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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작은 동네/손 보미 장편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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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이 있다. 2012년 젊은작가상 대상,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 제21회 김준성문학상 제2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 손 보미의 "작은 동네"는 그가 살았던 동네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 자신의 가족과 지겹게 얽힌 사건이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들의 숨겨진 내면을 들추어 내면서 서술한다. 과연 나는 어디로 가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 엄마의 섬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아온 아버지를 봤을 때, 나는 긴가민가했다. 내가 열한 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를 떠난 이후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있다. 처음엔 얼굴도 잘 알아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슬프다기보다는 무처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날, 장례식장에서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약간 실망감을 느꼈다. 아버지가 우리를 떠난 후 어머니는 온갖 일을 하며 나를 키웠고, 아버지에게는 양육비도 일절 받지 않았다.
어머니가 병상에서 했던 이야기 중, 다른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건 어머니의 여동생, 그러니까 내게 이모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입원하기 전에도 ㅡ-아마도 내가 고등 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ㅡ어머니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긴 했다. 그 이야기에 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이 하늘 아래 가족이라고는 너랑 나 둘밖에 없는 거야." 나는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아버지를 우리 가족 ㅡ 그러니까 어머니와 나ㅡ에게서 지워 버리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랬다. 1970년대 초, 오징어 잡이 배가 실수로 북방 한계선을 넘었고 그 바람에 그 배에 탑승했던 남자들은 북한에 압송되었다가 몇 달 후 남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은 몇 달 동안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생을 했는데, 그 고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0여 년이 흐른후 그들은 다시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고초를 겪은 사람들은 어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아들 뻘 들이었다. 어머니 에게는 ㅡ나중에 여자 형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ㅡ남자 형제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옆집 할머니의 장례식에 갔어야 하는 문제로 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되었는데도 두 분은 그 문제 때문에 다투었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애도하는 죽음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생판 남의 죽음인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가 말하는 의미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다음 나온 아버지의 말이 어머니에게 엄청난 타격을 줬다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게 누구의 죽음이어야 하는데? 당신의 죽음?"

💥💥💥왜냐하면 실제로 그의 이모(엄마)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의 이야기

반작용 - 웃음은 떠나게 하고 고통은 되돌아오게 만든다. 반작용 이게 내 이론이다. 남편은 내 이론이 엉터리라고 말한 다. 가끔 남편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말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협상하거나 구슬리거나 설득하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그는 정확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 만 그는 ㅡ "당신 이론, 완전 엉터리야"라고 한 것처럼 때때로 직설적으로 말을 한다.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윤이소와 나는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었다. 윤이소가 이 곳에 나타나지 않은 게 특별한 일인가? 아니었다. 그냥 이런 모임에 얼굴 비치는 게 갑자기 싫어진 건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등 뒤에서 자신의 명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걸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거나, 아니면 그날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저런 여자랑 엮이다니 진짜 제정신이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당신, 동네 사람들하고는 대화조차 나누려고 하지 않았잖아 "내가 과민하다고 말했던 건 당신이야  더 이상 과민하게 굴지 않는 것뿐인데, 왜 뭐가 문제야?" 여자가 누군지 알아?"

💥💥💥윤이소는 연예인으로 유력 정치인과 연관이 있다. 남편은 연예 기획사에서 연예인의 뒤치닥거리를 담당한다. 언제부터인가 윤이소는 증발을 한다.
아무도 몰랐던 윤이소가 사실은 그들의 동네에 살고 있고 심지어 그녀와 그녀의 엄마는 친분까지 있다.

🌐🌐🌐진실은 무엇인가?

"난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다니, 그 정도 변명이라니 "우리를 떠난 게 최선을 다하신 거라고요?" "난 그냥 내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던 것뿐이다. 명백하게도 아버지는 단어를 고르는 데 실패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는 그 정도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체를 해칠 수도 있다는 듯이. 그리고, 나는 결국 말하고 말았다 "아버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 그 여자요.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였던 그 여자요."
불이 난 적이 없었다구요? 대단하시네요. 그걸 어머니 의 거짓말이라고 말씀하시다니. 그럼 한번 말씀해보세요. 오빠가 죽었다는 것도 거짓말인가요?" 택시를 잡던 남편이 우리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남편의 머리와 어깨에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 번 더 그 말을 반복했다. 나를 화나게 하는 그 말을. "난 최선을 다했어." "최선이라고요? 어떤 최선요? 말씀해보세요. 내 오빠가 죽었어요? 그것도 거짓말이에요?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말씀해보시라고요."
그렇게 대답한 어머니는 갑자기 내 손을 놓고, 대문 안 으로 들어가버렸다. 갑자기 손이 자유로워지자, 나는 좀 어리둥절해졌고, 어딘가로부터 영원히 박탈당한 듯한 기 분을 느꼈다. 어머니와 내가 작은 동네를 떠난 이후로 어 머니는 나와 함께 어디를 가든 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 거나 했다. "이래야 우리가 가족처럼 보일 거 아니니." 역 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말은 참 이상하다. 왜냐하 면 팔짱을 끼든 끼지 않든, 손을 잡든 잡지 않든 어머니와 나는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맡겼다는 표현은 틀린 것 같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여튼 그렇게 된 거다. 나는 그 모든 일에 반대 했다. 간첩? 간첩의 딸을 맡아 키운다고?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어. 너무 위험한 일이었지. 심지어는 부도덕한 일이라 고 생각했어. 범법자의 딸이잖니. 게다가 그걸 누가 알게 되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니? 상상도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네 엄마는 단호했지. 나보고 떠나도 좋다고 말했어.
자백을 강요했다. 윤 씨는 결국 자백했고,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15년간 복역하고 99년 5월에 출소했지만 이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특히 윤 씨의 아들은 빨갱이의 아들이라는 손가락질을 견디다 못해, 윤 씨가 출소하기 석 달전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네 엄마가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거냐?" 하셨어요. 이모에게는 아들하고 딸, 이렇게 자식이 둘 있었다고요. 이모 가족들이 돌아가셨는데, 그들의 장례식에 한 번도 가보지를 못했다고요."
그랬구나.... 다들 죽었구나..... 다들 죽은지는 나도
몰랐다....

💥💥💥엄마는 이모고, 이모는 엄마가 된다.
동생이 부탁을 했다. 애기(나)를 언니에게 간첩의 자식이라는 누명은 쒸우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로한계선 북쪽에서 작업하다가 나포 된 어부들은 간첩으로 덧쒸우기가 정말 쉬었던 당시였다.

"왜냐면 네 엄마 여동생의 남편, 그러니까 나한테는 동 서가 되는 셈이지. 그가 거짓 간첩 혐의를 받고 20년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지." 아버지의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마치 무슨 창피라도 당한 사람처
럼. 나의 치명적인 잘못이 사방팔방에 알려지기라도 한 것 처럼. "그때는 거짓 혐의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그건 나중에 정말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진 사실이었어.

🌐🌐🌐나가면서
결국은 국가의 잘못이다.
간첩이 아닌 자를 간첩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질곡의 인생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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