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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

시로 느끼는 통영(統營)-백 석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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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營-백 석

舊馬山(구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가깝기도(갓 같기도) 하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 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漁場主(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山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錦이라던 이 같고
내가 들은 馬山 客主집(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蘭(란)이라는이 같고
蘭(란)이라는 이는 明井(명정)골에 산다던데 明井골은
山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
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영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구마산(지금의 어시장 부근)


●통영 명정(統營 明井)은 경상남도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통영 충렬사(사적 제 236호) 아래의 2기의 우물입니다.
2010년 2월 18일 경상남도의 기념물 제273호
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학적소재가 된 가치있는 명정은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높은 지역문화유산입니다.


統營-백 석

統營장 낫대들었다

갓 한 닢 쓰고 건시 한 접 사고 홍공단단기 한 감 끊고 술 한병 받아들고

화륜선 만져보러 선창 갔다

오다 가수내(가수나/가사나) 들어가는 주막 앞에
문둥이 품바타령 듣다가

열이레 달이 올라서
나룻배 타고 판데목 지나간다 간다

●낫대들었다(장이 열리자마자 나아가 대들듯이 구경했다)/
●판데목~임진왜란 때 한산대첩으로 패한 왜병이 후퇴하던 중 퇴로가 막히자 이곳을 파고 물길을 뚫어 수로로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후퇴하던 왜병들이 상당수 죽었다 하여 이곳을 '판데목' 또는 '송장나루'라고도 부른다.



統營-백 석

옛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
는 이 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줏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六月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 백 석은 1912년 평북 정주에서 출생하여 오산고보를 졸업하였고 일본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수학하였다
1935년 r조선일보 에 정주성을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시집  사슴 (1936)을 간행하였다. 해방 후 남북분단으로 북한에서 문필활동중이라 추정, [백석시전집J (1987)
가즈랑집 할머니(1988) 흰 바람벽이 있어(1989) 등이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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