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세이건 SASHA SAGAN
2025년 1982년 뉴욕 이서커에서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영화, TV쇼 제작 자이자 작가인 앤 드루안의 딸로 태어났다. 뉴욕대학교에서 극문 학을 전공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은 사샤에게 방대한 우주 와 자연현상에는 심오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며, 현상을 비판적 으로 보되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가르쳤다. 부모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인간 존재를 다층적으로 탐색하는 글쓰 기를 해왔다. "뉴욕매거진" "오, 디 오프라 매거진", "바이올릿 북" 등의 잡지에 글을 실었다. 인버스미디어그룹이 뽑은 '2020년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50인'으로 선정됐다.
옮긴이 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클라라와 태양" "온 컬러"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달빛 마신 소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비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들어가는 말
가르침도, 율법도, 신도, 이제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욕에서 나의 중조외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아들을 보고 웃음을 띠며 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했다. "믿지 않으면서 믿는 척하는 것만이 죄다. 수십 년 뒤, 이 이야기가 엄마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생생하게 나에게 전해졌을 무렵에는, 이 말이 우리 식구들이 반복해서 읊는 주문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자연에는 온갖 패턴이 있고 사람들은 패턴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고 따라 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보다 더 큰 존재를 나타낸다고 여겨지는 단어나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언어. 수학, 음악, 의식 등의 핵심을 이룬다. 어떤 의식은 사적이고 어떤 것은 공적이다. 어떤 것은 너무 흔해서 의식이라고 생각조차 않고 반복하기도 한다. 세상 어디에서 언제 이루어지든 의식은 어떤 예술의 형태, 정교한 공연이나 신비한 시 같은 것이며, 시간과 변화, 삶과 죽음 같은 우리 힘으 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기 위해 필요하다.
나는 아이 양쪽 부모 조상들의 관습과 신념 일부를 따르면서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한 해의 삶을 그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아이가 사람들을 갈리놓는 교리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이 지구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
🌐🌐🌐1장 태어남
"그거 아니, 너희가 원래 이 세상에 없었는데 우리가 만들었어! 그래서 생겨 난 거야!" 우리는 엄마를 흘겨보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 왜 당연한 소리를 해."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놀랍고 아름답고 짜릿한 일이 아닌 것은 아니다.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새로 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안에 생겨날 때, 격한 감정과 함께 우리는 삶이라는 막대한 경이의 일부를 경험한다.
💥💥생각이 난다. 신혼 초에 준비하던 모든 것, 아내는 몸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고, 나도 나쁜 기운이 있는 곳은 가길 삼가했었고 미리 애기 이름도 몇 개씩 준비를 하였던 때가.
내 뱃속에서 작은 생명체가 조금씩 자라나는 동안, 나보다 먼저 임신한 친구들이 농담을 섞어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던 게 생각이 났다. "내 몸안에 에일리언이 있는 것 같아!
부모님은 DNA 라는 비밀 암호 같은 것이 혈관을 타고 흐른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만난 적 없는 조상들의 특징이 거기에 담겨 있다고 유전자가 나와 초기 인류, 선사시대의 포유류, 그리고 지구상의 최초의 생명체를 연결한다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아이를 낳으면 나도 그 사슬의 고리 하나가 되어 나의 일부를 내 이름도 모를 후대에 전해주게 되는 것이라고.
언젠가 또 아기를 낳게 되면 그때는 적절한 의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장. 한 주의 의식
다행스럽게도, 종교가 없는 사람도 주간의식은 가질 수 있다. 목요일 주류 특별할인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한 잔 한다거나, 데이트하는 날, 좋아하는 운동 수업이 있는 날, 자원봉사하러 가는 날 같은 것들이다. 혹은 농산물 시장에 장을 보러 가거나, 네일숍에 가거나,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는 등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특별한 일이 있기 마련이다.
💥💥 특별한 일이 아닌 일이 특별한 일이 된다. 나에게 특별한 날은 냉장고를 실사하고 다가오는 일주일에 무엇이 필요한지 마트에 가서 구매하는 일인 것 같다.
🌐🌐🌐3장. 봄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조금 삐딱하다. 자전하는 모양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는 약간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돈다. 그 기울기는 약 23.5도인데 이를 자전축 기울기라고 한다. 이렇게 기울어져 있지 않더라도 날씨는 있을 수 있지만, 계절은 생기지 않고 일 년 내내 밤낮의 길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낮이 가장 긴 날이 하지, 가장 짧은 날이 동지다.
💥💥💥 밤, 낮의 길이가 딱 알맞는 시간이 춘분이고, 추분이다. 봄이 오면 꽃 축제도 참여하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축하도 한꺼번에 몰려 온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는 유월절 말고 또다른 신성한 봄의 의식이 있었다. 엄마가 나를 위해서 만든 '첫 열매 축제'인데 '꽃 피는 날'이리는 이름을 붙였다. 업스테이트 뉴욕의 기나긴 겨울이 마침내 불러가면 나는 날마다 우리집 식당 창문 밖에 있는 산딸나무 가지를 살폈다. 가끔은 눈이 착시를 일으킬 때도 있었다. 저기 뭐 보이지 않아? 아주 아주 작은 꽃봉오리가? 아냐.. 내일 다시 보자. 나는 하루하루 꼽으며 기다렸고 그러다보면 마침내 어느 날엔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꽃송이가 보였다. 그러면 엄마와 같이 밖으로 나가 산딸나무 꽃을 감탄하며 구경했다. 그리고 그날에 다과회 같은 것을 열었다. 보통은 엄마와 나 둘이서 했는데 가끔은 가까이에 사는 엄마 친구가 오기도 했다. 작은 선물 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가장 큰 선물은 우리 스스로 축하할 거리를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기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봄이 왔다는 사실이었다.
🌐🌐🌐 4장. 매일의 의식
존과 내가 날마다 하는 작은 의식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아침 존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만들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한잔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나는 존에게 고맙 다고 하고 내가 존을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한다. 이 작은 사랑의 행위가 우리가 보낼 하루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저녁때 존은 퇴근하면 서 "출발!!!"이라고 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이 문자를 받으면 여전히 가슴이 살짝 떨린다. 좋아하는 사람을 곧 만 나게 되리라는 설렘이다. 이것도 작은 의식이다.
💥💥이렇게 작은 행동 속에 말로써 표현하지 못할 큰 행복이 있다는 것을. 뿌듯한 결합은 그렇게 작은 행동이 적립되어, 그것은 마치 포인트 처럼 쌓여 나중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이 경전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우리에게는 백과사전, 지도책, 사전이 그런 역할을 했다. 경전에서 새로운 구절을 찾아내거나 원래 알던 구절을 새로운 눈으로 볼 때와 마찬가지로, 책에서 지식을 찾는 경험이 나를 지적으로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자라게 했다. 나는 날마다 세상과 우주의 작용에 대해 조금씩 더 잘 알게 되었다. 날마다 서서히 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배움을 통해 연관 관계를 찾으면서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나는 딸아이가좀 자란 뒤에 세계의 역사와 예술과 그 안의 존재들과 그들 삶의 방식, 우주에 관한 탐구를 노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에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는다. 방과후에, 주말에, 여름방학 때도 아이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를 알아내는 일을 집에서 날마다 수행하는 성스러운 의식으로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5장. 고백과 속죄
여러 종교에서 정신과 신체를 정화하는 의식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의식의 뿌리에는 인간의 몸은 현실적인 기능을 수행하므로 더럽고 완전무결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여기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피를 흘리고 오르가슴을 느끼고 먹고 싸고 땀을 흘리는 우리 신체도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생명을 유지하는 놀랍고 복잡한 장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원죄는 성이나 지식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잔인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속죄해야 하는 건 그것이다. 큰 잔인함뿐 아니라 작은 것이더라도.
오류 수정이야말로 과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틀리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역사이래 가장 위대한 지성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오류를 범했다. 과학과 종교의 결정적 차이는, 나보다 앞에 왔던 사람들, 내가 그 어깨를 디디고 서는 선각자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준 사람(교사, 영웅, 멘토)의 생각이 옳지 않음을 입증하면 좋은 과학자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과학자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좋은 목사, 랍비. 성직자,수도사는 반대로 전통을 고수하는 이다.
어느 날 저녁, 딸을 낳고 얼마 안 되었을 무럽 내가 솔선 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덮고 위 층으로 올라가 존에게 사과했다. 전날 밤 직장 이야기를 할 때 잠들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가 합의한 것보다 더 큰돈을 써버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내가 소중하게 잘 보관하고 싶어했던 종이를 존이 접어버렸다고 뭐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실은 종이가 접혀서가 아니라 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기 때문에 화를 냈다고. 그랬더니 존이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종이 접어서 미안해." 그러고 우리는 키스를 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는 것 만큼 상대방을 존경하는 게 더 있을까? 알량한 자존심으로 큰 상처는 내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6장. 성년
성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해당하는 성인식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사실 성인식으로 기념하는 변화의 공통적 본질은 뇌하수체에서 생식샘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고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고 섹스, 임신, 출산, 책무 등의 가능성이 새로 열렸다는 것이다.
💥💥자유 의식의 성숙이야말로 성인됨의 최고 가치일 것이다. 행동 뒤에 따르는 책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7장. 여름.
햇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다. 해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쪼이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배 출되는 실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우리 신체와,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 사이에 과학적 연관이 있는 것이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지구로부터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46억 년 전에 생겨난 수소와 헬륨 덩어리 에서 나오는 빛을 쪼이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8장. 독립기념일
독립의 날은 탄생이나 죽음 같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 다. 춘분이나 하지 같은 천문학적 개념도 아니다. 그러나 뿌리는 과학적 발견을 추동하는 인간의 중동과 같은 데 있다 정치적 혁명이나 과학적 혁신이나 모두 권위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함으 로써 이루어지며 사물의 본질은 무엇 인가?라는 질문에서 태어난다. 독립의 날은 (비유적인 의미 에서) 우리의 진화하는 능력을 찬미하는 날이다.
💥💥 "진정한 애국자는 질문한다" 그 행위의 진실은 무엇인가? 본질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 가는가?
🌐🌐🌐9장 기념일과 생일
결혼.출생, 죽음 등의 이유로 기념할 만한 사건을 떠올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지구가 한 바퀴 돌아 그 일이 일어났을 때와 같은 위치에 왔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천문학과 관련이 있는 관습이다. 지구가 해를 기준으로 같은 위치에 왔을 때 기념 일이나 생일을 쇤다. 그렇지만 태양계 전체가 우리은하에서 2억 2500만 년 주기로 공전하기 때문에, 같은 위치에 있더라도 사실상 모든 게 다른 위치에 있기도 하다.
💥💥마이크로키메리즘microchimerism이란 엄마가 아기에게 유전자를 물려 줄 뿐 아니라 아기도 엄마 몸안에 세포를 남겨두어 그것이 엄마의 일부가 된다는 논문이다.
🌐🌐🌐10장. 결혼
언제 어디에서 일어니든 결혼은 미지의 삶 속으로 뛰어 드는 일이다. 그러나 알맞은 상대와 결혼한다면 그리고 식구들과 친구들의 사랑과 지지가 있다면 잘해낼 수 있을 것 이다. 나는 의자 위에서 들어올려지며 내가 결혼한 아름다운 남자와 내가 잃은 아름다운 남자의 유산을 보면서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든 게 마치 시처럼 깊고 진실하고 정확하고 숭고하다고 느꼈다.
🌐🌐🌐11장 섹스
섹스를 통해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게 믿어지나? 정말? 나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 사실에 경탄할 것 같다. 자연에 있는 참 많은 것들처럼 이것도 한걸음 물러서서 말로 설명해보면 마치 마법처럼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섹스가 죄악, 더러움, 남모를 수치 등과 연관되는 대신 찬란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될까? 우주에서, 지구에서, 과학을 통해 밝혀진 우리의 생명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면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섹스와 관련된 수치를 떨쳐버리는 과정도 필요하다. 섹스는 재생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 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임신하지 않고 쾌락을 경험하는 여러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다. 섹스와 재생산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섹스가 재생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신비로운 기적이다.
섹스는 유용하다. 아기를 만드는 데만 유용한 게 아니라 섹스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속도 강해지고 잠도 잘 온다. 그리고 극도로 막강한 경험이기도 하다. 생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막강하지만, 사람이 오직 섹스를 위해서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과 말을 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마치 마법에 걸리는 것과 비슷한 힘으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 12장 다달의 의식
나는 달이 월경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 을 왜 들어본 적 없는지가 늘 의문이었다. 둘 다 한 달을 주 기로 일어나는 일이니까 당연히 상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딸에게 이런 아름답고도 시적인 이 야기를 해준다면 정말 특별한 일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머지않아 네 몸이 38만 5000킬로미터 높이에서 우리 주위를
도는 거대한 바윗덩이와 연결되고 너는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거야. 신화 못지않게 멋진 이야기인데 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 13장 가을
가을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헬러원은 사회적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는 또 다른 의미도 갖는다. 우리는 날마다 세세한 관습과 기대에 따라 생활한다. 어떤 옷을 입을지,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 동을 할지 등이 어느 정도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정해져 있다. 그러나 핼러윈에는 감추어놓았던 자아를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핼러윈이 거대한 구멍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 14장 잔치와 금식
지구상에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TV광고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들의 현실을 우리의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한다. 우리 책임이 아닌 척한다. 거기에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정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샀을 그때, 어딘가에서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세상을 뜨
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을까?
단식하는 의식에서 또다른 중요한 부분은 다시 먹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소중히 느끼게 되는 기회다. 단식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라면 단식을 깨개면서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베트남 선사 이자 평화운동가
틱낫한은 이렇게 제안한다.
이 음식접시에서 나는
내존재를지탱하는
전 우주의 존재를
뚜렷이 봅니다
🌐🌐🌐 15장 겨울
긴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치면, 조용히 아이 방에 들어가 작은 귀에 속삭여서 아이들을 살살 깨우고 이런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너희한테 들려줄 아주 멋지고 대단하고
짜릿한 사실이 있어. 너무 거대하고 장대해서 어떤 인간도 멈출 수가 없는 일이야. 내일부터 다시 낮이 조금씩 길어질 거고, 서 서히 다시 꽃이 필 거고, 햇살이 돌아올 거야.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그다음에 그림이나 지구의와 손전등을 이용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 기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 는지 가르쳐주는 것이다.
🌐🌐🌐 16장 죽음
마지막이 임박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 적어도 카유가 호수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곳에, 우리 아버지 옆에 묻힐 수는 있겠구나. 물론 그곳에 묻힌 것이 과연 나일까 하는 의문은 있다. 정말 아버지 가까이에 묻히게 되는 걸까? 아니면 거 기에는 한때 아버지나 나였던 외피의 잔재만이 있을까? 산 사람 시야의 한계 안에서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나가며
이토록 작은 존재라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는 의미와 그 결을 같이한다. 강바닥에 모래가 쌓이는 것과 같이 우리는 모든 존재에 대하여 가벼운 마음을 품었으는 안된다. 모든 존재는 다 고유의 품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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