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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

나를 만나거든-이 용악(1914~)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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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거든-이용악(1914~)

땀 마른 얼굴에
소금이 싸락싸락 돋힌 나를
공사장 가까운 숲속에서 만나거든
내 손을 쥐지 말라
만약 내 손을 쥐더라도
옛처럼 네 손처럼 부드럽지 못한 이유를
그 이유를 묻지 말아다오


주름 잡힌 이마에
석고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를
거리의 뒷골목에서 만나거든
먹었느냐고 묻지 말라
굶었느냐곤 더욱 묻지 말고
꿈 같은 이야기는 이야기의 한마디도
나의 침묵에 침입하지 말아다오


폐인인 양 시들어져
턱을 고이고 앉은 나를
어둑한 廢家의 회랑에서 만나거든
울지 말라
웃지도 말라
너는 평범한 표정을 힘써 지켜야겠고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유를
그이유를 묻지 말아다오

시인 이용악은
1914년 함북 경성에서 태어난 이용악은 러시아 국경을 넘나 들며 소금실이 장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정환경 속에서 뼈저
리게 가난을 체험했으며, 일본 상지 대학 유학시절(1934~38) 에는 품팔이 노동으로 학비를 벌며 최하층의 생활을 전전 하면서 모순된 민족현실의 비극성을 인식하고, 문학을 통해 현실극복의 의지를 자기화해 갔다.
1935년 처녀작인 시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면서 습작기를 거친 그는 동경유학 시절 분수령 (1937)과 낚은 집(1938)을 잇따라 발간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확립하고, 귀국 후에는 인문평론의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시작 할동을 계속했으나, 전시체제에 돌입한 일제의 억입이 가중되는  현실 속에서 귀향한 채 해방을 맞이한다. 6.25발발로 인하여 월북되었다.
이용악이 이루어낸 시세계의 특징은 바로 이러한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이어져 있는 현실주의적 성향에 기반한다. 그 시대를 관통하는 국내외 유이민의 비극적인 삶과, 해방직후 귀향이민의 아픈 현실을 심도 있게 파헤친 것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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