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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인연의 얽힘(석보상절/월인천강지곡)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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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조왕(燈照王)이 보광불(普光佛)을 청하여 공양하려고 하여 나라에 영(令)을 내리되, 「좋은 꽃은 팔지 말고 다 왕께 가져 오라.」고 했다.
선혜(善慧)가 들으시고 측은히 여겨 꽃이 있는 곳을 애서 찾아 가시다가 구이(俱夷)를 만나시니〔俱夷는 밝은 여자라고 하는 뜻이니, 나실 적에 해는 져 가는데 그 집은 광명(光明)이 비치므로 俱夷라고 한 것이다.〕꽃 일곱 줄기를 가지고 계시되, 왕의 명령을 두려워 하여 병 속에 감추어 두셨더니, 선혜의 정성이 지극하시므로 병 속의 꽃이 솟아 나거늘 따라가서 불러 그 꽃을 사고 싶다고 말한즉,구이가 이르시되,「 대궐에 보내서〔대궐은 큰 집이니, 임금이 계신 집이다.〕부처님게 바칠 꽃이어서 못 팔겠오」라고 했다. 선혜가 이르시되,「은돈 오백 닢으로 다섯 줄기를 사고 싶소.」구이가 묻자오되, 「무엇에 쓰시겠오?」선혜가 대답하시되, 「부처님께 바치겠오?」구이가 또 묻자오되, 「부처님게 바쳐 무엇하려 하시오?」선혜가 대답하시되, 」「일체 種種(종종) 지혜를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오.」〔일체는 「다」라고 하는 말이고, 종종은 여러가지라고 하는 뜻이다. 중생은 일체 세간의 사람과 하늘과 기는 것과 나는 것과 물에 것과 뭍에 것과 목숨 있는 것을 다 중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제도는 물을 건넨다는 말이니, 세간의 번뇌 많음이 바닷물 같으니, 부처님께서 법(法)을 가르치시어 바다를 건네어 내시는 것을 제도라고 하는 것이다.〕구이가 이르시되,
「나의 원을 따르지 아니하면 꽃을 얻지 못하리라.」
선혜가 이르시되,
「그러면 네 원을 따르리니, 나는 보시(布施)를 즐겨〔보시는 재물이나 도리, 또는 두려움에서의 해방, 등을 남에게 준다는 말이다.〕사람의 뜻을 거슬리지 아니하니, 아무 사람이거나 와서 내 머릿박과 눈자위와 골수(骨髓)와 아내와 자식을 달라고 해도〔골수는 뼛속에 있는 기름이다.〕너는 방해할 뜻을 가지고 나의 보시하는 마음을 헐지 말라.
구이가 이르시되,
「그대 말 같이 하리니,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가져가기가 어려우므로 두 줄기<꽃을 > 마저 맡기니, 부처님께 바쳐서 생생(生生)에 내 소원을 잃지 않게 하고 싶소.」
그 때에 등조왕(燈照王)이 신하와 백성을 영(領)하고 〔영은 거느린다 말이다.〕가지 가지 공양을 가지고 성에서 나와서 부처를 맞아 절하고 이름 난 꽃을 부렸더라. 여느 사람이 공양을 마치니까, 선혜가 다섯 줄기 꽃을 뿌리시니, 다 공중에 머물어 꽃 대(臺)가 되거늘 〔공중은 허공 가운데다.〕뒤에 두 줄기를 더 부리시니 또 공중에 머물러 있어서 왕과 천룡팔부(天龍八部)가 칭찬하여, 「일찌기 없던 일이로다.」하더니, 〔팔부는 여덟 유(類)이니, 천(天)과 용(龍)과 야차(夜叉)와 건달바와 아수라(阿修羅)와 가루라(迦樓羅)와 긴나라(緊那羅)와 마후라가이니, 용은 고기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이니, 한 몸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여 신기한 변화는 이루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야차는 날래고 모질다고 하는 뜻이니, 허공에 날아 다니는 것이다. 건달바는 향내 맡는다는 뜻이니,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는 신령이니, 하늘에서 음악을 연주하려 할 때면 이 신령이 향내 맡고 올라가는 것이다. 아수라는 하늘이 아니라는 뜻이니, 복과 힘은 하늘과 같되 하늘 행적이 없으니, 성내는 마음이 많은 까닭이다. 가루라는 금날개라고 하는 뜻이니, 두 날개 사이가 삼백 삼십육만 리고 목에 여의주(如意珠)가 있고 용을 밥 삼아서 잡아 먹는 것이다. 긴나라는 의심된 신령이라 한 뜻이니, 사람과 같되 뿔이 있으므로 사람인지 사람 아닌지 의심되니, 노래 부르는 신령이어서 부처가 설법하시자마자 능히 노래로 부르는 것이다. 변(變)은 보통과 다르다는 말이고, 화(化)는 된다는 말이다. 삼은 셋이고, 십은 열이고, 육은 여섯이다. 백이 열이면 천이고, 천이 열이면 만이다. 여섯 자가 한 보(步)이고, 삼백 보가 한 리(里)이다. 주(珠)는 구슬이다.설(說)은 이른다는 말이다.〕보광불(普光佛)이 찬탄하여 이르시되, 「좋다!
너는 아승기 겁을 지나가서 부처가 되어 호(號)를 석가모니(釋迦牟尼)라고 할 것이다.」〔호는 이름삼아 부르는 것이다. 석가는 어질며 남을 가엾게 여긴다는 말이니, 중생을 위하여 세간에 나심을 이르고, 무니는 고요 잠잠한 것이니 지혜의 근원을 이르니, 석가하시므로 열반에 계시지 않고, 무니하시므로 생사에 계시지 아니한 것이다. 열반(적정하고 적멸한)은 없다고 하는 뜻이다.
선혜는 석가모니, 구이는 야수다라왕비 전생.
출처:김영배 역,석보상절中 월인천강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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