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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왕오천축국전-22. 산에 나무가 없는 계빈국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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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나무가 없는 계빈국

람파국에서 서쪽으로 산에 들어가 8일을 가 계빈국(카피시)에 이르렀다. 이 나라도 건타라 왕의 관할 아래에 있다. 이곳 왕은 여름은 계빈에 있으면서 서늘한 곳을 따라 지내고, 겨울에는 건타라로 가서 따뜻한 곳으로 가 지낸다. 그곳에는 눈이 없고 따뜻하며 춥지 않기 때문이다. 계빈국은 겨울에 눈이 쌓여 날씨가 춥다
이 나라의 토착인은 호족(胡族)이고 왕과 군사는 돌궐인이다. 옷 입는 복장과 언어, 음식은 토화라국과 대동소이하다. 남녀 불문하고 모두 모직 적삼과 바지를 입고 가죽신을 신는다. 남녀의 복장이 차이가 없다. 남자는 모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 이 나라에서는 낙타, 노새, 양, 말, 당나귀, 소, 모직물, 포도, 보리와 밀, 울금향(鬱金香)등이 난다.
나라 사람들이 삼보를 크게 공정하여 믿으며, 절도많고 스님들도 많다. 백성들은 집집마다 절을 지어 삼보를 공양한다. 큰 성안 사사사 ( 사히스Sahis)라는 절이 하나 있다. 이 절 안에서 부처님의 나계(螺계)골사리를 보았다. 왕과 관리들, 백성들이 매일 공양을 올리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소승이 행해지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도 산속에서 살고 있는데, 산에
초목이라곤 없어 마치 산이 불에 탄 것과 같다.




지안/譯

계빈은 중국에 잘 알려졌던 나라다. 불교 관계 한역
(漢譯)전적(典籍)에도 계빈이 자주 나온다. 계빈은 한(漢) 무제(武帝제위 B.C. 141~87년) 때부터 중국과 통교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나라 때에도 계빈과 왕래가 있어 계빈에서 사신을 파건하여 명마 등의 조공을 바친 일이 있었다. 건타라 왕이 여름에는 계빈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건타라에서 지낸다는 혜초의 기록은 계빈이 건타라 지역까지 통치하는 강대한 나라였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앞 제14장에서 소개된 가섭미라국을 계빈국이라고 보아온 예가 많이 있는데, 혜초의 기록은 가섭미라국과 계빈을 다른 지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혜초도 가섭미
라국이 한때 계빈에 의해 통치되었던 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섭미라국을 계빈이라 할 때 가섭미라국과 계빈이 같은 지역으로 볼 수 있는 착오가 생길 수 있다.
현장의 [대당서역기]에는 가필시국을 설명하면서 옛날 쿠산 왕조 카니쉬카 왕이 영토를 확장하여 파미르 고원까지 넓히고, 겨울에는 인도의 여러 나라에 있다가 여름에는 가필시국으로 돌아오고, 봄과 가을에는 간다라에서 머문다고 기술한 대
목이 있다. 일설에는 카니쉬카 왕을 계빈타왕이라 불렀다고 한다. 쿠산 왕조 이후 계빈은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의 사산 왕조에 복속되었다가 6세기 중엽에는 돌궐의 지배하에 들
어간 것으로 되어 있다.
계빈국에 마히라쿨라(Mahirakula)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 왕은 법난을 일으켜 많은 절과 탑을 부수고 스님들을 살해한 일이 있었다.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에서 서천의 제24조 사자 존자(師子尊子)가 이 나라에서 교화를 하다가 마히라쿨라에게 참수(斬首)를 당했는데 그때 머리에서 흰 피가 솟아 올라왔다고 한다. 이는 신라 때 이차돈 성사의 경우와 같은 이야기이다. 규봉 스님이 지은 선원제전집도서( 禪源諸詮集都序)에서 이 사건을 왕난(王難)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울금향(鬱金香)은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화초로 울초(鬱草)라고도 하며 서양에서 튤립이라고 부르는 화초다. 종 모양의 꽃이 핀다.
사사사는 현장의 [대당서역기] 에도 소개되고 있는 절로 계빈을 통치하던 돌궐계의 왕 샤히야스의 이름을 음사하여 사사사라 하였다. 나계 골사리는 부처님의 두상에 상투처럼 솟아 있는 부위에서 나온 정골사리(頂骨舍利)를 말한다.
사리는 범어 사리라(Sarira)를 음사한 말로 영골(靈骨)이라고 번역한다. 오랜 수행을 하다 죽은 고승(高僧)의 시신을 화장했을 때
유해 속에서 발견되는 보석처럼 생긴 결정체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계戒 ㆍ정定 ㆍ혜慧  삼학을 닦고 육바라밀을 실천한 공덕으로 생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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