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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10

by 돛을 달고 간 배 200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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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대가섭이 오백 제자 데리고 기사굴산 필발라굴에 있었는데, 구시성에서 거리가 오십 유순이나 되었다. 삼매경에 들어서 자연히 마음이 움직여 삼매에서 나와 보니, 산이 진동하기에, 이는 바로 여래께서 이미 열반하신 까닭이라 알아차리고는 곧 제자들에게,

「우리 불대사(佛大師)께서 열반하신 지 이미 이레가 지나서 관에 들어가 계시니, 섦구나! 섦구나! 어서 어서 여래께 가야 하겠도다.」고 일렀다.

바쁜 마음 같아서는 허공을 날아가고 싶었으나, 여래를 공경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지 않고 제자들과 같이 길로 바삐 걸어서 이레만에야 구시성 동 녘에 오니, 한 바라문이 하늘 꽃을 가지고 오기에, 보고 묻되,

「그대는 어디서 오시오?」

하니까, 대답하되,

「부처님께서 열반하셨으므로 나는 그 사르는 곳에서 옵니다.」

고 하니, 또 묻되,

「이 꽃이 무슨 꽃인가?」

하니, 대답하되,

「부처 사를 곳에 가서 얻은 하늘꽃이다.」

라고 하기에, 가섭이 달라고 비니, 대답하되,

「내가 가져다가 어버이와 친척들에게 보이고, 공양하려 하니 안 됩니다.」

고 했는데도, 가섭은 다시 빌어, 겨우 얻어서 머리 위에 얹고는 땅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한참만에야 깨어 구시성 북문으로 들어가 한 중의 방에 갔더니, 여러 비구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가 가섭에게 이르되,

「너희들이 멀리서 가쁘게 왔으니, 여기 앉아서 밥이나 먹고 쉬어라.」

하니까, 가섭이 이르되,

「내 큰 스승님이 이미 열반 하셨으니 어찌 밥이 넘어 가겠소?」

라고 했다. 모여 있던 비구니들이 이르되,

「네 스승이 누군가?」

하니,

「바로 세존이시오.」

라고 대답하니, 이 말을 들은 비구들이 매우 기뻐하여 이르되,

「즐겁고 즐겁구나! 여래가 계실 때에는 우리가 하는 일을 막고 또한 법이 엄하므로 심히 어려워 했는데, 이제 부처님이 열반 하셨으니, 엄한 법도 장차 없어지겠구나!」

하고 좋아할 때, 부처님은 신력으로 제천들의 귀와 가섭의 제자들의 귀를 가려서, 모진 비구의 말을 못 듣게 하시고, 가섭만 듣게 하셨다.

가섭이 제자들을 데리고 부처께 공양할 것을 그 성안에서 차례로 빌어 가지고 서문으로 나와 부처께 와서 금관을 바라보고는 모든 제자와 함께 예배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넘어졌다가, 오래만에야 깨어나서 향루에 천천히 올라가 빌어 온 향화와 번개와 보당과 영락과 풍악으로 공양하고 향을 피우며 꽃을 뿌리고 매우 슬피 울며, 모든 제자를 데리고, 오른 편으로 일곱 번 돌고는 합장하고 꿇어 앉아 못내 슬퍼하니, 기다리던 제자가 온 것을 알아보신 세존께서 큰 자비심으로 가섭을 위하여 곧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뻗치시어 보이시니, 천폭륜(千輻輪)에서 수많은 광명이 퍼지어 시방 일체 세계를 가득차게 비치시니, 가섭이 제자들과 함께 예배하고 까무라쳐 쓰러졌다가 한참만에야 깨어나서 다시 오른 편으로 일곱 번을 돌고, 다시 절하고 못내 슬퍼하며 통곡하니,여래께서 큰 음성으로 이르시되,

「나는 정법안(正法眼)을 너에게 맡긴다.」

하시고, 발을 다시 들이시니, 관은 예스러운 듯이 놓여 있었다.

선종()의 근본적인 선지()인데, 이는 다자탑전분반좌(), 영산회상거염화(靈), 사라쌍수곽시쌍부()라는 말로 표현되며 석존과 가섭사이에 오간 미묘법을 지칭한다.

① 다자탑전분반좌:다자탑은 중인도 비사리성() 북서쪽에 있다. 이 탑은 어떤 장자()가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아 깨달은 뒤에, 그의 아들딸 60명이 아버지가 공부하던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라고 한다. 석가가 그곳에서 설법하고 있을 때 가섭이 누더기를 입고 뒤늦게 오자 여러 제자들이 그를 얕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석가는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의 반을 내어 가섭에게거기 함께 앉도록 하였다. 이것이 첫번째로 마음을 전한 것이다.

② 영산회상거염화:석가가 영축산(靈)에서 설법을 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석가가 그 꽃송이 하나를 들어 보이자, 제자들이 모두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데 가섭만은 빙그레 웃었다. 이에 스승은 정법의 묘한 마음을 가섭에게 전한다"고 선포하였다. 이를 이심전심이라고도 한다.


③ 사라쌍수곽시쌍부:석가가 북인도 쿠시나가라성[] 북서쪽의 사라수() 여덟 그루가 둘씩 마주서 있는 사이에 침대를 놓게 하고 열반()하자, 그 숲이 하얗게 변하였다. 가섭이늦게 도착해 스승의 관 주위를 세 번(일곱번?) 돌고 세 번 절하자, 관 속으로부터 두 발을 밖으로 내밀어 보였다는 것이다. 선종에서는 이를 교외별전()의 유일한 근거라고 하여 매우 중요시한다. 즉 경전으로 말하지 않은 말할 수도 없는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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