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사과집(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은
에세이스트와 저널리스트의 경계에서 평생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자주 소름이 돋아 닭살이 오르는 사람 그만큼 세상만사에도 분노하는 피부를 갖고 싶다. 분 노에서 멈추지 않고, 사랑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연립의 삶을 지향한다.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업에 대한 고민 없이 연봉만 보고 선택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여행을 떠났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2019년 여름, 귀국한 지 3주 만에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글쓰기 모임인 마흠지(마감의 기쁨과 슬픔)'을 만들고, 매주 한 번 죽음에 대한 글을 썼다. 나는 좀 더 괜찮게 죽고 싶었다.
목차


머리말~
갑자기 큰일이 생겼다.
나는 일정에 의거하여 하루 일을 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에게 생긴다면, 또한 그 일이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면 한 순간 공황에 빠질 것이다. 이 책은 아빠의 죽음이 가져온 예상외의 사건 전개에 대해서 당황하면서 세상의 이면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책은 1부에서 4부까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장례식에서의 여러 가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적었고,
2부에서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일생 동안의 동선을 다시 그려 나간다.
3부에서는 남은 가족의 가슴에 남은 흔적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4부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장래 모습과 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1부
♨️♨️장례를 치르면서 졸지 않을까?
잠이 몰려오는데 졸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장례식 조문객이 일찍 돌아가기 때문에 정리가 되면 다들 눈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아빠를 보내면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애도의 과정에서마저 내가 철저히 소외된 채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년 시절, 비슷한 또래의 남자 사촌들과 보낸 시간을 떠올렸다. 어른들은 초등학생이던 남자 사촌들에게는 미리 사회생활을 연습시켜 주었다. "네가 자라서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 장례의 관습은 초 단위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 위주의 장례 문화는 이미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조문객을 받는 절차 없이 바로 유골을 화장하고 가족끼리 애도의 시간을 갖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인知人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얼마나 알고 있으면 지인이 될까?
❗️이름과 얼굴만 안다.
❗️가족의 몇 명인지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
❗️가족의 이름과 고향을 알고 학창 시절을 안다.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 지인인가요.
그런데 사실 부모님의 경우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결혼 이전의 생활은 자식으로서는 공유하기가 힘든 시간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깜짝 놀라기까지 하는 경우가 왜 없을까?
산초 된장찌개는 아빠가 결혼하기 전부터 집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했다. 전북 진안에서 많이 나는 산초는 인접한 충남 금산에서도 즐겨 먹는, 주로 약재와 향신료로 쓰이는 산초나무의 열매다. 포도 열매를 축소한 것처럼 생긴 산초는 완두콩만 한 산초 열매들이 옹기종기 한 송이에 모여 있고, 익기 전에는 초록색, 익은 후에는 갈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친가의 본적인 금산에는 잡초로 수북한 산길이나 들길 사이사 이에 산초가 널리 퍼져 있다. 아빠는 1년에 한두 번 할머니 산소로 벌초를 하러 갈 때마다 산초 열매를 한가득 땄다. 돌아오는 길에는 금산장에도 꼭 들려 장을 한가득 본 뒤 무거운 손으로 집에 왔다. 봉지 안엔 주로 금산 할머니들이 적벽강에서 채취한 다슬기나 신문지에 켜켜이 쌓인 인삼이 들어 있었다.
♨️♨️누구나 추억에 깃든 음식 몇 가지는 있질 않을까? 추억에 깃든 음식이라 하니 나도 생각나는 게 있다. 여름날 아버지와 나는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러 배를 타고 갔다. 아버지는 맨 몸으로 잠수를 하고 나는 배가 떠밀리지 않도록 노를 저었다.
한가득 망태에 우뭇가사리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걸 자리 위에다 말린다. 다 말려진 우뭇가사리를 솥에 담이 다린다. 하루 종일 연탄 불 앞에서 다린 생각이 난다. 그렇게 해서 우묵을 만들어 먹으면 여름에 별미가 된다.
누구나 추억에 어린 음식은 있다.
3부
♨️♨️장례식이 끝나면 후유증이 남는다.
조의금 문제나, 유품 정리, 사후 답례 등의 일들이 끝나도 당분간 장례식의 피로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남은 가족이 서로 불편한 감정이 남이 있을 경우는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아픈 일도 별거 아닌 것처럼 의연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은 일어서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하루 빨 리 아빠의 죽음을 잊겠다거나, 강철 체력이 되겠다는 허황된 기대나 목표 없이 그저 오늘을 걷기로 한다. 가끔은 수다를 떨면서, 가끔은 서로의 보폭을 존중한 채로 그저 조용히 축축 한 오솔길을 걷는다. 우리는 멀리 볼 거니까. 그리고 우리는 함께 멀리 갈 테니까.
4부
결혼은 기본값이었다. 사회는 비혼의 상태를 불완전한, 안 전하지 못한, 철없는, 미완성의 상태로 바라본다. 비혼이 아니라 언젠가는 '팔릴' 미혼으로 보는 시선들. 나의 행복을 진 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이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나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누구의 엄마나 아내로 불리는 걸 거부한다.라고 선언한 비혼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또한 자식이라는 존재는 이제 더 이상 생산에 적합한 존재가 아니고, 소비만을 가져주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누군에게는 부담이 된다면 가족의 해체는 필연적인 사실이 될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만들어진 강아지를 입양하 듯
변모할 것이다. 인간의 소멸을 걱정할 것인가? 아니면 당연한 것인가?
"사회복지 시스템이 1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해요. 물론 남편이 아닌 보호자가 수술 동의서를 작성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도 필요하죠. 하지만 파트너 없이 오롯이 혼자 사 는 1인 가구는 여전히 질병과 재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본질적인 해결책은 혼자 사는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회가 되는 것으로 생각해요. 1인 가구도 아플 때 바로 의료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고, 질 좋은 간병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죠. 이건 돌봄 노동을 가정 안에서 해결해 온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해요. 보통 그 돌봄은 여성에게 치우쳐 있잖아죠."
끝맺는 말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고 느끼는 많은 불합리한 현상 속에 해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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