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고향으로 향하는 구름 반수연 소설집 - 통영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3. 10.
반응형

작가 반수연
통영 출생, 1998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났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메모리얼 가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2015년, 2018년 재외동포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 단편소설 "혜선의 집"으로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 들어가며

🛶 편안함과 떨림의 경계선에서
🪄많은 세월을 길에서 보낸 배달 기사들도 나선 동네에 가면 일순간 멈칫거림을 경험한다. 익숙하지 않음은 복어 요리를 처음 먹을 때처럼 낯설면서 두렵기도 한 것이다. 이민은 낯설움의 극복이기도 할 것이다. 문학적인 용어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순간까지 무덤덤하게 견뎌야 한다!
반수연 작가의 작품은 흔히 등단의 순간과 결을 같이하여 말들을 쏟아부은 많은 작가들의 문장과는 거리가 있다.
삶의 질곡을  경험한 뒤 차분하게 정리하고 편안하게 정서하며 내놓은 감정들이 약간은 떨리면서 추는 춤서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2. 작품 해설
🧨메모리얼 가든
메모리얼 가든은 갈빗집이 아니다. 가든은 묘지를 운영하고 계약하는 것을 주로 하는 영업장이었다. 나는 메모리얼 가든의 한국인 담당 "장례 코디네이터 겸 묘지 세일즈맨"이다. 묘지에는 소수민족의 묘지가 따로 조성되어 있는데 한국인 묘지인 "망향의 동산"은 서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미리 무덤자리를 둘러보고 예약을 하려는 노인들과 좌충우돌하는 게 나의 주된 하루 일과다.

그럼 그 상자 안에 든 것이 유해인가요?' 내 안사람 뼛가루일세. 그동안 벽장 속에 두었던 걸세. 그 사람 저세상으로 갔을 때는 애들 한창 공부할 때라 자리 살 돈이 없었어. 그렇다고 아무 데나 던져버릴 수도 없는 노릇. 지금에 와서 애들한테 보내기도 그렇고.

🧨이국에 까지 와서 할머니의 유해를 간직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사연이 안타깝고 애틋하다

내가 외로울 것 같아서 그래. 젊은이, 아니 미스터 정, 내 사정 좀 봐주소.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마누라라도 옆에 있어야지. 안 그러면 내가 너무 외롭지 않겠소? 나 죽으면 내 몸뚱이를 책임지겠다는 자네 말고 이제 와서 누굴 믿겠나 큰 은공 베푸는 요량치고 이것 좀 해결해 주소, 제발. 이 늙은 이 마지막 소원이오.


🧨혜선의 집

세 번째 여자가 엎드려 진석의 발을 씻어줄 때, 소파에 기대 입을 해죽 벌리고 널브러져 있던 진석의 표정. 미끌거리던 생기와 불완전한 관능에 취해 어수선하던 사타구니를 혜선은 분명히 보았다. 여자는 진석의 가랑이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발가락 하나하나의 관절을 손가락으로 비비고, 혀로 핥듯 발바닥을 쓸었다. 그때 진석은 눈을 감고 있었던가. 그의 닫힌 눈 속에는 뭐가 있었을까. 연민과 배신감이 너울처럼 넘실 거렸다. 네 번째 여자의 웃음소리가 그 너울에 실려 왔다.

💥혜선의 잔소리와 관념으로 굳은 생각으로 인해 가사 도우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왜 내가 먹지 않는 떡을 남이 먹으려고 할까?
혜선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혜선이 암 투병이어서가 아니다.
일상적인 도우미의 친절도 달갑지가 않다. 하루하루가 세상에서 멀어지고 남편마저 내 편이 아닌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 같다.

🧨나이프 박스

헤이, 명희, 랍스터 죽여봤어? 매튜가 손으로 자신의 목을 찍 굿은 시늉을 했다. 명희는 설거지를 하다가 화장실로 뛰어가는 중이었다. 조금 전부터 밑으로 뭔가 자꾸 흘러나와 팬티가 축축해졌다 랍스터 죽이는 거 엄청 재밌어. 컴 온. 이리 와봐 명희는 아랫도리에 힘을 주었다. 매튜는 살아서 버둥거리는 랍스터를 들어 올렸다. 랍스터는 붉고 굵은 고무줄에 집게발이 단단히 묶인 채로 온몸을 비틀었다.

💥명희는 요리에 소질이 없다. 요리학원을 수료하지만 누구도 불러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행여나 실패의 구렁에 자신을 빠트릴까 봐 미리 멀리 도망을 가려한다. 요리학원 마지막 날 자기는 글을 쓸 거라고, 자카라고 하면서 요리학원에 나이프 박스만을 가지고 걸어 나온다.

🧨사슴이 숲으로

작품만 빼고 다 버려도 돼. 지영의 말을 떠올리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죽은 화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잊고 있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불꽃이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고등학교 동창, 남편, 또는 아이 엄마의 자격으로부터 회의와 부정의 연속이었던 생각의 회로를 off 시켰다.
이로부터 마주 보기조차 어려웠던 사슴의 눈빛 속으로 숲을 헤치고 두 발로서 걸어간다.

네가 없었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줘 입금을 알리는 지영의 메시지를 받고 통장을 조회했다. 만 불이 입금되어 있었다. 큰돈이었다.


🧨통영

급히 이불속을 더듬었다. 어쩌면 저 전화 속에 어머니의 마 지막 말이 들어 있을지도 몰랐다. 택아! 엄마! 누야다. 택아! 누야다. 엄마가 좀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들은 캐나다에 있는데 한국에 계신 엄마가 돌아가셨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통영까지 택시를 타고 치달린다.

호적상 나는 외삼촌의 아들이었고, 누나와는 성이 달랐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어디 아버지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죽었대도 상관없었다.

🧨현택은 장남인데 서자다. 그 집에서는 찬밥 신세인 셈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어떤 실제적 대상이 아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해저터널이었다. 기억 속의 것보다  작았지만 외관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로 끊임없이 밀려들던 바닷물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바닥은 물기 없이 말끔했고 은은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나와 알 듯 하지만 모호한 거리를 걷는다. 해저터널이 나오고 고향집이 근처가 보인다.

계단에 앉으면 바다가 보인다는 집이 어디쯤일까. 나는 이리저 짐작을 해보다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국경의 숲

레이철은 조금 울었다. 마침내 문이 열렸고 고개를 들었을 때  레이철 옆에 승우가 서 있었다. 승우는 뛰어왔는지 숨을 벌떡였다. 아까 그 바다로 가니 없더라고요.
승우는 그렇게 레이철에게 왔다. 그는 레이철을 잘 알았고 그와 함께 있으면 레이철 조차 스스로를 더 잘 알 것 같은 마음이 되곤 했다. 알리바이 없이 텅 빈 듯한 레이철의 지난 십 년이 오롯이 그를 기다리던 시간처럼 느껴졌다.

모자를 씌우고 장갑을 끼웠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아무도 바래 지 않은 눈 위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갔다. 지수와 레이 위에 선명하게 찍혔다.   승우는... 승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승우는 불법이민을 주선하는 밀입국 조직원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불법 이민을 성공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레이철은 승우와 사랑하는 사이다. 비록 열네 달에 불과 하지만, 소식이 끊어진 연인을 기다리며 홀로 지수를 키운다.

승우가 레이철 곁에 머물렀던 열네 달. 그리고 지수. 지금 레이철에게는 그것만이 명백했다.



🧨자이브의 춤 자이브의 춤

"난 찬성일세. 살아봐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거 아냐. 자기도 평소에 그리 말했잖아. 설마 베티가 세 살 많다고 생각이 바뀐 거야? 우리한테 미리 상의는 해야지. 부모로 보지도 않는 거잖아
당신이 그랬잖아. 네 집처럼 편하게 있어라. 피곤할 텐데
좀 누워라. 진심 아니었어? 남편이 비아냥거렸다
그런다고 진짜 벌러덩 드러눕냐?
정말 부끄러움은 내 몫 인가 싶다

🧨자식은 부모가 일일이 관섭하지 않아도 독립된 인격으로 잘 자라 간다. 하지만 걱정 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준이 어느새 곁에 다가와 그녀 의 팔을 끌어당겼다. 누군가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준이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자이브를 배울 때, 실기시험을 앞두고 매일 밤 그녀와 연습을 한 적이 있었다. 생전 처음 추는 춤이었지만, 그녀보다 한 뼘이나 더 자란 아들의 손을 잡고 자이브를 추던 그 시간이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3. 맺는말

🛶 고향은 어느 쪽에 있을까?
고향에 있어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아집과 독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고향과 고국은 동의어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말이기도 하다. 삶을 포용하면 같은 의미이지만 삶을 배척하면 전혀 다른 반대어가 되기도 한다.
아련한 그리움을 표시 나지 않게 전달하는 작가의 서술이 봄바람처럼 상쾌하다.


4. 독후감상

🛶 독서 후기로 자작시 한 편을 올린다.

동피랑/자작시-수카다르마

토영  사람이라고
동피랑 언덕에서
강구안을 내려본다.

왜 그렇게 어색한지
딴 나라에 온 것 같다.

빼떼기 죽
한 그릇

훌쩍 다져먹고
오르내린
그 길인데도.

나는 나를 거부하고
너는 너조차 따로구나.

한 참을 바뀐 풍경을
따라 걷다가 고향 같은
고향 냄새를 찾았다.

이야!
그래 이야로 시작된
시 한 편

많이도 찾았지.

토영사나이의 누나는
이야!

🛶 저는 출생지가 통영의 섬마을입니다.
지금은 창원에 거주합니다.
통영이라는 소설이 눈에 띄게 보였습니다.
통영사람은 통영을 토영이라 예전에는 말했지요. 이야는 누이라는 통영 사투리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