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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43

들꽃의 여인-곽현숙(경남 마산) 우유빛 웃옷 흘러 내리는 어깨선에 추스렸다 동그란 어깨 아래로 다시 흘러 내린다. 풀꽃 다발 한 팔에 안고 맨발로 걸어 오는 사람. 한 송이 풀꽃을 걱고 꽃다발 안은 팔꿈치에 뒤돌아 가는 바람. 풀잎 이슬 치맛자락 적시는 맨발로 걷는다. 눈언저리 머물다 바람은 부채처럼 이마를 스쳐 옷깃 팔랑거리며 치맛자락 끝에 닿는다. 뒷목덜미에 휘돌아 가는 머리카락 하나, 둘 뒷발꿈치 밑에 밟힐까봐 풀 벌레 풀잎 뒤에 숨는다. 2005. 1. 9.
설야(雪夜)-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여 가며 서글픈 옛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들에 내리면 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억 이리 가쁘게 설레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홀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2005. 1. 8.
나룻배와 행인-한용운(1879 충남 홍성) 호는 만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 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 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2005. 1. 7.
눈 오는 밤에-김용호(1912-마산) 오누이들의 정다운이야기에 어느집질화로엔 밤알이토실토실익겠다. 콩기름불 실고추처럼가늘게피어나는밤 파묻은불씨를헤쳐 엽담배를피우며 고놈!눈동자가초롱같애 내머리를쓰다듬어주시던할매 바같은연신눈이나리고 오늘밤처럼눈이나리고 다만이제나홀로 눈이밟으며간다 오-바자락에 구수한할매의옛이야기를사고 어린시절의그눈을밟으며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이야기에 어느집질화로엔 밤알이토실토실익겠다. 200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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