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트리스 라누아 Patrice Ranoy
파트리스 라누아는 1958년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다. 스트라 스부르에서 과학을, 파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과학 전 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의 원리와 법칙을 연구해왔다 1983년 "르 마탱 Ie Matin"에서 저널리스트로, 1984년부터는 AFP 통신의 과학부에서 일했는데, 특히 나사(Nasa), 아리안(Ariane) 등 우주 관련 분야와 국제 핵, 자연 재해 및 기술 재해 분야(체르노빌 사건 등)를 담당했다. 텔레비전 방송국 TF1에서 방송작가로 일했고, 잡지 "사 멤테레스 Ça minteresse"의 과학 편집 담당 고문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르 피가로 Le Figaro"에서 수석기자를 거쳐 국장을 역임했다. 프랑스2 방송국에서 과학 관련 프로그램 을 만들었고, 과학ㆍ환경 채널 '플라네트 퓌튀르(Planete Future) 를 개국하고 이끌었다.
최정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 후 일년 후" "어떤 미소," "마음의 파수꾼," "연금술사" "오자히르" "단순한 열정," "숨쉬어," "오를라" "거짓말 제조기," "제로" "파란 섬의 아이" 등 많은 작품을 우리 말로 옮겼다.
🌐🌐🌐순서
1.출항 이유서
2.망대해에서
3.종결
💥출항 이유서
실크같은 그 웃음. 나는 그 웃음이 우리의 욕망과 영혼을, 그리고 우리의 모든 비밀을 시간에서 훔쳐내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예상은 빗나갔다. 파트리샤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떠난 지 벌써 2년이다. 2년 동안 숨을 쉬지 않고 있다.
🛶🛶그녀는 내 곁을 떠났다. 내가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하지만 언제든지 바로 앞에서 나타날 것 만 같다. 정말이다.
그 모습이 내 안에 매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년의 눈은 파트리샤의 눈과 똑같았다. 그리고 클라라의 머리카락은 파트리샤의 머리카락처럼 까마귀 같은 검은색이었다. 공기를 크게 한 모금 들이마시자 파트리샤에 대한 상념이 흩어졌다. 언제쯤 그녀의 모습이 불쑥불쑥 눈앞에 떠오르지 않을까?
클라라는 승리가 눈앞에 다가있음을 확신하듯 미소를 지었다. 내 침묵은 이미 항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가깝다면서요. 닻을 내리고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 금방 다시 돌아오면 되죠. 솔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좋아할 거야, 좋아할 거야. "너무하는 거 아니니?"
🛶🛶앙증맞고 영악한 클라라와 솔은 충분하게 파트리샤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넘쳐난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가 예상대로라면 그것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돌아 올 시간에 돌아오지 못한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항구를 떠나고 사흘 낮 사흘 밤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항해일지를 적기 시작한다. '모르포' 호의 항해일지."를 그 속으로 들어간다.
💥망망대해에서
(기분좋은 준비)클라라가 옷을 갈아입으러 요트 밑으로 내려갔다 그 애가 옷을 갈아입고 간판에 다시 나타났을 때 나는 그 애에게 눈길을 주지않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짙은 색 원피스 수영복이 헌 스웨터와 구멍 난 청바지가 감추고 있던 모든 것을 드러내 주었다. 그 애의 몸은 다 큰 처녀 같은 데는 전혀 없었지만 하늘이 바다 위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애에게 어울리는 관능을 발산했다. 파트리샤에 대한 추억이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다. 모래 세례라도 받은 것처럼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튜브로 된 선블록 크림이 홀에 널려 있었고, 클라라는 그것을 몸에 발랐다. 내 아내 파트리샤에게서 나던 향기가 바람에 흩날렸다. 파출리(동인도산 꿀풀과 식물의 일종_옮긴이) 향기였다.
( 실수)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이 고철 더미가 꼼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휘발유를 먹는 이 고물은 다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클라라는 여전히 태평한 표정으로 다시 해보라고 했다. 내가 한번 해볼까요, 아저씨? 모르는 거잖아요, 초심자의 행운 말이에요!
그 애도 두세 번쯤 몹시 애를 썼다. 그러다가 난간에 팔꿈치를 부딪힌 그 애는 내려앉는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우리는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내 실수였다. 당황하지 말고 즉시 정신을 차려야 했다.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닻을 내려야 했다. 우리는 아직 좁은 수로 앞, 수심 20미터가 되지 않는 얕은 여울에 있었다.
🛶🛶소설의 전개 상황으로 닻은 바닥에 닿지 않아야 했고, 배에 탄 이들은 우왕좌왕 하는 게 맞았다.
자 바다로 떠밀려가자. 망망대해에서 믿을만 게 있던가?
(시작)그럼 이제 뭘하죠? 우린 크루즈 여행을 온 거야. 먼바다에서 지내는 하룻밤? "아저씨는 이 상황을 그렇게 봐요?" "내 말을 잘 들어 봐" 클라라 상황이 조금 급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돌아간 것에 대해선 미안해 하지만 바다가 잠잠하니 걱정하지 마 너는 솔과 함께 좀 쉬도록 해. 내가 불침번을 설 테니까 조만간 배가 지나가다 우리를 볼 거야.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죠. 아저씨?" "내가 언제 그렇게 말하던?" "하지만 아저씨 얼굴을 보니 꼭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요!"
(시련) "이를테면 나비는 너와 다른 현실 속에 산단다. 나비는 사물을 너와 다르게 보지. 나비의 세상 속엔 벽화가 존재하지 않아. 그들에게 양분을 제공하는 진짜 꽃만 존재하지. 반면 너의 세상 속엔 벽화가 존재하고 그 벽화가 너에게 현실을 감추지."
그런 걸 아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
(시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거기 있어,로익. 우리의 상상의 혹성에. 그리고 나를 되찾아." 나는 일어나서 갑판 위를 걸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계속 나를 찾아냈다 " 거기.... 파트리샤였다. 그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고, 나는 착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흥분한 나는 성냥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성냥 세 개는 오렌지색 미광이 내게 대양을 보여주기도 전에 밤 속에 익사해버렸다.
🛶🛶파트리샤는 나에게 무엇인가? 제들은 내 기억의 회로에서 무엇을 끄집어 내려 하는가?
(시련)"혹시 전에도 한 적 있어요?" '뭘?"
"그바보 같은 짓거리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클라라?" 아저씨는 맛이 가고 있어요. 우리 중 한 명이 그런 게 아니라면
그 구멍이 왜 생겼겠어요? 그런데 나와 솔은 그런 구멍을 클라라, 그러니까 내가 배에 구멍을 뚫었단 말이니? 우리가 침몰하도록?" "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내가 왜 배에 구멍을 뚫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는 정상이 아니라니까요. 발작을 일으킨 환자, 뭐 그런거죠...... ."
(의심) "아저씨, 만약 아저씨가 진짜 머리가 돌아 발작을 겪고 있다면, 그리고 아저씨가 아줌마를 죽이고 완벽하게 숨겼다면 그건 이 낡아 빠진 배에 탄 모든 사람과 상관이 있어요.!" "그래? 그게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론이니?" "나는 배에 숨은 연쇄 살인범이고? 너희들을 죽여 내장을 꺼내려고 안달이 난 미치 광이고?" 클라라의 두 눈이 고요해졌다. 이미 통제력을 되찾은 뒤였다. "아저씨 말에 따르면요."
그 애가 자리를 뜨면서 조용히 말했다.
(의심) 나는 얕고 피곤한 잠을 잔 후 깨어났다. 삭신이 쑤시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허파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눈을 뜬 채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솔이 안녕!" 하고 속삭였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제야 솔이 왜 그런 거북한 표정을 짓는 지 깨달았다. 내 몸이 온통 끈으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신뢰)사이클론의 위력이 한층 커졌다 사이클론은 한없이 힘을 더해 갔다. 굳이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바다의 움직임이 커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르포 호의 움직임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솔과 나는 먹은 것을 전부 토했다. 선실 안은 마치 시궁창 같았다. 클라라는 조용한 에너지를 뽑으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클라라도 우리만큼이나 기진맥진 해 있었다. 그러나 그 애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바삐 움직이 고, 분주히 돌아다니고, 밧줄을 보강하고, 우리에게 마실 것을 갖다 주었다. 나는 그 애가 움직이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신뢰)클라라가 뒤를 돌아보았다. 선실 입구의 네모난 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클라라는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1, 2초쯤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 애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 애의 입술은 가날프고 파랬으며, 자신의 눈빛을 배반 하지 않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클라라가 우리에게 뭔가를 말했다. 하지만 요란한 파도 소리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파도 하나가 조금 느릿하게 지나갔다. 클라라의 손에 힘이 풀리더니 계단참을 붙잡고 있던 손가락들이 차례로 떨어져나갔다.
💥종결
진짜 세상?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 망망대해에 조난당한 작은 요트 '모르포 호' 신비한 소녀 클라라, 자폐아 솔, 천체 물리학자 로익 세 사람의 8개월 간의 기이한 항해. 로익은 열대 숲에 사는 나비 이름을 딴 작은 요트 '모르포 호' 에 신비한 소녀 클라라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년 솔을 태워 바다로 가벼운 소풍을 나간다. 저녁이 지나 폭풍우와 파도가 밀려오면서 그들은 먼 바다로 휩쓸려 간다. 파타고니아를 향해 가는 모르포 호와 함께 8개월 동안 험난한 모험을 겪는 세 사람은 폭풍우와 맞서 생존과 치열하게 싸워 나가다 거대 폭풍 사이클론을 만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클라라와 솔은 로익의 내면과 외면의 양면이다. 이는 또한 파트리샤를 향한 양갈래의 의식이 아닐까? 사이클론은 의식이 충돌하는 과정이며, 클라라와 솔의 죽음은 로익의 잠재 된 의식이 하나로 충만하게 합쳐진 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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