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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43

두메산골-이 용악(1914~) 두메산골1 들창을 열면 물구지떡 내음새 내달았다 쌍바라지 열어제치면 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 뒷산에두 봋나무 앞산두 군데군데 봋나무 주인장은 매사냥을 다니다가 바위틈에서 죽었다는 주막집에서 오래오래 옛말처럼 살고 싶었다 *소곰 - 소금의 옛말. 함경도 방언 * 토리 - 거친 삼실로 짠 큰 자루(마대) * 물구지떡 - 무시루떡 * 썩달나무 - 썩은 나무 * 봋나무 - 벚나무 두메산골2 아이도 어른도 버섯을 만지며 히히 웃는다 독한 버섯인 양 히히 웃는다 돌아 돌아 물곬 따라가면 강에 이른대 영 넘어 여러 영 넘어가면 읍이 보인대 맷돌방아 그늘도 토담 그늘도 희부옇게 엷어지는데 어디서 꽃가루 날아오는 듯 눈부시는 산머리 온 길 갈 길 죄다 잊어버리고 까맣게 쓰러지고 싶다 두메산골3 참나무 불이 .. 2024. 1. 27.
시로 느끼는 통영(統營)-백 석 統營-백 석 舊馬山(구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가깝기도(갓 같기도) 하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 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漁場主(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山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錦이라던 이 같고 내가 들은 馬山 客主집(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蘭(란)이라는이 같고 蘭(란)이라는 이는 明井(명정)골에 산다던데 明井골은 山을 넘어 동백나무 .. 2024. 1. 25.
나를 만나거든-이 용악(1914~) 나를 만나거든-이용악(1914~)땀 마른 얼굴에 소금이 싸락싸락 돋힌 나를 공사장 가까운 숲속에서 만나거든 내 손을 쥐지 말라 만약 내 손을 쥐더라도 옛처럼 네 손처럼 부드럽지 못한 이유를 그 이유를 묻지 말아다오 주름 잡힌 이마에 석고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를 거리의 뒷골목에서 만나거든 먹었느냐고 묻지 말라 굶었느냐곤 더욱 묻지 말고 꿈 같은 이야기는 이야기의 한마디도 나의 침묵에 침입하지 말아다오 폐인인 양 시들어져 턱을 고이고 앉은 나를 어둑한 廢家의 회랑에서 만나거든 울지 말라 웃지도 말라 너는 평범한 표정을 힘써 지켜야겠고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유를 그이유를 묻지 말아다오 시인 이용악은 1914년 함북 경성에서 태어난 이용악은 러시아 국경을 넘나 들며 소금실이 장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정.. 2024. 1. 25.
규정閨情-이옥봉李玉峰(?~1592) 有約來何晩 유약래하만오신다던 님은 왜 이리 늦으시나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뜰앞의 매화도 시들어 가는 이때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문득 가지위의 까치소리 듣고서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부질없이 거울보며 눈썹 그린다오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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