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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상상의 공간속에 현실의 조각이 보인다. 아밀의 소설집 로드킬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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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작가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 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단편소설
<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 소년문학상 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로드킬>로 2018 SF어워드 중. 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중편소설 <라비>로 2020 SF어워드 중. 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가 있으며, <끝내주 는 괴물들> <흉가> <복수해 기억해>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등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1. 첫 번째

🌐Fantasy / Phantasy
'환상', '공상'을 뜻하는 영단어. 상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φαντασία(판타시아)에서 유래하였다.
실제 발음은 판타지와 갭이 큰데, 미국식([ˈfæntəsi])으로 '빼 너 씨/뺀터씨', 영국식으로도 '뺀터씨' 정도로, 독일어 역시 [fέntəzi] 뺀 터지에 가깝다. (나무 위키)
판타지는 특성상 다른 장르 혹은 배경설정과 결합하기 용이하여 굉장히 많은 서브장르를 만들어낸다.
🗼뱅스 판타지: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는 장르. 이런 작품을 많이 쓴 존 켄드릭 뱅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코믹 판타지: 작품의 톤이 해학적인 것.
현대 판타지: 현대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것.
다크 판타지: 호러물 요소와 결합한 것.
⛱️우화: 비인간이 의인화된 인물들이 등장해서 “교훈”을 제공하는 것.(위키백과)

👉 판타지류의 소설을 오랜만에 접하고 보니 사실 후기를 쓰기가 두려워진다.
무슨 내용을 써더라도 아는 바 없음을 표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류에 오류를 범하더라도 결국은 나의 부족이라...

2. 작품 소개

🧨여섯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난해한? 이해력의 결핍을 가져다준 소설은 몽타주이다. 이 소설에 대해 표현할 방법은 그저 난감함 자체이다.

🧨로드킬
새벽녘에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이 죽어 있는 것을 본다. 길 가다가 죽은 것이다. 이 동물들이 길을 건널 때 들었던 생각은 어쩌든지 길을 건너야만 한다라는 숙명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울타리는 철책으로 되어 있고 건물에는 순종 소녀들이 갇혀 있다. 소녀들은 선별 품종인 셈이다.
이 순종 소녀들은 시험을 거쳐 품격 있는 남자들에게 선택되어 여기에서 나가게 된다.

정부에서는 우리를 소수인종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공식 분류는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인류 문명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인종이라는 뜻이다. 즉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해 버릴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진화에서 도태되었다.


소녀들은 자신들을 가둔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어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궁리를 하여 실제 달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담 바깥에는 고속도로가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담을 넘기가 어렵고, 담을 넘었다 하더라도 차에 치여 죽기 십상이다.

동쪽에는 고속도로가 놓여 있었다. 거대하고 기이한 괴 물처럼 생긴 차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밤낮없이 지나다 니는 도로였다. 그 도로 건너편에는,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연구소와 공장들이 밀집된 산업단지가 있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 보호소 부지와 도로 사이는 어김없이 높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라비
라비는 소수인종 보호구역 내 주술사의 손녀이다. 어릴 적부터 주술사의 운명을 지닌 체 자랐다. 공용어도 학교도 다닐 수 없고 오직 주술사의 전수 교육만이 가능했다.

주술사의 후계자는 성인이 되어 정식 주술사로 등극하 기 전까지는 외부인과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우리 부 족의 전통이에요 추장은 최대한 근엄한 표정으로 관광객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라비는 다른 소녀들처럼 학교도 가고 공용언어도 알고 싶었지만 주술사라는 한계에 부딪치고, 이젠 그의 놀이터는 숲 속의 나무들이다.


🧨오세요, 알프스 대공원으로
미래의 환상이지만 현실의 앞마당이다.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됨에 따라 정부에서 미세먼지 저
감조치 실시...
∙ 평균 농도가 1,300 마이크로그램 이상
인근의 공기청정지대나, 공기청정시설이 갖춰진 건물 내에서
활동하기를 권고.


미세먼지의 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시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공기 청정지대라는 곳에 사는 부유한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점차로 미세먼지는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공기 청정지대 사람들은 아직도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죽은 비둘기의 시체다. 비둘기는 마치 동화 속의 파랑새처럼 털 전체가 새파란 빛깔을 띠고 있다. 죽은 지 오래된 듯 속은 이미 들쥐들과 벌레들이 파먹어서 껍데기만 남았는데 거무죽죽하게 문드러진 거죽과 뼈대 위로 푸른 깃털들이 포스터물감처럼 선명하다. 두 소녀는 잠시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본다. 욕지기에 사로잡혔으면서도 그들은 금방 눈을 떼지 못한다.

🧨외시경
남편이 주는 약이 그저 치료약인 줄 아는
그 약이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약이다.
남편이 나의 구세주인 줄 굳게 믿고 있기에 남편의 말에 순종한다. 나는 극도의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는 중이어서 나는 약에 취한 듯 하지만 앞집 젊은 여자와 남편의 이상한 짓을 발견하게 되면서   남편의 이중적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

남편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나를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맞은편 집 여자랑
아니면 무슨 편법을 써서 그 빈집을 아지트로 이용하면서. 나와 같이 사는 이 집 바로 앞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일까. 고급 기생 같은 자주색 실크 드레스를 입는 여자와
분홍색과 먹색이 섞인 흐리멍덩한 표지의 소설집 따위를 내는 여자와. 나보다 어리고. 참신하고, 재능 있고, 아름다운 여자와.

🧨몽타주

당신의 언어라면 나를 해명할 수 있을 거야. 내 구제불능의 몸을 이어 맞추고, 형태와 굴곡을 부여하고,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질감과 외관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나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문자의 집합. 문장을 구성. 소설을 완성함으로써 어떤 명징한 이미지를 도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명징하게 설명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의 입술로 말미암아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납득 가능한 존재가 되겠지. 당신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어딘가에 있을 당신을 찾아내서, 당신의 손목을 붙잡고, 당신에게 내 이름을 불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공희
공희는 과거의 전설이 판타지 세계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한점 흠결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뱀신의 공물이다. 16년을 기다리며 공물에 정성을 기울이고, 공희는 구원자를 기다리며 공물로 바쳐지는 날을 기다린다.

무사는 처녀가 유폐된 방 안에서 무사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나날을 볼 수 있다. 처녀가 억겁의 밤이 끝나고 해가 밝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몇 번이고 차고 기운 나날을 볼 수 있다. 이제 처녀는 무사에게 바치는 궁대 를 두 손으로 펼쳐 들어, 시간을 실로 삼고 목숨을 바늘로 삼아 한 땀 한 땀 놓은 자수를 내보인다.

3. 나가며

🧨 현실이란 세계마저도 가공된 공간은 아닐까? 공간을 떠도는 미립자처럼 인간이란 육체도 극히 짧은 시간(우주의 시간에서 보면)에 그렇게 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탐욕의 가면을 득하였으나, 스스로 죽음이란 너울에 몸을 휘어 감고 흐느적거리며 목을 내밀어 숨 한번 쉬는 순간이 극쾌인 줄 아는 것이다.
가상의 세계라 하지 마라. 지금 그대 있는 자리가 판타지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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