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 따르는 마음43 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이용악(1914 함북 경성) 한결 해말쑥한 네 이마에 촌스런 시름이 피어 오르고 그래도 우리를 실은 차는 남으로 남으로만 달린다 촌과 나루와 거리를 벌판을 숲을 몇이나 지나왔음이냐 눈에 묻힌 이 고개엔 까마귀도 없나 보다 보리밭 없고 흐르는 뗏노래라곤 더욱 못 들을 곳을 향해 암팡스럽게 길떠난 너도 물새 나도 물새 나의 사람아 너는 울고 싶고나 말없이 쳐다보는 눈이 흐린 수정알처럼 외롭고 때로 입을 열어 시름에 젖는 너의 목소리 어선 없는 듯 가늘다 너는 차라리 밤을 부름이 좋다 창을 열고 거센 바람을 받아들임이 좋다 머릿속에서 참새 재잘거리는 듯 나는 고달프다 고달프다 너를 키운 두메산골에선 가라지의 소문이 뒤를 엮을 텐데 그래도 우리를 실은 차는 남으로 남으로만 달린다 2005. 1. 5. 고 방-백 석(1912 평북 정주)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 어서 삼춘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 도 채어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 고치에 두부산적을 꿰었다 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 나 내어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짚신이 둑둑히 걸리어도 있었다 옛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둑 뒤에서 나는 저녁 끼 때 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2005. 1. 3. 황조가-삼국사기(유리왕) 翩翩黃鳥 펄펄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 암수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 외로와라 이 내 몸 誰其與歸 그 늬와 함께 돌아가리 2005. 1. 2. 山家曉日-만해 한용운 山家曉日 山窓垂起雪初下 자고 나니 창 밖에 첫눈 내리네 況復千林欲曙時 더구나 온 산의 동트는 새벽이랴 漁家野戶皆圖畵 고기잡이 마을집도 모두 그림과 같고 病裡尋詩情亦奇 병중에 바득이는시정도 신기하네 2004. 12. 29. 이전 1 ··· 7 8 9 10 1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