.
살아 가면서 죽는데도 "행복하게 " 라고 말하듯이 그렇게 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것.
한강 작가는 말한다.
"덤으로 내가 생명을 넘겨받았다면, 그 생명의 힘으로 나아가야 하며 생명을 말하는 것들을, 생명을 가진 동안 써야하리라고"
🛶🛶 2. 시를 읽다. 시는 두 편만 펼쳐 본다.
🙏🙏코트와 나
나는 오십 년 늙고
코트는 이십 년 늙었네
서른 살 겨울에 산
긴 겨울 외투는 평생 이거면 되겠다 했던 종아리를 덮는 검정색 코트
안감은 미어지고
밑단 재붕은 두어 번 터졌다 다시 감쳐지고
양쪽 소맷단에 까만 보풀이
물방울들같이 맺힌 코트
오십 년 늙은 내가
이십 년 늙은 코트를 입고
겨울별 아래로 걸어가네
벽에 걸어놓으면
코트는 나를 닮아 어깨가 수굿하고
텅 빈안쪽 어둠을
안고 있는지 그저
놓아두고 있는지
반으로 접어 의자에 걸쳐두면
코트는 나를 닮아
먼지투성이 몸을 곧잘 구부릴 줄 알고
어깨를 집고 들어올리면 바닥에 스치며
무겁게 허리를 펼 줄도 알고
나는 오십 년 늙고
코트는 이십 년 늙어
팔을 뻗으면 소매가 순순히 따라오고
깃을 세우면 내 목은 움츠러져 거기 잠기고
내가 코트를 입을 때
코트도나를 입는지
겉감이 안감을 당기고
안감이 겉감을두르듯
코트는 나를 안고
나는 코트를 업는지
나는 오십 년 늙고
코트는 이십 년 늙어
함께 이별한것 끌어안은 것
간절히 기울어져
붙잡았던 것 그러다
끝내 놓친 것
헤아릴수 없네
나는 오십년늙고
코트는 이십년 늙어
어느 날 헤어질 서로를 안고 업고
겨울 속으로 걸어가네
🙏🙏🙏
코트와 헤어지면 얼마나 아쉬울까? 누더기 한벌로 고행의 길에 나선 탁발승 처럼 겨울이 나고 봄이 오면
눈길도 가지 않는 곳에 있는 듯 없는 듯 두었다가 찬바람 불면 온갖 설움과 고민을 같이 하였으니 코트가 이십 년을 늙었다 하였으나 오히려 이십년 세월을 감싸왔으니 이십 년이 젊어졌다고 해야겠다.
🙏🙏북향방
북향 방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겨울까지 익혀왔다
이 방에서 지내는 법을
북향 창 블라인드를 오히려 내리고
책상 위 스탠드만 켠다
차츰 동공이 열리면 눈이 부시다
약간의 광선에도
눈이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
햇빛이 돌아왔는지 끝내
잿빛인 채 저물었는지
어둠에 단어들이 녹지 않게
조금씩 사전을 읽는다
투명한 잉크로 일기를 쓰면 책상에 스며들지 않는다
날씨는 기록하지 않는다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기억나지 않고
돌아갈 마음도 없다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빛이 변하지 않는
🙏🙏🙏
하필 차가운 북향에 창을 내고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까지 배웠단다.
만해 한용운 스님이 총독부 쪽을 싫어 하시어 대문을 북쪽으로 낸 일화가 생각이 난다.
오롯이 고통을 지니고 간 이들이 있었다. 따스한 햇살마저도 그들에게 미안 했던가.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 3. 정원 일기
열다섯 평 대지에 딸린 열 평 집을 삼 년 전 봄에 샀다. 마흔여덟 살에 내 명의로 온전히 갖게 된 최초의 집이다. 조용한 보행자 골목에 있다는 점, 해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는 단층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조그만 다른 세계에 들어 온 것처럼 느껴졌던, 설명할 수 없이 온화한 공기의 감각이 좋았다.
🙏🙏🙏
정원이 북향이라 조경사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몇가지 나무를 심었다.
미스김라일락
청단풍
불두화
옥잠, 호스타와 맥문동을 심고서 자라는 모습을 일기로 기록한다.
일기 1.
나무들에게 햇빛을 주는 날이면, 그 속력에 맞추기 위해 꽤 바쁘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 모든 나무들에게 고루 빛을 꾀여주려면 여덟 개 거울의 각도와 위치를 약 십오 분에 한 번씩 옮겨주어야 한다.
일기 2.
거울로 햇빛을 붙잡아 나무들에게 비춰주면 흰 북쪽 벽 에 빛의 창문이 생긴다. 잎과 가지 들의 그림자가 그 안에 서 음각화 같은 형상을 만든다.
일기3.
3월 30일
호스타와 같은 종류지만 옥잠화의 잎은 훨씬 여리다. 싹이 트는 시기도 다르고 잎이 나는 모양도 다르다. 훨씬 부드럽다. 속력도 형태도 은은하고 고요하다 물론 호스타의 태연한 씩씩함도 좋다.
일기.4
5월 3일 불두화 꽃대가 아직도 올라오지 않았다. 다른 곳의 불 두화들은 꽃피었는데, 개화 시기를 검색해보니 꽃대는 진작 올라있어야 한다. (부처님오신날 즈음 가장 활짝 피 이 불두하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다.)
일기 5.
늦은 오후 소나기가 내렸을 때는 살충제가 다 씻겨 바 닥까지 적셨을 거란 생각에, 응애가 깨끗이 사라질 거란 희망에 기뻤다. 그런데 아침에 마당에 나가니, 여러 마리 있던 거미들이 다 사라졌다. 날파리도 쥐며느리도 개미도 사라졌다. 서늘하고 무서운 마음. 쓸쓸한 마음.
🙏🙏🙏정원 가꾸기에 좌충우돌 하는 작가의 모습이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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