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제석(帝釋)과 색계천(色界天)에 이르도록 향화와 당번을 날리며 풍악으로 금관을 공양하고 있었다.
세존은 열반하신 중에서도 중생을 생각하시어 대자비(大慈悲)로 복을 골고루 주리라 하시어
사라수림(沙羅樹林)에서 관을 허공으로 한 다라수(多羅樹) 높이를 오르게 하시니,제석이 천중(天衆)들과
더불어 칠보개(七寶蓋)와 네 기둥이 있는 보대(寶臺)를 가지고 칠보의 영락을 공중에 내려 드리우고,
관을 덮고, 풍악을 갖추어공양하며 금관 앞에 칠보 화향과 진주의 영락이 허공에 가득히 떨어지더라.
그 때에 구시성 사람들이 금관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보고는 더욱 슬피 울더니, 이번에는 금관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허공에서 천천히 구시성 서문(西門)으로 드시어 동문(東門)으로 나시고, 남문(南門)으로
드셔서는 북문(北門)으로 나시어 다시 서문으로 드시고, 이와 같이 세 번을 감도시고, 다시 동문으로
나셔서는 북문으로 드시고, 남문으로 나셔서는 서문으로 드시어 이와 같이 네 번을 감도셔서 모두
일곱 번을 도시니, 구시성 사람들과 무수한 보살과 성문(聲聞)과 천인(天人) 대중들이 가슴을 두드리고 울며
금관이 가시는 대로 따라 땅과 허공에 가득해서 무수한 화향과 번개로 공양하였다. 그 때 일체 대중이
무색계천(無色界天)에 이르도록 갖가지 향나무를 가지고 사를(사르다) 땅에 왔더니, 금관이 점점 내려 오시어
칠보좌에 내리시었다.
여래께서 열반하셨을 때, 마야부인(摩耶夫人)은 도리천에 계셨는데, 오쇠상(五衰相)이 나타나고, 더욱 그 날
밤에는 다섯 가지 흉한 꿈을 꾸시니, 그 하나는 수미산이 무너지며 세상의 바닷물이 마르고, 둘은 나찰(羅刹)
들이 달려가서 사람의 눈자위를 후비어 빼앗고, 셋은 하늘이 보관(寶冠)을 잃으며 몸에 광명이 없어지고, 넷은
구슬로 꾸민 당(幢)이 거꾸로 떨어지면서 여의주(如意珠)를 잃어버리고, 다섯은 사자(獅子)가 당신의 몸을
깨물어 칼로 베는 듯 아프시기에, 깨어나서 이르시되,「이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내가 전에 백정왕(白淨王)
대궐에 있을 적에 [백정왕은 정반왕이다.]낮잠을 자다가 귀한 꿈을 꾸니, 한 천자(天子)가 몸이 황금색인데
백상(白象)을 타고 여러 천자와 함께 좋은 풍악을 울리며 햇빛을 꿰어 내 오른편 옆구리로 들기에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도 즐겁더니, 바로 실달태자(悉達太子)를 배어 낳아서 세계를 밝게 했었는데,
오늘 이 꿈은 아마도 여래의 열반하는 상(相)일 것이분명하다.」
고 하시더니, 때마침 아나율(阿那律)이 여래를 관에 넣고 도리천에 올라가 게(偈)를 지어 여래께서 열반하신
일을 아뢰니, 마야부인(摩耶夫人)이 들으시고 까무라쳐서 땅에 넘어져계시다가 한참 뒤에야 깨셔서 곧 권속을
데리시고 쌍수(雙樹)사이에 오셔서 부처님의 관을 보시자마자 그 자리에서 실신하시니, 얼굴에 물을 뿌려서야
정신을 차리시고, 관 앞에 나아가 예배하시고 울며 이르시되,
「무량겁(無量劫) 전부터 늘 모자의 인연을 가지고 내려왔는데, 하루 아침에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구나,
섦구나! 중생의 복이 다했구나!」
하시고는 갖가지 천화(天花)를 관 위에 뿌리시고, 여래의 가사(袈裟)와 바리와 석장(錫杖)을 돌아보시고,
오른 손으로 잡으시고 땅에 엎드려 우시니, 사중(四衆)도 따라 슬피 우니, 제석은 그 눈물로 강이 되어 흐르게 했다.
[그 눈물은 마야부인의 눈물과 사중(四衆)의 눈물은 이른 것이다.]
그 때에 세존이 신력(神力)을 나타내시어 관 덮개를 열치게 하시고, 합장하고 일어나 앉으시니, 터럭 구멍마다
일천 화불(化佛)이 나타나시어 다 합장하고, 마야부인(摩耶夫人)께 향하여 아뢰되,
「이 염부제(閻浮提)에 멀리서 오셨습니다. 법(法)이란 본시 이런 것이니, 그리 슬퍼하지 마소서.」
하시고, 게(偈)를 지어 아뢰되,
「일체의 복전(福田) 가운데서 부처님의 복전이 가장 으뜸이며, 일체 여자 가운데서 옥녀보(玉女寶)가
가장 으뜸이니, 나를 낳으신 어머님이 누구보다도 나으셔서 겨눌 사람이 없어 능히 삼세(三世)의
불법승보(佛法僧寶)를 내시므로 내가 관에서 일어나 합장하여 기꺼이 찬탄하여 낳으신 은혜를 갚아 내가
효도(孝道)하며 위하는 뜻을 나타내니, 제불(諸佛)이 비록 멸도해도 법보와 승보는 그대로 항상 있을 것이니,
원하는 바는 어머님은 심려마시고 무상행(無上行)을 살펴 보소서. 」
라고 하셨다.
'석보상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9 (1) | 2007.09.24 |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8 (0) | 2007.08.25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6 (0) | 2007.05.11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5 (0) | 2007.05.04 |
석보상절(釋譜詳節) 제 二十三권-4 (0) | 2007.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