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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단초를 찾아가는 단추/ 심상대 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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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대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태어나 고려대 고고미술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세계의 문학, 봄 호에 단편소설 "묘사총" "묵호를 아는가" "수채화 감상 세 편"을 동시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 "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산문집 "갈등하는 신" "탁족도 앞에서" 등을 출간했 다. 2001년 단편소설로 제46회 현대문학상을 수 상했으며 2012년 중편소설 단추로 제6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단추의 지향점
심상대의 중편소설 단추는 꿈속에서 잃어버린 단추를 찾아 혜매는 민우와 그 단추를 현실에서 습득한 지섭의 일상이 교차하면서 펼쳐지는 가운데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꿈과 현실을 다독거리면서 소설적 구성에 나름 도달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업과 생활고라
는 절망적 상황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겪는 삶의 고통이라는 답답하고 어려운 주제를 떨어져 나간 "단추"라는 평범한  인식으로 긴 터널을 지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단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1.지섭의 단추

문학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안정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점 이나, 시간강사라는 불안정하고 열악하기 그지없는 일자리 매달려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자신의 처지야말로 그러한 명제에 부합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돌연 깨달았다. 희망은 없었고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일상의 무료함과 자신에 실망.
단추 중심에 실을 제는 구멍 네 개가 뚫려 있었다. 외출할 때마다 지섭은 망설였다. 처음엔 이 단추를 잃어버린 친구가 누굴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고, 다음엔 친구가 아니라 그 어떠한 낯선 사람의 단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을 어떻게 만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어쨌든 임자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단추를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지섭은 옷을 입고 소지품을 챙길 때마다 한 순간 망설이기는 했으나, 한 번도 단추를 두고 나간 날은 없었다. 하필 단추를 두고 온 날 단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기 앞에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
지섭의 단추는 그림자이며, 한 켤레 밖에 없는 신발이며, 안경을 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살이와 같다.

"아아 단추!'
그는 소리를 지르며 양화검문소 앞에 선 공중전화 부스를 바라보았다. 한 달 전 버스에서 내려 그곳으로 다가간 우연한 선택처럼, 그는 취중에 맞닥뜨린 우연으로 공중전화 부스에 달려들어 공중전화기 뒤편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자신이 넣어두었던 비닐 집록을 집어 들었고 그 안에 든 단추를 꺼내 손에 들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추위는 더욱 심했다.
"이 단추인데?"   그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는 더욱 지치고 병든 소리로 아우웅, 아우웅, 하고 처량하게 울어댔다. 지섭은 다시 한 번 손에 든 단추와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 단추를 비교하면서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이 단추야. 포스트잇 메모지에 트위터의 전화번호를 적어 책상 위에 놓아두고서는, 고양이에게 황태포를 던져준 뒤 침대에 누웠다. 손가락으로 줄곧 단추를 굴리면서, 지섭은 기다리던 사 람이 나타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신과 기다리던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에 가습 설레는 자신을 무책임하게 지켜보는 공황상태에서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나에게서 떠난 단추는  나의 상실된 자아였을까?
나에게로 돌아 온 단추는 잃어 버렸던 자아를 회복한 것일까? 나는 회복 할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던가?



2.민우의 단추
   🌸🌸민우의 꿈

지난해 말부터 하염없이 꾸었던 꿈의 장면과 같이 이번 꿈속에서도 그는 단추 하나가 떨어져나간 코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트는 짙은 밤색이었다. 재질은 화학섬유인 듯했다. 목을 감싸는 둥그런 깃이 있고, 말기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반코트였으며 코트보다 좀 더 짙은 색깔의 단추 네 개가 코트 앞쪽에 달려 있었다. 위와 아래에 두 개씩 달렸는데, 그 두 개와 두개 사이에 달려 있어야 할 단추 하나가 떨어져버리고 없었다.

"여긴 없나요? 찾으시는 단추가?" "네. 없어요 그럼 말해 봐요. 어떤 단추를 찾으시는지? 민우는 꿈속에서 자신이 입고 다니는 밤색 반코트를 묘사하고, 그 코트에 달린 단추의 생김새와 크기를 손가락과 말로 설명했다. 여인은 알 만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고 찾는 단추와 똑같은 단추를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그 옷을 가져오면 좋잖아요. 그럼 금방 찾아줄 텐데." 그럴 순 없어요 꿈속에서만 입는 옷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고, 다른 방식으로 거짓말하기도 싫었다.


🌸🌸홍련

민우는 얼결에 이렇게 말했다. "넌 참 예쁘다. 이름도 예쁘고, 예쁘다는 표현이 공허하게 들렸는지 홍련은 눈과 코와 입 을 동시에 짱그렸다. "그래도 기생이름 같지 않니?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좋아하겠다.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난 지금까지 홍련은 바에서 일하고 있 었다. 민우가 보기에 홍련은 누구보다 예뻤다.
"넌 그 꿈 해결 안 하면 안 돼. 내가 보기엔 무의식의 망상 장애야."무의식에도 망상장애가 있나?" "너가 그래." 민우가 길게 이야기하는 대신 요기와 갈림길과 사과밭을 짤막하게 언급하자 홍련이 되물었다. "요즘엔 자주 여자가 등장한다?" "그래. 이상하지?" "당연하지, 청춘인데..... 홍련은 이야기를 계속하라 졸랐으나 민우는 어서 방으로 돌아가 더 잠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내 방에 올라가서 자. 내가 네 꿈을 수선해 줄게 네 꿈속에 들어가 단추를 달아줄게."  "싫다!"
그날 밤 늦게 홍런은 진짜 옥탑방으로 갔다. 민우는 옥 탑방 출입문 두드리는 소리와 문 열라는 홍련의 말짱한 목소리를 함께 들었다. 홍련은 핸드백을 의자에 올려놓으며 책에 있는 단추그림과 검정 실을 매단 바늘을 봤다. 민우야, 내가 네 단추를 찾아줄게. "어떻게?" 그녀는 핸드폰으로 단추그림을 사진 찍고, 사진과 함께 '이 단추를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 트위터에 올렸다. "됐지?"

💥💥홍련이 올린 단추 사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연결고리는 사건이 될 수도 있고, 깨달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인가는 시간이 되고 인연으로 다가오는
선물일 수도 있지만, 그 귀중한 포인트는 머물러 있지는 않겠지요.


🌐🌐🌐단추는 단초가 삶의 되었을까?
잃어버린 단추에서 상실한 자아, 그림자 처럼 쫓아오는 지독한 자아에 대한 단초를 찾았다. 찾지 못했다 하여도 상관없다. 나의 자아는 단추가 있던지 없던지 간에 항상 그곳에 존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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