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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왕오천축국전- 龍池가 있는 가라국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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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龍池)가 있는 가라국

다시 북쪽으로 보름을 가고 나서 산속으로 들어가니 가라국 (迦羅國 ,카슈미르) 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 가미라(迦彌羅)도 또한 북천축의 한 나라다. 나라가 조금 크다. 왕은 300마리의 코끼리를 가지고 산속에서 산다. 길이 험악하여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지 않는다.
인구는 대단히 많으나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부자는 적다. 왕과 수령 그리고 여러 부자들의 옷 입는 복장은 중천축과 다르지 않다. 일반 백성들은 모두 담요 같은 것으로 몸의 추한 곳을 가린다. 땅에서는 구리, 철, 모직물, 담요, 소, 양 등이 난다. 코끼리도 있으나 말은 적다. 멥쌀, 포도 같은 것도 있다.
이 나라는 무척 추워서 앞서 말한 다른 나라들과는
기후가 다르다. 가을에는 서리가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온갖 풀들이 푸르기만 하다가 잎이 시들어저 겨울이 되면 다 말라버린다. 시내와 골짜기는 협소하다. 남북(南北)은 닷새 정도, 동서(東西)는 하루를 가면 평지가 다하고 나머지는 산으로 둘러싸였다. 집은 널판자로 지붕을 덮고
풀이나 기와를 사용하지 않는다. 왕과 수령 및 백성
들은 삼보를 매우 공경한다.
나라 안에 용지(龍池)가 하나 있다. 용지의 용왕은 매일 나한승(羅漢僧)에게 공양을 올린다고 한다. 아무도 그 성승(聖僧)들이 식사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일단 재(齋)가 끝나고 나면 떡과 밥이 물속에서 물 위로 어지럽게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이것으로써 지금까지 공양을 계속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외출할 때 왕과 대수령들은 코끼리를 타고, 낮은 벼
슬아치들은 말을 탄다. 그러나 백성들은 모두 걸어서 다닌다. 나라 안에는 절도 많고 스님들도 많으며 대승과 소승이 함께 행해진다
오천축국에서는 위로 국왕과 왕비, 왕자에 이르기까지, 아래로 수령과 그의 처에 이르기까지 능력에 따라 각자가 절을 짓는다. 각자가 서로 따로 지으며 함께 짓지는 않는다.  '그들은 각기 스스로의 공덕을 짓는 것인데 어째서 함께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말한다. 이것은 이미 그렇게 하는 관례가 되어 다른 왕자들도 또한 그렇게 한다. 대개 절을 지어 공양하는 것은 마을과 백성들에게 베품을 주고 삼보를 공양하기 위해서다. 헛되이 절만 짓고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는 자는 없다.
이 밖에 이 나라 법에는 왕과 왕비가 각기 따로따로
마을과 백성을 가지고 있다. 왕자와 수령들도 각기
백성을 가지고 있다. 보시는 스스로 알아서 하며, 왕의 허락이 없어도 된다. 절을 짓는 것도 그렇다. 지어야 한다면 바로 짓는다. 왕에게 묻지 않으며, 왕 역시 감히 막지를 못하는데 죄를 받을까 두려워해서다.  만약 백성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마을에 보시는 못하지만 절은 힘써 짓는다. 스스로 경영하여 얻은 재물은 삼보에 공양한다. 오천축국에서는 인신을 매매하는 일은 없다. 노비도 없다. 백성과 마을에 보시하는 일을 중요시한다.

원문(혜초)

■가라국 (迦羅國 ) 과 가미라 (迦彌羅 )는 모두 가섭 미라국( 迦葉彌羅國,카슈미르 Kashmir)을 약칭한 말이다. 가섭미라국을 현장은 가습미라 (迦濕彌羅), 의정은 갈습미라로 음사하여 기록하였다. 모두 카슈미르(Kashmin)를 달리 표기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계빈국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카슈미르는 불교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쿠산 왕조의 제3대 왕 카니슈카 (재위 120~144년)가 외호하고 협 존자(協 尊者 , 파르사바)가 주도하여 이곳에서 불경의 제4차 결집이 이루어졌다. 또 카니슈카 왕은 나중에 협 존자의 제자가 된, 대승기신론의 저자 마명(馬鳴, 아슈바고샤)의 후견인이었다. 마명을 대식국(大食國, 아랍) 출신으로 보는 설도 있는데 협 존자를 만나 논쟁을 벌이다 패한 후 불교에 귀의하여 협 존자의 제자가 되었다.
■여러 기록에 의하면 카슈미르는 지세가 매우 험준하여 외침을 잘 받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7세기 전반부터 9세기 중반까지 카르코타  왕조가 들어섰다. 나라를 세운 왕이 두르라바바르다나(Durlabhavardhana, 재위627~-662년)였다. 이 왕이 통치할 때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이 이곳을 방문하였다. 5대에 걸쳐 이 나라가 존속했는데 혜초가 방
문했을 때는 제5대 왕 묵타피다(Muktapida)가 통치할 때였다. 카슈미르는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타원형의
지형으로 지름이 긴 곳은 135km, 짧은 곳은 40km 정도 된다.
■혜초는 왕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삼보를 매우 공경한다고 '왕오천축국전' 곳곳에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카슈미르는 물론 오천축 전역에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등 여러 종교가 병존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용지(龍池)는 카슈미르에 있는 가장 큰 호수인 불라르호수를 말한다. 이 호수에 용이 살았다고 한다. 카슈미르에서는 용을 수호신으로 여겼다. 강이나 호수, 샘 등에 모두 용이 산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용에 관한 전설은 많이
전해진다.
■ 또 불교에서도 토속신앙에서 수용된 것으로 용왕재(龍王齋)를 지내는 풍습도 전해 내려온다. 용왕이 풍운조화(風雲造化)를 부려 비를 내리게 한다는 설이 있으며, 또 불법을 수호하는 여러 종류의 신 가운데 용이 있다. 대승경전인 [법화경]에는 8세 용녀(龍女)가 성불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용이 독룡이나 악룡으로 등장해서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나한승(羅漢僧)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소승의 최고의 수행자로 번뇌를 모두 끊고 해탈을 얻은 이를 말한다. 또 세상 사람들로부터 공경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뜻에서 응
공(應供 )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10대 제자 중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시자였던 다문제일(多聞第一)아난존자의 제자 가운데 마드야니카 (Madhyanika)가 있었다. 한역으로 음사하는 말로는 말전저가라 표기된 곳도 있다.
그는 인도의 타파라 출신으로 아난 존자의 제자가 되어 수행을 잘해 아라한과를 얻었다, 스승인 아난 존자가 죽은 뒤 카슈미르에 들어와 불법을 전파하였다. 또 일설에는 마드야니카가 용왕
을 교화하여 공양을 올리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리하여 용왕이 공양을 올린다는 나한승을 마드야니카로 보는 견해가 있다.
■혜초는 [왕오천축국전] 곳곳에서 "오천축에는 사람을팔지 않으며 노비가 없다(爲五天不賣人 無有奴婢)." 하였으나 고대 인도에는 노비가 있었고, 불교의 경전이나 율장에 노비 이야기가
나온다. 본생경(本生經)이나 남방 율장에 노예 매매와 노예의 종류에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브라만 법전인 마노 법전에도 노예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왕오천축국전]을 연구한 여러 학자들은 혜초의 기록에 대해 불교의 입장에서 너무 의도적으로 천축을 불국토(佛國土)로 기술한 경향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있고 또 여행길에서 보는 피상적인 관찰이 그 당시 사회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
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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