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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호 미/정성숙 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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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숙
1964년 진도에서 태어났습니다. 8년 정도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와 진도에서 32년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아들 2명 낳아 기른 것 외에는 벼슬한 적은 없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봐서 자기 객관화가 잘 되지 않는 다소 편협한 사고를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정성숙 소설집의 특징
1. 쇄락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농업인의 입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 현란한 사투리의 사용으로 현실감을 확장시킨다.
3.성적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하여 카타르시스를 표출한다.

🌐🌐1. 호 미(유산 한 뙈기)

빗물처럼 스러졌다. 산 중턱에 있는 밭에 도착한 영산댁 바지는 정강이까지 젖어서 물이 줄줄 흘렀다. 영산댁은 물이 고인 고무신을 밭두둑에 엎어놓고 그 옆에 막걸리 병을 세워뒀다. 영산댁이 옆구리에 매달려 있던 호미를 오른손에 들고 맨발로 대파밭 고랑으로 들어서는데 유리 조각을 밟은 것처럼 흙이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보름이 넘게 물 한모금 못 먹어본 데다 10년 동안 퇴비 맛을 그리기만 했던 화풀이를 그렇게 하고 있었다.
둘째 아들 기준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긴소리, 짧은 소리 들어가면서 남의 일을 해준 품삵이 영산댁의 생계비였고 좌골신경통을 무디게 해주는 주사라도 맞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임을 기준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준은 영산댁 한테 전화를 할 때마다 일 좀 그만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뭔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에......."
"너 시방 뭔 말을 하고 자빠졌냐! 이잉! 니 새끼덜이 끄니를 굶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메! 샛바닥은 짧은데 침은 멀리 뱉고 잡은 모양이구마이. 쌍놈이 갓을 쓰문 머리가 빗겨진다고 했어야. 이 썩을 놈아. 그 땅이 으떤 땅이라고 터진 주둥아리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된닥하든. 엉!
동구댁은 맞춰야 할 사람을 다 채운 모양이었다. 사람이 모자라지 않았으니 동구댁은 영산댁 한테 이녁 일은 나중에 하고 양파 작업하러 가자는 전화를 하지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영산댁 자신이 동네에 없음을 아는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태운 차는 동네를 등지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영산댁은 그와 남편 죽은 첫째 아들이 만든 밭 남편의 무덤에서 무덤으로 빨려 들어 간 칡넝쿨을 제거하다가 다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지체되고 말지만 아무에게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2.기다리는 사람들(그릇 닦는 것 보다 못 해)

"참말 콤피터랑 연애했으끄나?"
아무리 한다고 그런 기계하고 연애가 되겄소. 나가고 없은께 이 말 저 말 나온 것이제!"
"아따, 자네는 테레비를 건덕굴로 보는 갑네. 할 일 없는 여편네덜이 콤피터랑 연애해갖고 서방이랑 갈라서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등마는.
"그라믄 기계가 암놈 수놈 있다는 말이요?"
"미자여어!'
창선이 자장면이 든 바구니를 들어 올리며 오른손을 입에 갖다 대면서 먹자는 시늉을 했다. 일꾼들이 고추밭 밖으로 나오자 창선은 신문지를 펼쳐서 자장면으로 새참을 차려놓고 막걸리 병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민우 아빠야, 부지런히 서둘러야 쓰겄다아. 고추가 오지게도 나온다. 이런 맛에 농사를 짓는데 나는 고추 농사가 풍년이라서 보기는 좋은데, 풍년 농사를 받쳐줄 시세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라는 말을 보태려다가 꼬리말은 잘라버리고 막걸리부터 따르라고 창선한테 사발을 디밀었다.
"지 서방한테도 안 하는 연락을 나한테 하겠소.
"즈그 서방이사 몽댕이 갖고 쫓아오까 무서워서 못 하겠지만 새끼덜이 눈에 밟혀서 자네한테는 뭔 소식을 들고 잪을 것이 아닌가
"새끼덜이 눈에 밟히는 년이 기어 나가서 달포가 지나도 안 들어오고 자빠졌것소! 그나저나 이 염병할 놈은 미국으로 커피를 가질로 갔는가. 으이구우 수 컷덜한테 및 잠 시켜노믄 이 지랄을 한당께라.'"
아빠가, 아빠가".
느그 아빠가 어쨌는데에?" 나는, 민우가 잡아끄는 대로 같이 뛰면서 물었다. "아빠가 고추를 태워요.'
염병할 노옴! 지랄도 골고루 하는 구마이."
나는 아이를 옆에 두고 제 아빠 욕을 할 수가 없어서 민우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얼추 봐도 이백 근이 넘는 고추를 쌓아놓고 창선은 신문지 뭉치에 불을 덧붙이는 중이었다.

💥💥창선과 미자는 친구이고 미자와 창선의 아내는 친한 사이다. 창선의 아내는 창선의 고추 농사가 비전이 없자 도시에서 식당 알바라도 하려고 집을 나간다. 미자는 그걸 알고 있지만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3.백조의 호수 (쉽고 더 많이 버는)

내가동네 입구에 들어서자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더니 온동네 개가 따라 짖어댔다.
염병할 놈의 개새끼들! 의도적으로 고개를 꼿꼿하게 세워도 발뒤꿈치는 거의 반사적으로 들게 되는데 그놈의 개새끼들 짖어대는 소리 때문이었다. 내가내 집으로 들어가는데 개새끼들이 왜 지랄발광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한테 경계 태세를 갖추라는 경보를 알리냐 말이다.
너무 많이 잃었다. 아무래도 김 사장 그놈이 손장난을 치는 것 같은데 증거를 잡지 못했다. 도리어 김 사장 그놈의 손을 감시하느라 내 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김 사장 그놈 꼬리가 긴 것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다. 아니 못 잡은 것이다. 조만 간 놈의 꼬리를 밟고야 말 것이다.
유자향 은은한 자동차 안에서 밖을 보면 쪼그리고 앉아 배추를 도려내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3kg이 넘는 배추 를 하루 종일 도려내 그물망에 담고 또 트럭에 올리고 있다.
대파를 뽑는 일은 또 얼마나 고된가. 허리를 구부린 채로 엎드려서 대파를 하루 종일 뽑다 보면 손목이 시리다 못해 퉁퉁 부어서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날은 손이 부어서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 손가락을 주무르면서 들로 나간다.
<백조의 호수>는 잔잔하다가 경쾌한 물살을 만들고 있다.  원래 큰 물고기는 깊은 곳에 있기 마련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위험을 감수한 대가의 가치는 커야 맞다. 반 대로 위험을 겪지 않은 작은 물고기는 가치도 작은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하찮은 삼만 원을 손에 쥐기 위해 하루 종일 밭고랑을 기어 다니는 어리석은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찮지 않은 것만이, 위험하지만 큰 것이 내 인생을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좁쌀을 아무리 굴려봐야 호박 덩이가 구르는 것과 어디 비교나 할 수 있는가 말이다.

💥💥💥 대 파의 중계 수수료로 양쪽을 등쳐먹고 번 돈으로 도박을 한다. 쉽게 버는 돈에 익숙해진다.


🌐🌐4.복숭아나무 심을 자리(쪽박차고 신부 맞이하기)

한국에 올 다른 신부들과 단체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부뜨앙은 날마다 전화를 했다. 그러나 대화는 짧았다. 부뜨앙은 아주 느리게 한국말을 익혀가고 있었고 형석 또한 베트남 말이 적힌 책을 보면서 얘기를 더듬다 보면 하고 싶은 말과 책에 나와 있는 말이 일치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어쩌다 부뜨앙이 '보, 고, 싶, 어, 요'라고 더듬더듬하는 말에는 형석의 아랫도리가 먼저 알아듣고 재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지게 작대기만 한 중국산 대파가 가락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대파 풍년이 원수였다. 게다가 농사꾼 모두가 쓸데없이 부지런했던 죄의 값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형석은 농사를 짓는다고 비용을 쓸 것이 아니라 동네 느티나무 아래서 새끼 손가락으로 막걸리나 휘저어 마시다가 취하면 배때기 드러내놓고 코를 골든가 장기판을 동무 삼았다면 몇천 원의 막 걸리와 담뱃값만 외상으로 남을 수 있었다. 막걸리 외상에 비하면 대파 생산비는 너무나 컸으므로 계산상으로는 그 방법이 합리적이었다.
목매어 기다리던 부뜨앙의 한국행 날짜였다.
형석은, 오월이십칠 일이면 보리 이삭이 익어갈 때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앞으로 수확할 수 있는 보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잊고 있었던 적금처럼 반가웠다.

💥💥💥
대파 농사보다 빚이 더 걱정이다. 시골로 데려 올 부뜨앙이  실망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5.아직도 건네지 못한 이야기(옆집 오빠)

한 무더기 인파 속에서 영심의 눈으로 쏟살같이 달려 드는 얼굴이 있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 무리에서 머리 하나가 유독 도드라진 위치에 선 두 눈빛이 영심의 눈에 박혔다
순간, 영심은 긴가민가했다. 찰나였다. 아주 잠깐 알록달록 했다가 멈춘 듯 느리기만 했던 60여 년의 시간들이 영심을 출 으며 스쳤다. 영심은 꽃꽃하게 선 채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오빠는 영심을 보자마자 가타부타 한마디 하지 않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었다. 기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고향 집으로 오는 내내 영심은 오빠한테 손목을 붙잡혀 있었다.
고향 집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빠는 윗도리를 벗어서 내 던지고 본격적으로 영심을 패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 신세 조지게 하는 머리통은 작살내야 한다며 영심의 머리를 수도 없이 벽에 찧었다. 낯짝을 들고 살지 말라며 따귀도 얼마나 맞았는지 감각도 없었다.
영심이 자신의 모습과 닮은 것 같은 코스모스가 그려진 포장지에 싼 손수건을 현준의 하숙방 문 앞에 놓고 나가려는 참에 아들한테 들렀던 현준의 어머니와 부딪치고 말았다. 그때 현준 어머니는 예전의 뒷집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일찍 철들었다고 영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런 손길은 더더욱 아니었다.

💥💥💥영심은 뒷집 오빠 현준이에게 진심이었다. 현준이 서울로 학업차 떠났을 때, 그녀도 서울의 공장에 취직을 하여 현준을 은연 중에 뒷바라지 한다.
현준이 결혼을 하면서 꿈은 사라지고 오빠에게 끌려 내려오면서 그녀의 일생은 시장터 부식가게가 전부가 된다.


🌐🌐 6.이른 봄(서방님은 한량이 되길 원했다)

귀숙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서둘렀다.
어제저녁 물에 담가뒷던 찹쌀을 끓이고 멸치젓을 달여서 생강과 젓갈을 김장 김치 때보다 넉넉하게 녕고 배추를 버무렸다. 끝으로 깨소금을 손바닥에 으깨서 겉절이 위에 뿌린 후 서너 번 가볍게 뒤적였다. 잘 삭아서 단내가 나는 멸치젓과 톡톡 튀게 알싸한 생강 냄새가 지금쯤 부억 겸 현관을 넘어 시어머니의 입맛을 부채질하고 있을 터인데도 5시가 넘도록 기척이 없다.
귀숙은 워워워! 하면서 소 궁둥짝을 타닥타닥 건드렸다. 소들이 정말로 귀숙이 가라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우쫄했다. 귀숙 자신보다 몇 배나 되는 덩치를 회초리 같은 막대 하나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뿌듯함이 흔히 느껴볼 수 없는 별미 처럼 귀숙을 들뜨게 했다. 니미랄 것, 이르케 손쉬운 것을 갖고 별 유세를 다 떨었구만!' 하면서 귀숙이 경석을 향해 콧방귀를 가볍게 날려줬다.
앞산 불구경하고 있는 모양이네?"
귀숙은 울컥하는 심사를 토했다. 그때야 경석은 스적스적 귀숙의 옆으로 와서쪼그리고 앉았다
"것 보게 굴삭기로 해야 된당께는."
"게으른 놈 낮잠 자기 좋게 비가 온다등마는 굴삭기가 딱 그짝이랑께 "
"게으른 것이아니고 인간의 한계라고할수있제 ."
음마! 게으른 손 때릴 생각은 안 하고 문자 써서 덮어불라고만 하네이."

혈통이 좋은 개라야 한다면서 어미 개 한 마리에 70만원 , 강아지도 한 마리에 20만 원씩을 주고 사 왔다. 배짱 좋게 500만 원의 융자금을 개시는 데 다밀어 넣었다. 경석이 개를 사 온 지 열흘 후에 어미 개들을 족보가 있는 수놈과 짝짓기를 시켰다. 한 마리 개를 짝짓기하는 데 5만 원 씩이나 지불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이제 두 달 후면 뼈대 있는 가문의 강아지들이 태어나게 되는 셈이었다. ~~~
"어르시인. 그 갱아지 을마나 주고 사셨습니까?"
"허어참! 아짐씨이, 내가 요놈을 산 것이 아니고 폴라고 나 왔시다. 허어차암! 요놈을 삼천 환 준다 안 하요! 허어참!" 예에에?"
"지 에미젖을 쉰 날을 넘게 먹은 요놈이 글쎄 입가심도
안 되는 시발낙지 한 마리 값이라 합디다. 허어차암!"

💥💥세상 물정도 모르고 마누라 힘든 것도 관심없다. 자기 몸만 편하면 되는 남편이 500만 원 융자금을 강아지 사는데 투자하였다. 그녀가 시장에서 강아지 값을 알아보니 개 값이다. 삼천 환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한다.

🌐🌐7.연변 봉숭이꽃(남정네는 한결 같아)

타작이 끝나면 서둘러 보리같이를 해놓고 북경으로 돈벌이를 나서는 사람이 많았다 순정은 남편을 채근했다. 이삼 년 고생해서 소를 사자고 남편은 엄마 치맛자락 놓지 않으려는 어린애처럼 연변 벗어 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순정은 동구 밖에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남편의 등을 떠밀어서 북경으로 돈벌이를 보냈다.
-이녁이 기다리라문 내래 기다리갔이오!
순정이 남편의 이마에 두 눈을 꽃은 채 그랬다
- 님자한테 미안하우다. 순정의 귀가 짐작으로 그렇게 들었다. 고개를 수그린 채 아
주 잠깐 남편의 입이 달싹거린 것으로 봐서 더 긴 말은 아니었다. 남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지만 그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의 만족이 과거의 미안함을 기세 좋게 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순정은 맘에 드는 옷을 고르는 것보다 얼마의 비용에 맞취 야 학수 씨 선심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더 고민이었다. 다사 려면 학수 씨 예상을 넘는 지출이 될 수밖에 없으리리는 기작 이 앞섰다. 순정이 생각을 바꿔서 원피스를 살피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나 원피스 가격 차이가 별반 없었다. 원피스를 사고 윗옷을 갖춰 입으면 10만 원 내에서 해결이 가능할 성싶었다. 순정이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살피자 학수 씨 낮빛이 옮거 니 하고 있었다. 순정이 비로소 제대로 된 옷을 찾은 것 같아 안심도 되고 뿌듯해하는 표정이었다
순정은 다른 사람한테 의지해서 살고 싶었던 자신의 나약 함에 화가 났다. 처음에는 편했지만 돈을 구하려고 동분서주 했던 연변에서의 지난날이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애면 글면하지 않은 대신 학수 씨 허락 없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연변에서 의지하던 남변은 북경으로 가 딴 살림을 차리고 순정은 조선족 여인으로 학수와 결혼하지만 아내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8.놈(연대보증의 민낯)

마누라와 치렀던 일상의 전쟁, 잘고 긴 냉전은 너무나 부드러운 애무였고 밥상이 공중에서 춤추던 격전들은 차라리 지독한 오르가슴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미를 새겨보지 않았지만 생활의 단맛이 되어주었던 자잘한 움직임들이, 이제는 내가 누릴 수 없는 담장 너머의 풍경에 불과한 것으로 다가왔다.
아니, 동식이각시를 만날나믄 작업장으로 가야제? 맞
다, 동식이각시를먼저 찾아야 하겠다.~~~도시에서 내려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동식이를 어떻게
믿고 트랙터 사는 데 보증을 서냐고 내가 발끈했을 때, 놈이 그랬다. 고향 떠나서 도시에서 살던 놈이 불알 두 쪽만 차고 다시 내려온 것은 뻔하지 않냐! 전답도 없는 놈이 농촌에서 비빌라믄 트랙터라도 있어야 입에 풀칠할 것 아니냐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단께! 이런 사달이 벌어질 줄 알았단께 에! 인자 어찌케 할라? 같이 붙어 댕길 때부터 알어봤단께! 빼딱이 녹아지게 아파도 죽을 둥 살 둥 몸뚱이 끝고 댕김시로 2만 5천 원 받어 오는 것이 시퍼본께 이케 큰 물건을 물고 왔구마안! 워메 오진거어, 워메 오져어! 오지랖 넓은 서방 만나서 살다 본께 요런 오진 꼴을 보게 되네.
"나 몰라요. 남편 없어요. 나 몰라요 남편 없어요"  세 명의 여자가 에밀리를 쥐어뜯으면서 다그쳤고 에밀리는 표현할 수 있는 몇 마디만 반복하고 있었다. "동식이 그놈이 사람 새끼까? 정이사 있든 없든 맻 년을 살 섞고 살았는데 저 혼자 살겠다고 내빼부까?"
머나먼 넘의 땅으로 시집와서 참말로 징한 꼴을 당하네이.
쯔쯔쯧 !" "쟈가 뭔 죄라고 저케 잡어싸까이?"
구경도 못 해본 돈을 물어내라고 집에다 딱지를 붙여부는 데 뭔 정신이 있을랍디여?'
애쓰고 일하면 일한 만치 빛이 덜어져야 할 것인데, 어찌 케 된 시상인지 애를 쓰면 쓸수록 빛이 불어나니 및이 잘못되 었어도 한참 잘못 되었당께!' 나만 그런 줄 알었는데 자네도 그러든가?' 워메!
놈이 들고 왔던 소주는 이미 바닥이 나서 누군가 몇 병의 술을 더 사 와서야 내 입에도 달착지근한 소주가 들어갈 수 있었다.


🌐🌐 나가며
일 할 사람도 없는 피폐한 농촌에서 늘어가는 것은 멍들어 가는 몸뚱이와 빚 독촉만이 남았다.
농촌의 나라의 근본이던 적은 귀신 씨나락 까먹던 소리가 된 지 오래다. 과연 이 농촌은 회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오늘의 화두를 가슴에 앉고 언제까지나 있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이야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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