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의 시간

지붕 위의 신발/뱅쌍 들르크루아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4. 15.
반응형

지붕 위의 신발/뱅쌍 들르크루아


뱅쌍 들르크루아 Vincent Delecroix
1969년 파리 출생.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살고 있다. 2003년 젊은 남녀의 운명적 로맨스를 그린 첫 소설 "브뤼쎌로 돌 아가기"로 큰 호응을 받았고, 이어 "문에서" (2004) "잃어버린 것"(206) 등의 소설에서 현대인의 사랑과 외로움을 감성적으로 그려내 프랑스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에 깊이 매료되어 그에 관한 다수의 에세이를 썼고, 그의 실존철학이 소설 속에도 반영되어 있다. 2007년 발표한 "지붕 위의 신발"은 공꾸르.르노도.메디치 상에 동시에 후보로 올랐고, '발레리-라르보 상을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차례
진리는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가? ㆍ007
복수심ㆍ017
기다림의 노래ㆍ031
나는 왜 사라졌는가. 046
비극적 요소ㆍ073
동화 증후군. 098
개 같은 성격. 140
응급구조. 174
미학적 요소ㆍ204
에필로그
천사의 추락_이 이야기에 관한 진실. 224
옮긴이의 말. 235

🌐🌐🌐 프롤로그
소설이 모두에게 감흥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작가도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것을 살짝 벗어나서 철학적 사유가 깃들인 "지붕 위의 신발"은 철학적 사유마저 던져 버리고 시작한다면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1. 아빠에게 꼭 이야기해야 돼 "천사를 봤다고" 아기는 이야기한다. 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고 있는 천사는 신발 한 짝을 지붕에 남긴 채 날아갔다고.

아니야, 아니야, 분명 천사였어. 날 바라봤는데, 슬픈 표정이었어. 나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천사가 바라봤다고? 응, 한참 동안. 그런 다음 날아갔고?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날개가 없었어 신기하구나. 보통 천사들은 날개가 있는데.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밤이었잖니. 아니야, 아니야, 정말 날개가 없었어. 확실해. 창문에 서서 똑바로 봤단 말이야. (진리는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가?)

2. 멍청한 놈들은 새벽 세시에 다리 하나가 없는 남자를 만나는 삶을 조우할 불운은 없지만, 전 남자 친구가 바로 옆에 온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정말 성질을 돋우는 장면이다. 나는 남자가 벗어 놓은 바지로 무릎을 묶어놓고는 신발 한 짝을 지붕으로 던진다.

칼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든 둘째 이유였다. 잠시 강도의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무사히 성공한 다음에도 파렴치한 죄의 길에 빠지진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연장들 중 아무거나 들고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 연달아 찔러대기만 하면 끝이다. 다정한 연인이 되어 즐기는 꿈,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꿈을 꾸고 있을 그들을 말이다. (복수심)

3. 아직도 넌 살아 있을까?  네 나라로 돌아가. 여긴 네 나라가 아니야. 말썽 피우면 팔을 작살내버리겠어. 그러면서 뒤로 묶인 발, 날 쳐다보던 눈길. 그리고는 끌려갔지. 둘이서 내 방에 있다가 엄마한테 들킬까 봐 도망을 갔었지. 그때 남겨진 신발 한 짝이기다리고 있어.

아직도 내가 프랑스 신분 중에 기록되어 있는 그 나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사진하고 똑같은 얼굴이니까. 내가 이미 두 번이나 훌쩍 나이를 먹어버렸다는 걸 애써 무시하는 거야. 그러니까 처음은 네가 날 안았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내게서 널 앗아갔을 때. 그러니까 처음은 내가 여자가 되었을 때, 두 번째는 내가 죽었을 때 말이야. 난 엄마 보다 더 늙었고, 이 세상 누구보다 더 늙어버렸는걸.(기다림의 노래)

4. 인터뷰 진행자인 나는 신을 주제로 대화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영혼은 엄청난 폭발을 한다.
내 삶이 송두리째 부질없음을 느낀다.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철학과 하나가 된다.  "수상록"  "순수이성비판" "파이드로스" "단자론"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의 철학에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지붕에서 사라진다. 지붕의 건너편에는 한 짝의 구두가 보인다. 사라지는 모습을 에피소드 1의 아이가 본다.


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송 중에 신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는 사실은 이 가설에 든든한 근거를 제공했다. 더구나 그 말이 나의 내면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허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믿을 만한 가설임이 분명했다. 그 말은 진정 내 삶 이 송두리째 부질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았는가. 나는 정어리를 씹으면서 곰곰 생각했다. 넌 지금 신을 찾고 있는가? 신의 부재를 느끼는가?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대답이 떠올랐다. 분명한 대답이었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자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아주 평화로운 잠이었다.
(나는 왜 사라졌는가)

5.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필록테테스는 은행 강도를 배신을 당한다.  에피소드 2의 복수자가 새벽에 보았던 남자다.

필록테테스가 지쳐버린 것을 본 율리씨즈는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봐, 그렇게 말하지 마. 널 찾으러 온 거야. 우선, 그래, 널 버려두고 간 건 정말 추한 일이었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겁에 질리면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는 거잖아. 정말이야, 곧 데리러 오려고 했어. 맹세해.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단 말이야. 필록테테스는 입가에 웃음을 띠었고, 율리씨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은행을 제대로 털지 못했단 뜻이야? 그런 거야? 율리씨즈는 고개를 떨어 드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비극적 요소)

6. 파티가 열리면  나의 운명. 그녀를 만날 줄 알았다.
파티는 열였고 운명적인 여인도 있었다. 하지만 남겨진 것은. 구두뿐.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처음엔 고양이나 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또마의 신발이었다. 운명의 여인을 처음 만난 바로 그날 숲 길로 돌아오느라 엉망이 됐던 신발, 아무 곳으로도 갈 수 없게 된 그 신발이었다. ~~~ 그리고 인사도 없이 방에서 나왔다. 아마 그들이 살고 있는 그 거리에서였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몇 미터 쯤 지난 곳에 있는 도랑에 황금빛 구두를 버렸다.
(동화 증후군)

7. 개들이 주인을 품평한다. 개들도 한 성질을 한다. 그가 나에게 신발을 던졌다. 폭력을 쓴 것이다. 꺼져, 망할 놈의 개. 선을 넘었다. 배은망덕한 인간 신발을 물고 바깥으로 나갔다.

정말이다. 우린 사이가 좋았다. 지금 와서 그렇게 두들겨 맞은 개 꼴로, 가련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어 봐야 소용없다. 그는 분명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건 자업자득이다. 난 원망 같은 걸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두는 성격이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인내심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정말 한계를 넘어버렸다. 물론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가 불행해졌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 (개 같은 성격)

8. 할머니는 지붕 위의 신발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응급 구조대에 신발 처리 신고를 하지만 오히려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하고. 소방대원의 뱅쌍을 만나게 돈다.

어느 날 뱅쌍한테서 전화가 왔단다 밑도 끝도 없이 묻더구나 너무도 간단하게 말이야. 오늘 비번이에요 같이 산책하실래요? 자끄마르 앙드레 미술관에 가요 그림도 같이 보고 점심도 먹어요. 나갈 채비를 할 시간도 빠듯했지. 알고 있니? 내가 자끄마르 앙드레 미술관에 가본 지 삼십 년이 넘었다는 것 말이다. 많이 변했더구나. (응급구조)

9. 지붕 위에 신발, 의미 없는 신발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당연히 거꾸로 해야죠. 그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성의 원칙을 없애버릴 게 아니라 오히려 가득 채워야 해요. 가득 채우라고요?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았는지 그는 다시 자세히 말했다. 설명을 피하지 말라는 거죠. 가능한 모든 설명을  다 해야 해요. 그는  담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난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도 저렇게 피워야겠군. 귀족적이야.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저 신발이 지봉 위에 가 있게 되었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걸 설명하는 이야기를 써야 해요. 가능한 이야기 전부를 말이에요. 그래요. 설명을 가득 채우는 거죠. 우리가 참석한 이 기괴한 파티도, 꼭 무슨 가장행렬 같은 이 기념비적인 오류도 전부 이야기에 포함시키는 게 좋겠네요. 난 그럴 수도 있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학적 요소)

🌐🌐🌐에필로그
고리처럼 맞물린 이야기들은 모두 "지붕 위에 놓인 신발 한 짝"으로 귀결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 에피소드가 전해주는 것은 우리의 삶에 언제든지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