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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

고 방-백 석(1912 평북 정주)

by 돛을 달고 간 배 200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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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

어서

삼춘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

도 채어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

고치에 두부산적을 꿰었다

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

나 내어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짚신이

둑둑히 걸리어도 있었다

옛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둑 뒤에서 나는 저녁 끼 때

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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