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 강석경은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1974년 제1회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청색시대'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내 안의 깊은 계단', '미불' '신성한 봄이', 소설집으로 '밤과 요람', '숲 속의 방', 동화로 '인도로 간 또또' '북 치는 소녀와', 산문집으로 '일하는 예술가들' '인도 기행', '능으로 가는 길' '저 절로 가는 사람이' 이 고도를 사랑한다'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녹원문학상, 21세기 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어떤 질문을 내게 던졌을까?
작가의 글을 줄곧 읽어 나가며 그가 나에게 무슨 질문을 하고 싶었는지에 대하여 반문은 내게는 모처럼의 어려운 화두였다.
첫 번째는 이 작품을 가로지르는 의식 속에는 자유 의지에 의한 해방 또는 타의를 수용한 구속이라는 두 난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전 작품에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둘째는 유교 교육의 폐습을 질타하면서 세계의 광장에서 질주하라는 명령을 전하고 있다.
셋째는 8편의 단편이 독립된 작품임에도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작가의 일관된 목소리가 전편을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툰드라 (냉대의 침엽수림대와 극지방의 빙설 지대)
💥 아, 오십부터 비린내 나는 섹스는 바람 빠진 공인 양 차고 영혼의 필드로 들어가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몽골 땅에 들어서자 한숨을 토하듯 찌꺼기를 쏟아내듯 마지막 출혈을 한 거라고. 기뻐라.
👉 의례적인 섹스는 영혼의 교감이 아니라면, 생리조차도 선물이 될 게 아닌 거추장스러운 필수 용품과 다를 바 없다. 소용 가치가 다하면 버려지는~
💥여자가 애를 낳는데 제도의 허락을 받아야 돼?
도덕과 관습은 대대로 염색과 채색을 바꾸면서 자자 손손의 의식 속에 숨겨진 반사작용이다.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관습의 작용에 주어진 반작용의 장애라 함직하다. 도덕군자의 입장에서 보면.
💥 아, 시인이 말하는 '도덕 하는 사람"인가 보다. "상대방의 부당성을 주장함으로써 자기 보존과 수호의 속성을 굳히려는" 사람들
👉 사랑과 불륜의 경계는 어디인가? 도덕군자들은
당사자가 아닌데도 사랑을 불륜으로 순식간에 도배시키는 요술쟁이를 자처한다.
💥넓이를 젤 수 없는 하늘 아래 온통 말과 새들이 대지 위를 누비고 있었다. 더없이 완전한 풍경이었다. 낙원이 거기 있었다. 고원 위에서 스투파도 자연의 주인들을 내려다보는데 해탈이 거기 있었다.
👉 자연이란 자연의 질서라는 구속의 법칙이 있다.
작가는 인간의 소아적인 작위 행위를 톡 꼬집어 내어 그것을 분해하고 해체하면서 다시 통합한다.
기나긴 길
💥파라오의 고왕국에서 태양의 피를 수혈받았지만 유교 국가로 돌아오자 이내 심장이 식었다. 아파트에서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끙끙 거렸다
👉 출국은 해방이요, 입국은 얽매임의 일상이 된다
💥동백관 안을 저벅저벅 돌아다녔어요. 저승사자 같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순간 차가운 콧숨 속으로 저 멀리 빈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저벅거리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환청처럼 밀려오는 듯했다.
👉 이 작품 속에서 유일한 해방구는 출국이다. 그러하기에 국내에서는 작가의 의미 전달은 나약함이 된다. 단테 문학관에서의 귀신 이야기는 나약함에 대한 반응이며, 해방구를 향해 나아가는 씨앗을 뿌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보루빌에 만난 우리
너 또 어기는구나. 거짓말. 보름 전엔 통장서 보험료가 빠져나가 못 보냈다고 우는 소리 하고, 열흘 전엔 들어올 돈을 기다리는 중이라 하더니 그 인간이 펑크 냈다고 둘러 됐지. 난 그 인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번엔 회사 평계야. 금요일 월급날이 휴일이라 전 날 입금할 줄 알았더니 안 넣었다, 출근하는 월요일엔 지급할 거라고. 전엔 월급날이 25일이라더니, 초하루에 월급 받는다고? ~인연이 유죄구나.
👉 지문을 읽으면서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호주로 유학 간 딸내미가 이 책을 읽었을까? 너무도 돈 가져갈 때 하는 방법이 똑같다. 어쨌든 알고도 속아 넘어가는 마음 약한 전진희. 아니 세상 물정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전진희.
💥리치 오소를 들은 기억이 난다. 넌 졸업 작품의 안무곡을 고른다고 했지만 가슴에 파고드는 화려한 멜랑콜리의 선율이 너와 겉도는 것 같았어.
~지금의 네 남편이 집에 와서 네 오빠들과 트럼프를 하던 것도 생각난다. 그 분홍빛 뺨의 르누아르 소녀를 이십 년 뒤 보루빌에서 만나다니.
👉 인도의 보루빌 희망의 땅에서 만난 동생에게 국내에서는 사기를 당한다면 이 세상(국내)에서 벗어나 툰드라로 가야 한다. 쏜살같이.
발 없는 새
💥일단 육백 권 추리겠습니다. ~가족도 새 주인도 애물단지나 되듯 책을 처분하려 했다.
👉가득 찬 책장의 주인장은 노환으로 입원 중이고 가족이 가득 찬 책장을 정리하려 한다. 도서관 사서인 영서의 몫이다.
💥시는 시고 현실은 현실이야. 남루한 현실을 직시할 거야. 자신의 이상국인 정원을 세워도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근력운동을 해야 하고 회충약도 먹어야 하는 현실,
~ 앞에 놓인 칼슘제 한 일을 삼키고
~ 영서는 퇴근길에 초록마을에 들렀다. 한산도의 무농약 땅두릅과 건표고, 딸기와 주문해 놓은 백 프로 카카오 파우더를 샀다. 죽집에 들러선 단팥죽 2인분을 포장해 집에 돌아왔다.
👉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생겼을 때, 현실은 중重이 된다. 무거움을 깨뜨리면 해탈이 되고 이상의 씨앗이 된다. 이상과 소유가 결합을 하면 집착이 되면서 종국에는 무거운 짐이 되어 나를 무너뜨린다.
💥내가 없으면 당신도 그렇게 될 거야. 병원에 실려 가면서야 책을 기증해 달라고 유언할 거야.
👉 영서는 노학자의 책을 정리하면서 남편의 광적인 도서 수집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책에 대한 소유욕이 이상이라면 현실은 두릅을 찍어먹는 소스의 맛이다.
오백 마일
💥나무로 지은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그런 꿈을 꾸었다. 방값에 식사가 포함되어 있어 여행객들은 호텔 여주인이 베푸는 가벼운 토산주로 저녁을 들며 대화를 나누는데 그것을 보며 올린 생각이다. 오는 사람 맞고 가는 사람 떠나보내며 무심히 게스트 하우스 주인으로 늙어가는 것. 속세의 절간 같은 상상의 게스트 하우스 이름은 '인연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짓자.
💥나는 소녀에게 열녀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지 않다. 18세 소녀가 정조 관념으로 창에서 뛰어내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건 자기 보호본능일 뿐이다.
💥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였다. 민우도 저렇게 예쁘겠지. 아가, 잘 자란다니 고맙다. 인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갑자기 비틀거렸다. 독살 맞은 년. 짐승보다 못한 년! 시어머니 말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쇠공처럼 등을 치는 듯했다.
💥속을 들추면 너나없이 환부를 가지고 있건만 한국인들은 겉만 무사하면 잘된 삶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의 질과 상관없는 가짜 행 복들이 환부에 당의를 입힌 채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인영은 사람들의 행복이란 것이 가볍고 비속하다는 것을 알기에 무 관심할 뿐이다.
💥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어찌할 바 몰라 강가에 서있는 이방인의 가슴속으로 별이 스러지고 있었다. 아이도 사랑도 포기하고 빈 몸으로 떠났건만 가방까지 잃어버리다니 내게 더 잃어버릴 게 있는지 더 버려야 할 거나 있는지.
👉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시간의 희생, 노동의 희생이 필요한 제도이다. 제도의 붕괴가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것 중의 하나라면 여성의 과한 희생이 점차적으로 거부 반응으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
💥 발버둥 쳐봤자 우리는 유교의 자식들이야. 넌 도망은커녕 축하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샴페인을 부어줄 거고, 몇 달 뒤엔 아들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보여줄 거야.
💥오로 말할 것 같으면 백 명을 채운다고 공언하고 다닌 진보 여성이었다. 가부장 사회에서 남자는 다원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나, 여자는 성적 행동이 가장 우선되어 정숙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나뉜다는 것이 오가 공감한 페미니즘이었다.
💥~ 여성해방주의자 오는 임신을 알리면서 돌변했다. 미안하다. 관은 머리까지 조아리며 병원에 동행하겠다고 했지만 오는 유산을 거부했다. 네가 뿌린 생명에 책임을 져달라고 했다. 네가 결혼하지 않겠다면 혼자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했다.
💥눈 부릅뜨고 살아도 삶에는 늘 덫이 숨겨져 있지 않은가. 태무 심한 관觀에겐 경계와 방어도 천성에 맞지 않는 발버둥질이었다.
~ 견딘다는 긴장감이 무너지자 관은 자신을 내동댕이쳤다.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의 세계에.
가멸사
💥반공법이라니? 내가 간첩이래요 정길은 오렌지를 나누어주며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여자를 쳐다본다 제가 삼십 대 초반이었을 때니 이십오 년 전 일이에요
💥넌 간첩이라고 이런저런 말로 엮으면서 계속 주장하면 정말 내가 간첩 같아요. 계속 고문받으면 가짜로라도 자백한다.
💥오십이 넘어서도 호되게 인간을 겪으니 무슨 업일까. 앞으로 또 이런 악연이 탈을 쓰고 다가올까 무서워요.
💥어둠을 멸하고 무명(無明)을 멸(滅)하고
그렇다면 더할 가(加)를 써야 하리라.
정길은 털썩 주저앉아 땅에 손가락으로 한자를 그린다 가멸사라고 되뇌는 여자의 표정이 숙연하다
💥알코올 중독자로 어머니를 괴롭히는 아비가 죽기를 밤마다 기도했던 정길이 아닌가. 어머니가 피떡이 되든 말든 차려놓은 밥상을 깨끗이 비우고 태권도장에 가는 형에 대한 혐오감은 오물처럼 처리했던가.
💥부처님 말씀을 부정할 정도로 행복한 사람이 있네요 정길은 십 년 전 아내 차로 출근하다 교통사고 당한 이야기를 했다. 눈 오는 날 아침에 우산도 없이 서둘러 길을 가는 남학생을 보고 태워주자고 했던 것이 화가 되었다. 인도 가까이서 차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지그재그 역행하다 뒤에서 오던 차와 충돌했다. 사 개월간 깁스하고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아내가 침상에서 한숨을 쉬어요. '잘해도 코가 깨졌어' 하고.
👉경(가벼움)과 중(무거움) 살면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운과 불행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혹 쿠오퀘 트란시비트(라틴어)
석양꽃
💥 전 가진 자가 못 되고 앞으로도 가진 자가 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그런 인생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인생사를 한칼에 자르고 자유를 얻기 위해 수도하는 분들이 현명하겠지요.
💥새가 자유로울까요. 천적들이 있는데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살아 있다는 것에 고苦를 치러요. 세속 연을 끊고 산문에 들어와 닦고 닦으면 고가 멈출까요?
💥소쿠리에 고수를 담으려다 동암은 뒷발 끝 큰 바위틈에 피어 있는 석양꽃을 바라본다.
꼭 우리 공양주 보살 같네, 법이 따로 없다. 밥 짓고 나무하고 보고 듣는 게 다 법이다.
👉 산중에서 깨치니 시장에서 고깃집이 대수일가?
속세의 아가씨는 꽃향기 속을 걷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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