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효서 작가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작품으로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 "동주", "랩조디 인 베를린" "나가사키 파파", "비밀의 문" "라디오 라디오" "샛별이 이마에 닿을 때"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빵 좋아하세요?", 소설집 "웅어의 맛" "아닌 계절" "별명의 달인" "저녁이 아름다운 집" "시계가 걸렸던 자리"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등이 있으며, 산문집 "인생은 깊어간다" "인생은 지나간다" "소년은 지나간다"가 있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의 소재와 방식에 대한 끝없는 실험 정신을 선보임으로써,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독자의 평단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4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9
소리 없이 끌어당기는 27
같은 도시에 머무는 우연 55
절박한 떨림에 중독된 자 85
미워할 수 없는 거라던 말 121
다른 풍경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167
벚꽃이 지기 전에 199
한낮의 일성호가 231
오래된 이야기들 263
에필로그 279
🛶🛶 지금 가요 통영으로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 했던
"요"가 들어 간 세번 째 소설은 동피랑 언덕에서 강구안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산양유 셔벗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다가 노래를 듣는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청춘들의 고난스런 삶이 존재했던 80년대 초.
그 시기의 청춘의 빛깔과 섬들에서 아련하게 다가서는 푸르른 물결이 겹쳐져 보이는 이곳에서 이 소설의 첫 문장을 시작했다고요.
🛶🛶 나의 통영 이야기
통영은 한산도권의 가까운 바다와 욕지도권 먼 바다로 나뉜다. 제승당의 잔잔한 물결과 금빛 모래 해수욕장 비진도, 동백나무, 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 등의 활엽수림의 천국인 장사도와 출렁다리가 멋있는 연대도와 만지도,오곡도를 지나면 먼 바다가 나온다. 메기가 줄에 꿰이어 말라가는 추도, 옥녀봉의 애태우는 전설이 깃들인 사량도는 조금 가까운 먼 바다이고, 사명대사의 전설 속에 연화사와 보덕암이 있는 연화도와 우도, 양식 어장의 원조격인 노대도, 힐링의 섬 두미도, 적도와 쑥섬과 초도를 지나면 고양이의 천국 욕지도에 이른다.
더 멀리는 국도와 갈도 매물도와 홍도까지 통영의 품안이다. 통영의 섬은 신안군 다음으로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다시 통영의 강구 안으로 들어와 빼때기 죽 한 그릇을 훌딱 먹고 충무 김밥을 포장해선 동피랑에 오른다.
💥💥소설 속으로
형에게
"그럴 테죠? 그녀는 이런 식으로 말해요.그럴 테죠? 라고요. 그리고 고개 를 끄덕여요. 천천히. 그럴 거예요."
"아마. 이건 그녀의 후렴 같은 거고요. 목감기에서 이제 막 헤어난 사람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허스키하고 낮은데, 서늘하지는 않아요 그런 거예요, 라거나 그렇다니까요, 라고 그녀가 단정적으로 말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던가.....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잘 떠 오르지 않네요. 그러겠죠? 아마 그럴걸요, 라는 식으로 그녀는 말하니까.
🧨🧨🧨 소설의 주인공은
관찰을 하면서 때로는 개입을 하는 이로 씨와 사건을 전개하면서 그녀로 변신을 하는 이로 씨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첫 단어인 "형에게"란 단어는 처음과 끝의 결론을 완벽하게 나타내어 주는 단어가 된다. 아주 세상의 고뇌란 고뇌는 다겪어 담금질이 되어 부드럽기 그지 없는 희란의 이야기는 형이란 자에게 보낼 편지가 한 장 두 장 쌓이여 간다.
휘핑크림 같은거 그다지 넣지 않지만써야 할 때는 산양젖으로 만든 것만 써요. 그녀의 비법이란 그게 전부랬어요. 적은 양의 산양유 휘핑크림. 그래서 그런가봐요.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셔벗에 가깝거든
요. 시원하고 금방 녹고 그래서 나는 먹을 때마다 셔벗이잖아,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요.
입자굵은 아이스크림 위에 슬라이스 아몬드 조금 얹고 반으로 쪼갠 생딸기 한 조각(어떤 때는 슬라이스 키위한조각)달랑 올려놓는데 정말 맛 있어요.
🧨🧨🧨이로 씨는 이 도시에 왜 왔을까요.
왜 와서 형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써 보낼려고 할까요. 그녀의 카페에서 셔벗에 가까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요.
이로 씨는 전화를 걸고 말았다. 원고 끝 장에 적힌 응모자의 전 화번호를 눌렀다. "이렇게 전화를 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입니다만......".
말하고 얼른 덧붙였다.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서 정말로 유감입니다.
그리고 숨을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었다.
아.....".
저쪽에서 첫 반응이 왔다. 짧은 탄성이었고, 느낌으로는 남자였 응모자가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이로 씨는 잠깐 마음을 가 다듬었다.
"하지만 저......
제 느낌으로는 이 작품이 좋습니다."
🧨🧨🧨 그녀의 아들인 박솔이 엄마의 이야기. 일기? 기록에 가깝지만. 이것을 가지고 이로 씨가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곳에 응모를 하게 된다. 당선작에 못 미치지만 우연? 필연적으로 이로 씨는 이 작품에 끌리게 되고 박솔과 형은 이 소설의 복선으로 등장을 한다.
나에게 남자가 둘이나 생겼어. 뭐 이런 일이 있어, 나에게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서른둘 나이에 남자 둘이 생겼다. 남자 둘. 머리핀 둘, 런전미트
둘. 그런 둘. 나는 서른둘 그런 둘이라고 해도 되나? 될까?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둘이라고 해도 됐으려나? 그랬으려나? 지금도 그런 생각 을 한다. 남자 둘을 막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될까?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분명 그랬던 것 같다. 정말 오래전의 일 그가 나를 떠난 건지 죽은 건지 행방불명된 건지 나는 몰랐다. 그는 어느 날 없어졌고 나는 잡혀갔다. 그때 나는 서른둘이 아니고 스물 다섯이었다.
🧨🧨🧨그녀는 애인이 둘이 생겼다.
주은후와 김상헌이다. 주은후는 운동권으로 쫓겨다니며 하루살이 팔자가 된 인물이다. 물론 그녀와는 오래전 부터 아는 오빠이다. 김상헌은 그녀가 주은후를 추적하는 경찰에 무작정 끌려다니면서 힘들 때, 그녀를 구해내려고 양심 선언한 전직 경찰이다.
중요한 건 형이 그분을 죽을 만큼 사랑했다는 거지. 그래서 진짜 죽을 것 같았던 거고." "이곳에 오니 어느 해 몹시도 추웠던 12월의 하루가 생각나요 김재원이 슬쩍 말을 돌렸다.
"12월의 메마른 언덕이요 듬성듬성 소나무가 있었고 쓰러진 억새 위에 잔설이 있었죠. 지켜보는 이 아무도 없이 안타까운 한 생명의 유해가 버려지듯 흡뿌려졌던 겨울 언덕. 그곳에 비하면 여기는 얼마나 아늑하고, 그날에 비하면 오늘은 얼마나 따뜻한가요." 그분의 글을 다 읽었으니 형도 이제 그분의 고충을 아시려나? 그건 그때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죽을 결심으로 그녀를 떠났던 거고. 그녀의 평온을 위해 내가 떠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여겼어요. 유치하긴 했지만 비장했고, 지금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김재원은 김상헌이 개명한 이름이다.
이로 씨가 쓴 그녀의 이야기 편지를 다 읽었다.
행방불명 또는 죽었다던 주은후가. 7년 만에 그녀에게 나타나고 김상헌은 갈등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를 떠나고 주은후는 열씸히 도망다니지만 결국은 경찰에 잡혀서 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녀만 남아 홀로 아들을 키우며 카페를 열고 있다.
여보세요?"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저편에서 뭐라 하는 소리가 이로 씨의 커에까지 들렸다 이로 씨는 설명도 자백도 더는 필요 없어졌다는 걸 알았다.김 재원의 목소리였으니까. 이로 씨가 보낸 원고와 편지를 다 읽었을 김재원.
아니 김상헌 이로 씨의 눈은 그녀의 표정에 박혀 있었다. 그런 표정을 뭐라 해야 할지, 37년간 자신이 써왔던 수많은 문장으로도 표현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김상헌이 그녀에게 뭐라 묻는 것 같았다. 대답했다. 통영이예요,지금
'독서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 속으로 (80) | 2025.04.08 |
---|---|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홍한별 옮김 (73) | 2025.04.07 |
페이스 - 이 희 영 소설 (29) | 2025.04.04 |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60) | 2025.04.03 |
격어보면 안다. 김홍신의 인생 수업 (32) | 2025.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