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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마지막 눈/위베르 멩가렐리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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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베르 멩가렐리 Hubert Mingarelli
1956년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17세에 학업을 포기한 그는 해군에 입대하여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녔다. 3년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르 지방에 정착한 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글쓰기에 전념했다 1991년 <곡예사의 비밀> 이래. <바람소리> <나무> <모래의 삶> <도둑맞은 빛>등의 작품을 차례로 발표하여 프랑스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2000년에 쓴 <마지막 눈>은 <조용히 흐르는 초록빛 강>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말없이 오가는 애틋한 감정을 그리고 있다. '조용하고 비극적인 작가' 로 알려진 멩가렐리의 글은 마치 한 잔의 진한 커피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글과 삶이 보여주듯, 현재 그는 1,700미터 고지의 깊고 험준한 산 속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옮긴이 김문영은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체류하다가 귀국하여 영화. 음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작품의 전개 과정
이 작품의 최대 주주는 소년과 아버지이다.
소년은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해 양로원에서 노인들의 산책 도우미 역할을 한다.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여름 부터 부쩍 동네 가게에서 팔려고 내어 놓은 솔개를 구입하고 싶으나 돈이 모자란다.


🛶🛶소년의
이야기

솔개를 사고 싶었던 그 해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디가쓰 씨는 브레시아 거리에서 라디오며 중고 자동차 부품들 침대 머릿장들을 팔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나는 그 가운 데 있던 솔개를 갖고 싶었다. 내 생애 그토록 무언가를 갖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날 저녁, 양로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디가쏘 씨에게 다가가 내가 솔개를 살 것을 약속하고 미리 선금을 지불해도 될지 물어보았다.
🙏🙏장사꾼인 디가쓰는 나의 제의를 거절한다. 솔개를 살 수 있는 완전한 금액을 요구한다.
공원 안쪽에 있는 큰나무 들을 한 바퀴, 혹은 여러 바퀴 돌고 나서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노인들이 자리에 앉도록 도와주고 나면 그분들은 그때 내게 돈을 주었다.
🙏🙏정해진 요금은 없었고 그냥 주고 싶은 대로 내게 돈을 주었다.
보그만 아저씨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누이는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보그만 아저씨를 찾아 왔는데, 고양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때 창 문으로 벤치를 지켜보며 보그만 아저씨 집 안에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으므로 나는 누이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보그만 아저씨는 누이에게 알겠다고, 고양이를 죽여주겠다고 대답했다.
🙏🙏보그만 아저씨는 고양이를 처리하는 데 믿을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이다.
그럼, 돈을 주마.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아저씨는 꽤 많은 돈을 제시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돈이 맑은 날 몇 번이나 노인들과 공원을 돌아야 벌 수 있는 액수인지 재빨리 계산해 보았다. 나는 탁자 쪽으로 왔다. 보그만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나는 사실, 아저씨의 누이가 떠날 때부터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곧 대답했다
"익사시킬 거예요"
🙏🙏나는 고양이를 처리해야 한다.
솔개를 살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죽인 심리적 휴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양로원에서 할머니가 키우던 개를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처리해 달라 한다.
갑자기 개의 발자국이 나타나자, 나는 그 위를 걸을 뻔했다. 개 발자국이 나타나자 나는 상상 속에서 새장을 꾸미던 것을 갑자기 그만 두게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섰고, 눈 위에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서 내가 오면서 만들었던 발자국에서 시작하여 왼쪽방향으로 구부러지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 발자국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솔개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하여 개를 죽였지만, 나는 날마다 심리적 불안으로 밤을 지세워야 했다.
그리고 부츠를 닦았다 부츠에 윤이 나자, 침대 앞에 부츠를 놓아두고 마치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았다. 나는 새 부츠를 바라 보고 있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 나의 외로움의 끝을 위하여 솔개를 가졌으나, 고양이를 죽여야 했고, 개를 죽여야 했다. 원하는 솔개의 새장마저도 살가운 것이 아니란 것을 아버지마저도 돌아가셨다. 나의 새로운 시작은 닦아 놓은 부츠처럼 윤이 날까.



🛶🛶
아버지의 관심

아버지는 내가 솔개를 보러 브레시아 거리를 지나갔는지 알고 싶어 하셨다. 나는 못 갔다고 대답한 뒤에 그 이유를 설명드렸다. 아버지는 고양이가 몇 마리였냐고 물으셨다. 나는 잘 모르겠고, 아마 대여섯 마리쯤 되는 것 같은데 미처 세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랬겠지.
🙏🙏 병상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였다.
아버지는 팔을 뻗쳐 전등을 끄셨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 얘기를 들려드리기 시작했고 쉬지 않고 계속했다. 내가 창문 옆에 서 있다가 몸을 낮춰 쪼그리고 앉았을 때에도 얘기는 계속되었다. 그런 자세로 얘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날의 사냥 얘기는 그동안 내가 들려주었던 어느 얘기 보다도 가장 멋있게 들렸다. 내 목소리는 실내의 공기를 타고 떨리고 있었다. 솔개를 잡기 위해 애썼던 사냥꾼의 노력이 내 목소리로 인해 더 극적인 모습으로 새로 태어 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은 지어 낸 이야기를 자기가 한 것 처럼 재미나게 아버지에게 들려주고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좋아 하셨다.
복도에서 스위치 켜는 소리가 드렸을 때,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뜨고 있었다. 엄마가 문을 열자 나는 얼른 눈을 감아버렸다. 엄마는 부억으로 들어와 어둠 속에서도 의자에 부딪히지 않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엄마는 내게 자느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엄마는 저녁이 되면 어디론가 외출한다. 아마도 오랜 병상의 아버지로 인한 것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소파로 다시 돌아왔다. 솔개는 디저트 접시를 싹 비웠다. 그러면 아버지는 의례적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 얘야.다 먹어 치웠어."
그러면 나도 의례적으로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최상급고기잖아요"
🙏🙏솔개에 대한 관심은 유일하게 남은 나와 아버지와의 대화의 똥로가 된다.


🛶🛶
소설이 남겨 둔 생각

소년은 고독했다.
아빠는 병상에 누워있고, 엄마는 저녘이 되면 알 수 없는 곳으로 외출을 한다.
외롭기에 그가 원했던 것은 솔개를 갖고 싶은 것이었지만, 솔개를 가지게 되기에는 고양이를 죽여야 했고, 개도 죽이는 것에 쉽게 동의한다. 고독해서 솔개를 가졌으나, 그가 불행한 건 아니다, 솔개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아빠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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