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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그리움

사라지는 것들

by 돛을 달고 간 배 2005.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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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많은 양의 편지를 손으로 만지면서 하루를 보내지만,

그 많은 양의 우편물 중에 몇가지 우표를 조합하여 하나의

보내는 요금만큼 붙이고 곱고 선명하게 날자가 소인이 된

편지를 구경하기란 여간 하여 힘든 일이 아니다. 무엇이라도

저편으로 사라질 때는 귀한법이다. 예전엔 혹시나 외국에서

우편물이 왔을 땐 우표가 얼마나 예쁜 것이 붙어 있나 하는게

관심사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우표를 붙여 오는

우편물도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있다면 우표나 봉피를 취미

삼아 모으는 한정된 사람들의 관심사로 줄어 들어 세월의 변화를

너무나도 간절히 체험하는 것 같다. 이 메일이나 문자메세지가

많은 일상을 차지한 요즈음은 내 가슴 속의 감정과 사랑마저

기계적이고 화학조미료 처럼 바뀌어 가고,세상을 보는 눈마저

샘물이 아닌 정수기 처럼 걸러낸 물이 되었다. 쌓아둔 우표 책을

들여다 보면서 숱한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에 호소하던 사연들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을까. 문자 메세지 처럼, 이메일 처럼 손 끝에서

삭제하였을까? 아님 가슴 밑바닥에 저장하고 있을까? 우표 한장

편지에 붙여 그 누구라도 좋으니 봄 소식을 담아 보냄 또한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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