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생을 좋아하며
불법을 모르는 대식국
파사국에서 북쪽으로 열홀을 가서 산으로 들어가 대식국(大寔國 아랍Aab)에 이르렀다. 대식국 왕은 본국에 살지 않고 소불림 국(小拂臨國, 현제의 시리아)에 가서 산다.
이는 그 나라를 쳐서 정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소
불림은 다시 산이 많은 섬으로 갔다. 처소가 대단히
견고해서 이 때문에 간 것이다.
이 땅에는 낙타, 노새, 양, 말, 모직물, 모포가 나며
보물도 있다. 옷 입는 복장은 가는 모직으로 만든 헐렁한 적삼을 입고, 또 그 위에 한장의 모직 천을 걸친다. 이것을 웃옷으로 한다. 왕과 백성의 복장은 한가지로 다름이 없다. 여자도 헐렁한 적삼을 입는다.
남자는 머리는 깎으나 수염은 그대로 두며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음식을 먹는 것은 귀천을 묻지 않고 다 같이 한 그릇에서 먹는다. 손에 숟가락과 젓가락도 들었으나 보기에 매우 흉하다. 자기 손으로 죽여 잡은 것을 먹어야 무한한 복을 얻는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살생을 좋아하고 하늘을 섬기나 불법(佛法)을 알지 못한다.
나라 풍습에 무릎을 끓고 절하는 법이 없다.
혜초가 대식국을 방문한 것은 AD. 726년쯤으로 본다. 이 시기를 조금 앞서 그때 왕이 머무는 수도가 바뀌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밝혀냈다. 메디나에서 현재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식왕이 본국에 살지 않는다고 기술했다고 보는 것이다. 혜초가 대식국에 갔을 때의 왕은 우마이야 왕조 제10대 히샴 이븐 압둘 말리크(Hisham ÿEbnAbdu'l Malik, 재위 724~743년)였다고 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소불림국(小佛臨國)은 지금의 다마스쿠스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 일원이라 한다. 이슬람화가 되기 전에 이곳은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속지였다고 한다.
대식국에 관한 기록 중 "왕과 백성의 복장은 한 가지로 다름이 없다."라고 한 내용과 "음식을 먹는 것은 귀천을 묻지 않고 다 같이 한 그릇에서 먹는다."라고 한 것은 이슬람의 풍습 에서는 신분의 평등과 형제애의 우의를 나타낸다는 뜻에서 복장과 음식에 신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도 하늘을 섬긴다는 말이 나오는데 하늘을 섬긴다는 말은 곧 신을 믿는다는 뜻으로 이슬람의 신인 알라신을 믿는다는 뜻이다
28. 보물이 많이 나는 대불림국
대불림국은 콘스탄티노풀을 수도로 하여 오늘의 터키 일원에 자리했던 동로마 제국 곧 비잔틴 제국을 지칭한다고 한다. 소불립국(현재의 시리아) 에서 바다를 끼고 서북쪽으로 가면 바로 대
불림국이 있다고 한 본문의 기술은 지리적으로 정화하다. 중국의 문헌인 구당서(舊唐書)나 신당서(新唐書)에는 대소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불림국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대불림 곧 동
로마가 이슬람 점령 이전에 소불림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소가 구분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당서에는 불림을 불( 佛林)으로 표기했는데, 불름전 (拂림전) 에 다름과 같은 기록이 있다.
수나라 양제가 불름과 통교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당 태종 정관 17년(643년)에 이르러 불 름의 왕 파 림 이 사신을 보내 적유리), 녹금정 ( 쇼 ]) 등을 헌상하였다. 또 건
봉하 2년(66견년)에 사신을 통해 저야가(해)를 보내왔다고 했다.
저야가는 본초강목 (본초가목)]에 소개된 식물로 해독제로 쓰였다
하는데, 아편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이것을 두고 중국에 아편이 들어온 계기라고 하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당 태종 때 사신을 보낸 불름국의 왕이 로마 황제 테오도루스(Theodorus)였다는 설이 있다.
대불림국의 왕이 강력한 군사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력이 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사학자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당시 비잔틴에 14개의 군관구(君官구) 있었고
콘스탄티노플에 3개의 군관(君官)가 있었다 한다. 대식이 대불림을 치지 못하고 돌궐이 실패했다는 본문의 기록은 대볼림의 군사력이 막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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