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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엄마를 절에 버리러/ 이 서수 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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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수 작가의 세 편의 소설은 서로를 배려 하기 위하여 독립지향적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한 세월을 같이 겪어 가는 동지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마음에서 도움을 주고픈 감정을 일어키고 있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십대 시절, 내가 반 친구들에게 콘돔을 팔았을 때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도 놀라지 않았다.~그 어린 나이에 악착같이 콘돔을 팔았나.

엄마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혹시 내가 많이 아프면, 도망가.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멀리 도망가.
🌐🌐'나'는 가족의 울타리는 견디기에는 벅차고 마음속으로는 버겁지만 결코 그 책임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아직 폭죽이 많이 남아 있었다. 꽝 터뜨리고, 와아 감탄하고, 피시식 사라질 폭죽이 100발 넘게 남아 있었다. 엄마의 손에 불붙은 폭죽을 건네주며 나는 이 순간을 엄마가 영원히 기억하길 바랐다. 우리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그날에도. 찬란하게 떠올라 이내 어두운 바다 속으로 녹아 사라지더라도.
🌐🌐
희망이라는 게 이직도 남아있고, 조금 힘들지라도 헤치며 나아갈 마주 잡은 손이 따사롭다.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이사 온 첫날, 엄마는 싱크대 하부장을 수세미
로 여러 번 닦아냈다. 이전 세입자가 물엿을 엎질렀는 지 바닥면이 끈적거렸다. 그 일을 마친 뒤엔 안방 장판을 닦아냈다. 엄마의 둥근 몸은 온종일 집안 곳곳에 다 붙어 있었고, 팔을 세차게 움직일 때마다 앞뒤로 흔들리고 위아래로 들썩였다.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30만원, 붉은 벽돌로 지은 다가구 주택 1층. 안방은 제법 컸고, 작은 방도 그리 작지 않았다. 무척 낡았지만 우리에겐 좋은 집이었다. 엄마는 열성을 다해 청소했다.

🌐🌐좀 더 크고 좋은 환경을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 욕망이지만, 지금의 현실에 나를 포기하거나 나락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나는 엄마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나만 있으면 될까 공원 벤치에 앉아서 바람 부는 운동장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엔 무엇이 가득 차 있을까. 그리움이나 외로움이라면, 그래도 나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엄마 나이에 로맨스가 뭐야. 내 나이에도 로맨스는 뭐가 될 수 없는데. 엄마에게 로맨스가 왜 필요해. 나에게도 로맨스는 필요 없는데. 우리에겐 로맨스 소설이 있고, 우린 그걸 쓸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러므로 더욱 필요 없지.

🌐🌐엄마와 같이 동지적 신념으로 세상을 의지하며 나아가려는 생각을 굳게 지닌다.

나는 문서가 열리길 기다리며, 은빛 털을 휘날 리는 암 늑대로 변한 엄마를 상상했다. 그 등에 올라타 털을 꼭 쥐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도 엄마가 달릴 때마다 나는 위아래로 들썩이고, 엄마의 털을 더욱 세게 거머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바람을 가르며 우리는 함께 달린다.



♨️♨️있잖아요 비밀이예요.

뭐가 필요했지? 서한지는 핸드폰 메모장을 열더니 필요한 서류를 하나씩 불러주었다. 초진기록지, 경과기록지, 투약 기록지, 김월희는 그것들을 노트 귀퉁이에 적었다. 서 한지는 그런 김월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만약 안 되면, 그때는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해 알아보자.

🌐🌐딸과 사위에 얹혀 사는 자기가 안스럽다. 정신 장애 진단을 받아서라도 병원비를 줄일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너, 그 책 아니? 카프카의 "변신.. 서한지는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뒷산에 놀러 갔다가 내 또래 여자가 그 책을 빌려줬어. 은퇴한 교사인데 사람보다 책을 더 좋아한대. 쉽고 재미있으니까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좀 그렇더라.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 남자가 나오잖아. 가족들은 남자를 싫어하고, 남자는 괴로워하고. 근데 그게 꼭.....내 모습 같았어.

🌐🌐나, 김월희는 자립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부담을 줄일 수가 있다. 무슨 일자리든 얻으려고 애를 쓴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다가 더워지고, 그들
은 한여름에 미지근한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가 언제 이렇게 독해졌지, 하고 말하며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할 것이다. 그거면 된 것일까. 서한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월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도 벌레 같지 않고, 아무리 봐도 사람 같은 엄마의 얼굴을.

🌐🌐 개인의 각각의 특성을 최대한 나타내면서도, 그 인물들이 사는 곳은 만족치는 않지만 부정하지는 않으며, 자기가 하는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어하는 점이다. 각자의 구성원이 최대한 노력하면서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나아 가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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